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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형이 쓴 글을 통해 인사드립니다.

형 행복하길 |2008.02.16 22:09
조회 22,406 |추천 0

안녕하세요?

이 곳에 처음 글을 써봅니다.

글을 쓰게 된 이유는 형이 이곳에 글을 2번 남겼더군요.

형의 글은 조회수도 꽤 높았고, 리플도 꽤 달렸더군요.

그 사실을 이번에 형의 컴퓨터 켜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형님의 글에 댓글을 남겨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형은 아실 분은 아시겠지만 몇 년동안 뇌종양이라는 병마와 싸우다가 지난 일요일 10일 저 세상으로 갔습니다.

 

그저께 삼오제를 마치고 형의 방에서 형의 물건을 하나하나 정리하다가 컴퓨터를 켰습니다. 깨끗한 바탕화면에 올려져있는 한글 문서아이콘 두개가 보이더군요. 저는 궁금해서 그 파일을 읽게 되었습니다.

 

우리 형이 그동안 한 여자 때문에 겪은 일들과 최근 심정들이 적혀있는 글이더군요.

첫 번째 문서에서는 이글이 어디에 게시된 줄 전혀 몰랐습니다. 두번째 문서를 보니   첫번째 쓴 글이 언급되면서 링크주소가 쓰여져 있더군요.

그 링크를 통해 이 곳 톡톡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곳에서 게시한 글을 직접 보았습니다. 글을 올린 지 채 한 달도 안되었더군요. 글을 보는 동안 그동안 형과 지냈던 시간들 속에서 몇 가지 추억들이 제 머릿 속에서 지나가더군요. 추억이 하나하나 지나갈 때마다 제 눈에선 눈물히 한방울 한방울 흐르더군요.

 

형이 말한 그 여자가 누군지 궁금했습니다. 형의 쓴 글에 몇가지 단서가 있더군요. 그 여자의 미니 홈피를 통해 결혼식 날을 알았다는 글을 보고 저는 바로 인터넷 창을 열어서 주소창에 미니홈피 대표주소로 주소를 치니까 아래로 몇 줄이 더 나오더군요 . 그 줄에 나온 주소 중 결국 형의 그 여자 미니홈피를 발견하였습니다.

형의 말대로 메인에 웨딩사진과 함께 예식시간,  장소까지 올라와 있더군요. 근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신랑되는 자가 얼굴이 굉장히 낯이 익더군요. 바로 제 대학교 후배였습니다. 처음에는 비슷한 사람인가 했는데 혹시나 해서 예식장에 전화걸어서 확인해 보니까 그 후배가 맞았습니다.

 

참고로 그 후배 학교에서 소문난 바람둥이였는데.....

어쨌든 내일 일요일 오후 1시가 넘어가면 형이 그토록 좋아했던 그 여자는 내가 아는 동생의 아내가 된다고 하니 참 뭐랄까 씁쓸한 것도 아니고 뭐라 이 느낌을 표현하기가 거참 그러네요.

 

진작에 알았다면 내가 어떻게 해서든 그 둘 관계 깨지게 했을 텐데. 그렇게 되었다면 우리 형 죽어가는 동안 그 여자에 대한 그리움의 고통만이라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형의 죽음은 어찌보면 예정된 이별이었다고 할 수 있었으나 형이 죽은 이후 제가 알게 된 사실에 대해서는 형의 죽음만큼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비록 제 느낌이지만, 우리 형은 이런 사실도 모르고 미련하게시리 며칠 전 그녀를 보기 위해 공항에 다녀 온 것 같습니다. 아파서 집 밖에 조차 제대로 한동안 못나간 형인데, 형이 죽기 1주일전 미용실가서 예쁘게 염색도 하고 머리손질 좀 하더니 그 다음날 장시간 어디를 다녀오더군요. 그때 저와 아버지는 형이 몸이 좋아졌다고만 생각해서 너무 기뻤습니다. 그러나 이틀 뒤 형은 혼수상태에 빠졌고 다시는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10일 저녁에 그녀를 가슴에 품고 하늘나라로 떠나갔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형을 위해 떡국까지 끓여놓았으나 결국 먹이지 못한 것이 매무 마음에 걸리셨는지 형이 직접 찍은 영정사진을 보면서 지금도 우시네요.

 

여러분, 마지막으로 우리 형 다음세상에서는 이렇게 힘든 사랑안하고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게 기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나 지금 쓴 제 말과 형님의 일들이 이해가 잘 안가실 분들을 생각하여 우리 형이 이 곳에 최근 3주사이에 남긴 글의 주소를 링크해봅니다.

 

http://pann.nate.com/index/index.do?action=index&boardID=2309023

 

http://pann.nate.com/index/index.do?action=index&boardID=2330683

그럼, 다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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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제발...|2008.02.16 22:21
제발 소설이길 바랬잔아 .. 이것 마저 소설이길 바래 제발......
베플오늘이...|2008.02.17 11:42
그 여자분의 결혼식이네요. 톡에서 글 읽으면서 이렇게 가슴이 아팠던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정말 사랑하면서 살기에도 짧은 시간...을 살고 있다는 것을 뼈속깊이 느끼고 갑니다...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꼭 좋은곳에 가셨길.. 그리고 모두 사랑하면서, 후회없이 살아갔으면 합니다...
베플슈슈슉|2008.02.17 00:11
지금 왠지 자존심 싸움하느라 전화 못하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가 걸고 싶어 졌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다시 만난 사람인데..... 지금부터라도 많이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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