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에 의해 세계가 창조되고 시간은 좀 흘러 아직 빛과 어둠의 구분이 없는 때.
어두컴컴한 구름들 사이로 백색의 깃털들이 날리며 한 무리의 빛줄기들이 숲의 나무들 사이로 미끄러지듯 날아든다.
큘렌은 12천사에게 가벼운 손짓을 했다. 곧 망령의 숲에 안착할 태세이다.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공터가 보이자 큘렌등은 원을 그리며 맴돌기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은 넉살 좋은 표정의 베르베르가 큘렌 십이지장에게 묻는다.
"이 곳에 사는 놈들은 아주 잔인하고 악독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든뎁쇼..."
"음... 특히 일안귀라는 놈이 유명하지... 조심하도록.. 그 녀석의 눈에는 뭔가 알 수 없는 힘이 있다고 하니까 말이야..."
큘렌은 주의사항을 전달한다. 이 큘렌의 십이 천사대는 천사 기사단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이다. 그들의 강함과 수많은 무용담은 천공에서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전 막 흥분되는 걸요. 빨리 내려가 보구 싶어요."
베르베르의 손을 잡은 꼬마 천사 녀석이 한마디 호기심에 내뱉는다.
이 꼬마 천사는 천사 기사단 유년부에 속해있는 루씨로서 유년부 정기 검술 시험에서 1등을 하여 큘렌의 십이 천사대와 함께 혼돈계 체험 수련을 나온 것이다.
이런 루씨에게 베르베르가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정색하고 주의를 준다.
"루씨! 대장님이 조심하라구 한 건 니 얘기야! 조심... 조심... 알지?"
루씨가 바로 맞받아친다.
"흥! 베르베르 아저씨나 조심하세요."
이에 너털 웃음을 터뜨리는 베르베르
"하하!! 요놈의 꼬마 녀석. 겁두 없을쎄!"
"안달하지 않아도 된다. 루씨! 이제 내려갈테니... 자 ! 모두 하강!"
큘렌 대장의 구령에 맞추어 십이천사대는 날개를 작게 움츠리고 하강하기 시작했다.
루씨는 한손으론 베르베르의 손을 꼬옥 쥐고 다른 한손으론 베르베르의 굵은 팔뚝을 움켜잡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