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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건국기-프롤로그-3편

양주현 |2003.09.20 20:21
조회 172 |추천 0

루씨는 검을 바로 잡았다. 상대는 소년부 졸업반의 그 유명한 드라가리이다.
루씨는 힘에 겨웠다. 루씨의 검술 솜씨가 매우 뛰어나다 하나 이미 어른티가 나기 시작하는 소년의 혈기에 맞서기엔 터무니없이 힘이 딸렸다.
이번 공격은 막아낼 수 있었지만 다음 공격이 들어온다면 정말 자신이 없었다.

 

드라가리는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비록 초반에 루씨의 화려한 검놀림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 차이는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었다.
상대는 비오듯 땀을 흘리고 있었고 이제 자신이 힘을 주어 검을 한번만 더 내지르기만 한다면 루씨는 수중의 검을 떨구게 될 터이고 유소년부 우승의 영광은 정녕 자신만의
차지가 되는 것이다.


호흡을 한번 가다듬은 드라가리는 두손으로 맞잡은 검을 오른뺨에 수평으로 붙히고 왼발을 선두로 빠른 속도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끌어오는 오른발에서
자욱한 흙먼지가 날린다.


순식간에 루씨의 앞으로 짓쳐 들어온 드라가리는 기쁨에 찬 미소를 머금으며 오른발을 크게 앞으로 내딛고 그에 맞춰 검을 깊게 찔렀다.
이는 깊게 파고 들어 상대를 단숨에 찌르는 기본 품세였다. 요지는 검을 찌름과 동시에 검을 찌른 방향의 반대측 다리를 끌어모아
검의 사정거리를 상대가 예측한 것보다 더 크게 하는 것이다.
드라가리의 왼발이 살짝 끌어모아지며 검은 곧장 루씨의 정수리로 찔러 들어갔다. 이제 시합의 승패는 가려진 것이다.

 

 

루씨는 생각했다. "힘이 없어. 검이 부딫혀 온다면 당장 떨어트려버리고 말거야" "이를 어째~!"


하지만 생각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루씨는 날개를 펼쳤다. 동시에 오른발에 힘을 주어 몸을 약간 띄운 루씨는 왼쪽으로 약간 기우뚱하더니 왼손을 검에서 놓았다.

날개를 펼치는 것은 위험했다. 그만큼 적에게 노출되는 신체부위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거리에서 날개를 활짝 펼치는 것은 천사 기사단 검술법에서  기본적으로 금기시 하고 있다.
하지만 루씨는 천사 기사단에 입단하기 전부터 검을 수련해왔다. 천공의 유명한 귀족 가문출신인 루씨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검술을 익히 수련해왔다.
가문 비전의 검술은 깃털처럼 가벼운 몸놀림을 기본으로 전광석화와 같은 공수교대를 주로 하는 쾌속 무비의 요지를 가진 검술법이었다.
루씨는 이를 응용한 것이다.

 

몸을 약간 띄우자 드라가리와 루씨의 키차이는 없어졌으며 오히려 루씨가 드라가리보다 머리 하나는 더 높이 선 상태가 되었다.
드라가리의 검이 루씨의 정수리를 찌르는 순간 드라가리의 팔은 루씨의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가고 루씨는 기우뚱하는 듯 싶더니 왼손으로 드라가리의 뻗은 오른팔을
콱 움켜쥐더니 왼팔을 오그리며 날개짓을 한다. 그리고는 그 탄력을 이용하여 오른손의 검을 드라가리의 관자놀이로 베어 들어갔다.

 

"그만~!"

 

검은 그대로 멈추었다. 드라가리는 관자놀이에 싸늘함을 느끼며 잔뜩 얼어붙은 눈을 돌려 루씨쪽을 쳐다보았다.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시합은 루씨의 승리였다.


유년부의 꼬마가 소년부 졸업반 학생을 상대로 우승을 거머쥐다니 정말 놀랄만한 일이었다.
몸소 결승전을 관람하던 수석 천사장  위가르드가 천천히 루씨의 시상을 위해 움직였다. 날개를 펼치지도 않고 계단을 선채로 날아 내려온다.

 

 

"용맹하도다. 천사여~!"

 

위가르드의 폐부를 찌르는 천언과 함께 루씨에게 검이 하사되었다. 무릎 꿇은 루씨는 고개를 들어 두손으로 검을 받았다.


관람석에선 천사들의 환호성이 울려퍼진다. 일제히 날개를 펼친 관람석의 천사들은 경기장 상공으로 날아올라 제각각 축하 비행을 하기 시작한다.

