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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 이야기 첫번째 이야기

ZEUS |2003.09.01 16:56
조회 182 |추천 0

1. 가족이 된 진우


  요즘 세상에 그 누구에게도 보여지지 않는 장소가 화장실을 제외하고 몇군데나

 

될 것인가...

 

회사든 집이든 아님 그 밖의 장소든 나는 항상 누군가에게 보이고 누군가들 엮시

 

나에게 보여지고...

 

하긴 화장실에서 볼일보고 목욕탕에서 목욕하고 아무도 모를꺼라 생각했던

 

호텔방의 불륜 장면까지 삼류 비디오처럼 인터넷 구석구석을 유유히 떠도는 세상이

 

아니더냐...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 혼자 살면서 인간이 그리웠다고는 하지만 또 얼마나

 

자유로웠을까...

 

긴 세월을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견딜 수 없을 만큼

 

외로울 테지만 항상 보이고, 보여 지는 현재의 내 생활에서 혼자일수 있는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자유롭고 편안한 시간일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였을까.

 

명작 로빈슨 크루소는 내게 몇 년 동안 몇 번을 읽어도 지겹지 않은 책이 되었다.

 

자유롭고 싶다는 본능은 내가 전역함과 동시에 끝도 없이 들기 시작했고 난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했다.

 

아마도 군대에서의 지겹고도 긴 단체생활이 더욱더 내게 자유를, 그리고 독립을

 

갈망하게끔 했을 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자유도, 독립도

 

아니었다. 내 방청소 하나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녀석이 욕실이며 현관이며 어떻게

 

청소하고 정리를 할 것이냐,

 

반찬이,

 

국이 뭔가에 따라서 밥을 먹고 안 먹고를 결정짓는 녀석이 지손으로 밥이며

 

반찬이며 국이며 지 맘에 들도록 해 먹을 수 있겠냐는 둥... 어머니의 걱정 속에서도

 

무작정 할 수 있다 못하면 다시 내 발로 들어올 것이다. 아마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는 둥..가족들과 몇 번의 마찰이 있은 후에야 결국 자취라는 것으로 난 내가

 

꿈에 그리던 자유롭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라면을 혼자 끓여 먹을 때의 외로움,

 

한번도 삶아 빨지 못하고 세탁기로 돌려 빤 속옷의 찝찝함,

 

혼자서 하기엔 너무 넓은 청소 구역,

 

용돈을 반으로 줄여버린 각종 세금과 공과금등 이 모든 걸 가만하고 말이다.

 

그렇게 한달이.. 두달이 지나고...

 

결코, 자유롭고 편안할 것이라는 것은 긴 시간 자유를 꿈꾸며 생각해온 살쪄버린

 

내 상상력에서 시작된 고난이라는걸 알았다.

 

작년 봄.

 

백수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백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바쁜일인지...

 

느즈막히 일어나서 동네 만화방, 게임방을 전전해야 하고 백수임을 알기에 시간의

 

부담이 없음을 인식하고 자기네들 맘대로 술 약속을 만드는 친구 녀석들도 만나줘야

 

한다.

 

그런 약속을 거부해버리면 녀석들의 입에선 바로 “백수놈이....” 이런말이 나오기

 

때문에 거부해서도 안된다.

 

그렇게 하루종일 바쁜 일상에 찌들려 새벽녘에야 지친 몸을 이끌고 피곤한 잠을

 

잔다.

 

물론 간혹 시간이 남을 땐 구직 활동도 하고...

 

그날도 게임방에서 열심히 게임을 하다가 저녁을 먹고 술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만화방과 게임방은 집 근처라 트레이닝 복에 슬리퍼 차림이어도 문제 될게 없지만

 

술 자리는 다르다.

 

적어도 동네를 벗어나야 할 때에는 적당히 복장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 백수요~ 하고 떠들고 다니는 것도 동네에서 충분하다. 궂이 사람들 많은 곳에서

 

까지 나 백수요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직장 생활하는 친구들에 비해 더 깔끔하게... 더 멋있게...

 

아무 생각없이 휘파람을 불며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혼자 살면서 조금 지저분한 생활을 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옷장 속에 옷들은 방바닥 여기저기 깔려 있고 서럽장이며 씽크대며 제다 열린채로

 

내용물이 다 빠져나와 있었다.

 

도둑이 든 것이다.

 

내가 생각할 때 도둑에는 두 종류가 있다.

 

경비 시스템이 삼엄하게 깔려 있다 해도 돈 될 만한 집만 터는 경험 많고 기술 좋은

 

대도와

 

침입하기 좋은 만만한 집만 터는 그야말로 좀도둑.

 

그렇게 따지자면 내 자유공간에 침입한 손님은 후자가 틀림없다.

 

술 약속을 취소하고 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옷을 하나 정리할 때마다 빌어먹을 도둑놈을 수십번도 넘게 욕하고,

 

없어진 물건을 발견할 때 마다 수백번을 욕하고 증오하고...

 

다행히 정리가 끝나도록 없어진 물건은 그다지 많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해 볼 때 그날 우리집에 든 도둑은 집 밖을 나서며 오히려 나를 욕했을

 

지도 모른다.

 

‘무슨놈의 집구석에 돈 될 물건이 하나도 없냐! 에잇 빌어먹을...’하면서...

 

그래도 그날 그 도둑놈의 새끼는 CD플레이어,

 

지갑속에 든 현금 6만원,

 

산지 얼마되지 않은 비디오를 훔쳐갔다.

 

그 정도면 하루 일당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아니 보통 직장인의 하루일당이 아니라 대기업 간부급의 연봉을 365로 나눠봤을때

 

그 일당에도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다.

 

집에 들어온지 두어시간 쯤..

 

정리도 거의 끝나고 어느정도 마음의 안정도 찿아갈 때 난 또 한번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삼켜야 했다

 

그 빌어먹을 도둑놈이 비디오 리모컨까지 가져간 것이다.

 

물론, 비디오가 없는 이상 리모컨도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 도둑에 대한 나의

 

상상이었다.

 

항상 TV와 비디오, 오디오 리모컨을 침대밑에 두는데 그걸 애써 찾아내어 그중에서

 

비디오 리모컨만 골라 간 도둑놈의 여유다.

 

어쩌면 그 도둑이 내방에 앉아 내 앨범 속 어릴적 사진을 보며

 

킥킥거리며 웃었을지도,

 

긴장한 탓에 갈증이 나서 냉장고를 열어 쥬스를 잔에 따르지도 않고

 

더러운 입을 대고 벌컥벌컥 마셨을지도 모른다는 상상까지 들기 시작하자

 

도무지 화가나서 참을수가 없었다.

 

이건 완전히 소도둑이 여물통까지 챙겨간 샘이 아닌가...

 

그렇다고 해서 나 또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칠 생각은 없었다.

 

차라리 그대로 집에 멍하니 있는 것 보다는 나가서 술이나 한잔 하는게

 

훨씬 잠도 잘오고 맘도 편해질 것 같았다.

 

그런 저런 핑계로 그날도 친구들과 함께 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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