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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무감동'이었어

엘르코리아 |2012.10.19 10:25
조회 7 |추천 0








퍼포먼스형
대학생 시절 내 친구 그리고 친구의 남자친구와 함께 클럽에 놀러 갔어. 신나게 놀고 있는데 갑자기 노래가 꺼지더니 친구의 남자친구가 무대 위로 올라가는 거야. 그런데 이게 웬일이니. 얌전하던 그가 프리스타일 폭풍 랩을 선보이면서 내 친구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 거 있지. 그 순간 친구와 난 얼음이 돼버렸고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는 우릴 향해 비추고 있었어. 옆에 있던 나까지 어찌나 부끄럽던지…. 실력이 뛰어나도 부끄러울 판에 그의 랩 실력은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형편없었거든! 넌 결코 그런 짓은 하지 말아줘.
i wish 사람이 많은 곳에서 퍼포먼스는 필요 없어. 나만을 위한 공간에서 조용히 속삭여주는 이벤트를 원해.
권혜윤· 패션 에디터


집 앞 이벤트형
화장기 하나 없는 생얼에, 무릎은 있는 대로 나온 트레이닝 팬츠를 입고, 친구와 신나게 치맥을 먹으며 집에서 밀린 드라마를 보고 있을 때였지. 즐겁게 하루를 마감하는 그 순간 뜬금없이 집 앞이라 말하는 너. 이럴 때 난 어떻게 해야 하니? 제발 ‘연락 없이’ 집 앞에 불쑥 찾아오진 말자. 남자들이 상상하는 벨벳 소재의 타이트한 트레이닝복은 어디 있냐고? 그건 사실 여자들이 다 신경 쓴 거라는 거, 모르지? 급하게 내려간 내게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었다”며 네가 내민 건 에너지 음료수 하나. 그건 내일 줘도 되는 거 아냐?
i wish 물론 난 널 사랑하고, 남녀 사이에 친구처럼 편한 것도 좋지만 약간의 밀당은 해주면 좋겠어.
손아름·뷰티 멘티 에디터


일방통행형
야근을 마친 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머리를 질끈 묶고 안경을 쓴 채 집으로 귀가하던 나. “보고 싶다”는 말이 오가며 너와 통화를 하는 동안 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자가 된 것 같아 행복했어. 그런데 갑자기 내 앞을 가로막는 너. 빨간 장미꽃을 한 아름 들고서 “놀랐지?”라고 말하며 해맑게 웃는데, 농담이 아니라 너무 놀라서 주먹이 날아갈 뻔했어.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나만의 예쁜 모습’으로 100가지도 넘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니. 정말 꽃이고 뭐고 엉엉 울며 집으로 달려가고 싶었어.
i wish 확실한 건 받을 준비가 되지 않은 여자에겐 모든 이벤트가 다 최악이라는 사실이야. 예고도 없이 불쑥 내 앞을 가로막진 말아줘. SUPER SUN·패션 콘텐츠 디렉터


눈치 코치 제로형
너와 처음 맞이하는 생일. 그래도 진심이 담긴 축하와 소소한 선물 정도는 기대했어. 그런데 10분, 20분… 약속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길래 뭐 대단한 이벤트라도 준비하는 줄 알았지. 오자마자 내게 한 너의 말. “생일 축하해. 무슨 선물 받고 싶어?” 순간 짜증이 확 나더라. 내가 괜한 기대를 한 거니. 차라리 친구들과 조촐한 생일파티라도 할 걸 후회가 커. 생일 선물이 그렇게 고민됐으면 그런 말은 적어도 하루 전에 해야 하는 거 아니니. 내가 뭘 갖고 싶은지 뭘 원하는지 물어보지 마. 된장녀처럼 명품 백을 바라는 것도, 손으로 한땀 한땀 만든 정성 어린 선물은 기대하지도 않잖아.
i wish 선물을 고를 땐 적어도 고민한 흔적이라도 보여봐. 평소 내가 뭘 갖고 싶어 하는지 눈치 있게 먼저 알아차려주면 더 좋고.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런 센스 하나에 감동받게 되거든. 김미라·대학생


브리핑형
“오늘 하루는 걱정 마! 내가 풀 코스로 준비해뒀어. 점심은 어디에 위치한 레스토랑에 가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메뉴 어쩌구와 저쩌구를 먹고 영화는 예매율 1위라는 그걸 보자. 영화를 기다리는 동안은 근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는 거야. 영화가 끝나면 10분 거리에 있는 근사한 바에 가서 멋진 야경을 보자. 내가 널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오늘 하루는 내게 맡겨!” 헐. 네 브리핑에 벌써 숨이 막혀. 오랫동안 날 만나고도 아직 모르는 거니? 나 B형 여자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은 여자라고! 그런 틀에 박힌 ‘To Do List’에 내가 감동할 거라고 생각했니? 난 즉흥적으로 뭔가 하는 게 더 좋단 말이야.
i wish 네가 생각한 최고를 준비하지 말고 차라리 내가 마음껏 고를 수라도 있게 리스트업을 해주는 게 어떠니. 아로마테라피나 마사지 숍 같은 곳의 쿠폰을 끊어주는 게 내겐 더 감동이야. 김경희·앱 매거진 에디터