 

루씨는 환호성 소리를 들으며 인자한 위가르드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아득한 햇살이 망막 가득 차오르며 환호성 소리가 멀어진다.


아주 빠르다. 게슴츠레 정신을 차리던 루씨는 그렇게 느꼈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위가르드의 인자한 얼굴이 보였다.
위가르드가 징그러운 외눈을 번뜩이며 커다란 눈동자를 굴려댔다.

 

"으흐흐흐...... 꾸에에엑~!"

 

지상을 향해 쏜살같이 하강하던 일안귀는 지표면에 거의 다다르자 루씨가 눈을 뜬것을 보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날아오던 속도에 내던져진 속도까지 합해져
루씨는 처참하게 땅바닥에 쳐박혔다.

 

어질어질 한 것이 다시 정신을 잃어버릴 지경이었다. 그런 루씨의 멱살을 다시 한손으로 움켜잡고 일안귀는 앞에 보이는 동굴의 입구로 들어간다. 루씨의 날개는 땅바닥에
질질 끌리었다.

 

 

동굴앞은 어두컴컴했다. 루씨는 앞을 볼수가 없었다. 하지만 일안귀는 그런 것엔 상관이 없나보다. 축축한 바위들 위를 잘도 걸어간다.


일안귀는 동굴 안을 두리번 두리번 거렸다.


동굴의 입구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내부는 생각외로 넓었다. 아무래도 굴 무리들이 모여 살던 곳인 듯 하다. 하지만 굴의 인기척은 없다.
일안귀는 매우 피곤했다. 자신이 비록 그 누구와두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십이천사대의 추격을 계속 따돌리느라
기진맥진했던 것이다.


하지만 수확은 엄청나다. 저런 천사를 사로잡다니 말이다. 일안귀는 숲의 멍청한 잡귀들에게 감사했다. 바보같이 천사대에게 덥벼들다니 말이다.
자신이 이 꼬마 천사를 발견해 낸 것도 운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일안귀는 숨을 좀 고른후 천천히 루씨를 해치울 생각이었다.

 

"크크크... 천사고기라니... 이 얼마나 진귀한 보양식이란 말인가..."

 

일안귀는 숨을 그르렁거렸다. 생각만해도 군침이 돌았다. 더군다나 천사고기를 먹으면 불사의 몸이 된다는 이야기도 익히 듣고 있던 터였다.

 

구석에 던져진 루씨는 몸을 일으켜세우려고 뒤척이기 시작했다.

 

"크아~!"

 

일안귀는 루씨가 움직이려 하자 곧장 억센 주먹을 휘둘러 루씨의 뺨을 가격했다.

 

"으읍~!"

 

루씨가 비명을 삼킨다. 온몸의 근골이 제멋대로 노는 듯하다. 루씨는 너무 아파 숨을 쉴수가 없었다.


일안귀는 느긋하게 진미를 즐기기 위해 고기를 좀 다져놓기로 했다. 입가에 미소마저 떠올랐다.

 

"가만히 있으라구... 그러면 고통은 좀 덜할테니..."

 

일안귀는 말을 끝마치기가 무섭게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퍽~!'하는 소리가 났다. 이번엔 한번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일안귀는 여린 꼬마천사의 얼굴을 아예 짓뭉게고 있었다.

 

"어..어서 죽여랏. 이 악귀놈아~!"

 

부르튼 입술로 루씨는 호령한다. 감히 하급 요괴 주제에 천사를 이렇게 대하다니 용서할 수가 없었다.
명예롭고 고귀하게 죽고 싶은 것이 모든 천사들의 바램이다.
루씨는 이런 조롱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일안귀는 그런 루씨의 반응에 더욱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장난하듯 뺨을 후려갈긴다.

 

"케케켓~!"

 

일안귀는 즐거움에 몸을 뒤틀었다. 야비한 욕망이 몸속에서 꿈틀댄다. 더욱 괴롭히고 더욱 비열하게 조롱해 줄것이다.
긍지있는 자에 명예를 짓밟는 것이 이렇게 큰 즐거움이었는지 미처 몰랐다.


루씨는 이제 아예 악을 쓴다. 뜻도 없는 소리를 고통에 내지르고 있었다.
점점 정신이 몽롱해지고 자신이 곧 죽으리라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일안귀는 루씨의 가슴팎에 걸터앉아 마음껏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병신같은 천사놈들... 우케케켓~!"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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