센스 무개념형
생일 날, 배달된 꽃바구니 하나. 회사 여직원들에게 둘러싸여 부러움의 대상이 되지 않았냐고? 아니, 난 그날 학부모가 된 기분이었어. 네가 보내온 그 꽃바구니는 로맨틱한 유럽풍 꽃다발도 아니고, 하물며 그 흔한 장미꽃도 아니었잖아. 5월, 네 엄마 품에 달려 있어야 할 카네이션이었으니까. 그 빳빳한 바구니는 또 얼마나 흉측하던지. 옆집 아버님께 가야 하는 게 내 것과 바뀐 것은 아닌지…배달부에게 다시 물어볼 정도였다니까.
i wish 맛있는 생일상과 내 맘에 쏙 드는 선물을 준비하곤 집에서 곱게 나를 맞아주는 남자친구. 여기에 설거지까지 끝내주면 백점! 일 때문에 파김치가 되어 집에 들어오는 싱글 여성이라면 분명 공감할 걸? 홍소희·음악평론가


혼자 감동형
오늘은 너와 만난 지 1주년이 되는 기념일. 네 무뚝뚝하고 무심한 성격을 생각해서 이벤트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내 혈압에 좋겠지만, 그래도 오늘은 뭔가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게 돼. 감동의 눈물 한 방울 흘릴 준비도 되어 있거든. 저녁 식사는…그럭저럭 괜찮았어. 신경 좀 쓴 것 같아 기특하던걸? 근데 네가 살며시 꺼내 든 그 물건은 왠지 좀 눈에 익는데 말이야. 설마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 노점상의 그 머리핀? 왜 우리 둘이 길을 걷다 함께 본 그것 말이지. 그래, 물론 내가 지나가다 “괜찮네~”라고 한마디 하긴 했어. 그런데 1주년 선물로 받을 생각이었다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거야.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넌 ‘이런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는, 완전 배려 깊은 남자야’라고 스스로에게 감동한 표정이고. 내 머릿속은 오만 가지 생각이 들지만 “1주년 기념 선물이 고작 이거야?”라고 말하진 못하겠어. 그 순간 내 이미지는 물질에 사로잡힌 개념 없는 된장녀로 하락하겠지. 반대로 청순, 순수 모드로 돌아가 사랑스럽게 이 머리핀을 받아준다면 2주년이든 3주년이든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까 두려워.
i wish 잊었나 본데 나 디자이너야. 가치 있고 트렌디한 선물, 안 되겠니? 지금 내 가방엔 널 위해 정성껏 준비한 시계가 주인을 잃고 나 대신 울고 있어. 하선경·일러스트레이터


퀵서비스 배달형
오후 3시, 점심 식사가 미처 소화되지 않은 시간.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등장한 피자 배달부가 누군가의 이름을 크게 외쳤어. 설마…했는데 내 예상이 들어맞았어. 또 나를 찾는구나. 정신없이 이어지는 업무에, 회의에, 작업에 먹을 시간조차 없는데 사무실 한편에선 피자 3판이 사정없이 냄새를 풍기며 식어가고 있어. 이런 네 일방적인 이벤트가 어디 한두 번이니. 이젠 택배 아저씨, 퀵 아저씨와 눈인사도 해. 시들어가는 꽃바구니, 무거워 처분하기도 어려운 화분 몇 개, 지난 기념일에 배송된 관심없는 책들까지 언제 저걸 다 들고 가야 할지 정말 고민스러워. 책 전집은 하루에 한 권씩 가져가도 열흘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거니? 50일, 100일, 처음 만난 날, 첫 키스한 날…매 기념일을 잊지 않고 뭔가 챙겨주려는 네 마음은 잘 알겠지만, 그냥 우리 만나서 축하하면 안 될까?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i wish 클릭 하나로 생색 내지 말고 작은 마음이라도 만나서 전하는 건 어때? 시치미 뚝 떼고 있다가 집 앞에서 수줍게 건네는 쪽지 하나가 난 더 두근두근해. 소소한 일상에서 우리 둘만 킥킥거릴 알콩달콩한 이벤트를 고민해줘.
이슬·게임 회사 QA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10월호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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