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어이구..피곤하다..다녀왔습니다."
고수는 신발을 벗고 올라서다가 여기저기 집안 물건들이 넘어지고
깨져서 여기저기 흩어져있는걸 보고 아연질색한다.
이때 하얀물체가 빠르게 벽을 치고 날랐다가 다시 반대벽으로 날라가서
돌려차기로 벽을 치고 날라서 뒤로 한바퀴를 돌아서 공중회전하면서 착지를 한다.
"어라~ 고수 왔네...나 멋지지?"
고수는 티이브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보니 티이브에는 홍콩 무협 영화가 하고 있었다.
무엇이 더 설명이 필요할까?
고수는 들고 있던 스포츠신문을 돌돌 말아서 서희의 머리를 통 때렸다.
"아야~"
"치워..빨리 안치워. 돼지 우리도 이것보다 깨끗해..빨리치워.
이것이 밤새고 와서 피곤해 죽겠는데..."
서희는 주위를 스윽 돌아보다가 주섬주섬 물건을 치우면서 작은 소리로 궁시렁댄다.
"사내놈이 엄청 깔끔을 떨어요. 누가 데리고 살지 참 피곤하겠다."
"야야...다 들린다."
"사실 안그래?..조금 흩어지고 물건도 어질러져있고 해야 뭔가 인간다운 맛이 있는거지.
이건 원..하긴 대한민국에 속옷을 다려 입는 놈은 너 밖에 없을거다.
그게 보이기나 하냐? 왜 다려 입는데?
니가 무슨 슈퍼맨처럼 속옷을 밖에다 입고 다니냐? "
고수가 아무말 없이 스포츠신문을 돌돌 마는것을 보고 서희의 궁시렁은 끝났다.
거실에 있는 프로젝트 TV를 볼때마다 고수는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한때 저것으로 러브러브한 동영상을 보면서 해피해피한 시간을
보낼것을 상상하면서 얼마나 삶의 의욕이 넘쳤던가?
그런데...
저 웬수가...
고수는 서희를 찌릿~ 쳐다 봤다.
치우고 있던 서희도 고개를 들다가 눈이 마주치자
영문도 모르고 싱긋 웃으면서 눈을 깜찍하게 깜빡깜빡했다.
휴~ 사는게 참 힘들다고 생각하고 고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저녁시간 고수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한손에는 캔맥주와 감자칩을 안주삼아 코메디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하하하..재네들 말하는것 넘 웃기지 않냐?"
"서희야..서희야 어디 갔냐? 이것이 어디간거야?"
이때 서희가 머리카락을 앞으로 넘기고 티이브속에서 엉금엉금 기어나왔다.
마치 영화 링처럼..
고수는 멍하니 보고 있다가 곧 무덤덤하게 발로 서희의 머리를 옆으로 밀면서
"비켜 안보여..머리 치워"
"어디 더럽게 발로..
뭐냐? 집에 와서 마냥 티이브만 보냐? 심심하게.."
"그러면 티이브보지 뭐하냐? 정 심심하면 너는 채팅이나해라."
"시러..재미없어.."
"내는 모른다.. 내는 이것 보는게 재미있으니깐..
니 재미는 니가 알아서 챙기슈"
서희는 바닥을 때굴때굴 구르면서
"잉잉..심심해..밤새 기다렸는데..고수는 놀아주지도 않고
티이브만 본대...심심해..잉잉.."
"아니..이것이 땡깡만 늘었네..나이가 몇개인데..이것이..어디 있어?
신문이.."
그럴줄 알고 서희는 미리 벌써 다치워버렸다..
"그래 알았다.놀자 놀어.."
고수는 티이브를 끄면서 말했다.
"뭐하고 놀자고?"
"글쎄 뭐하고 놀까?"
"놀자면서?"
"........."
"그러면 우리는 포카나 칠까?"
이렇게 말하면 고수는 사악한 미소가 싸악~ 비친다.
잡기에 능한 고수..특히 포카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예전에 졸업여행으로 제주도를 간적이 있었는데 남들은 관광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바뻤는데
고수는 비행기에서 본 제주도가 끝이였다.
우연히 타과까지 같은 호텔에서 묵게 되어서 대표선수들만으로 구성된
드림카지노가 벌어지고
매일밤마다 이어지는 포카판...
졸업여행 마지막날....마지막 판..최종적으로 고수까지 포함해서 4명
고수는 퀸 트리플을 받고 마지막 히든을 기다리는데..
상대방쪽에서 아무래도 풀하우스가 뜬듯 풀배팅으로 레이스를 하는데....
문제는 다들 다 같이 레이스를 받아주는것 아닌가?
아니 뭐냐? 이것들이 도대체 무슨 패인데.. 덤벼드는걸까?
종잡을수가 없었다...그러나 무엇보다 자금이 간당간당하다는게
심리적으로 압박이 되었다.
잘못하면 퀸 트리플에서 끝날수 있는데..
풀하우스를 노린다는게 무리수가 될수 있는데..
고수는 무지 갈등을 했다.
어짜피 여기까지 왔는데 끝장을 보자하고 레이스를 따라갔다.
마지막 히든...
헉~ 이런...
고수는 경악하고 말았다.
고수는
"올인"
다들 흠칫 놀랐는데 한명만은 비웃는듯 입꼬리가 올라간다.
여기까지 왔는데 뒤로 갈수도 없다면 전진뿐이라 다들 받았다.
카드 오픈..
한명은 역시 풀하우스...
그리고 플러쉬
그 다음 고수
퀸포카 (QQQQ)
빙둘러싸서 구경하던 사람들 입에 저절로 감탄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비웃던 녀석은 인상이 잔뜩 구겨지면서 카드를 던져버리고 나가버렸다.
그러자 구경꾼중에서 한명이 카드를 열어보았다.
물론 이것은 포카의 매너에 어긋나는 짓이다.
자니포카 (JJJJ)
그때 딴돈이 최소 4년치 등록금은 넘었다.
그래서 그때 얻은 별명이 포카장학생이였다.
아~옛날이여~ 그 아름다운 시절로 다시 돌아갈수 있다면...
이렇게 추억에 잠겨있는데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포카? 포카 좋다 그것하자..그런데 포카가 뭐야?"
"아니 어떻게 포카를 모르냐? 그러면 고스톱은 아냐?"
서희는 고개를 좌우로 돌린다.
"참..세상이 어떻게 돌아갈려고..학교에서 도대체 무엇을 가르키는거야?
하여간 현 교육정책에 문제가 있다니깐 ..
그럼 넌 남들 다 고스톱,포카 할때 뭐했냐?"
"공부"
"공부? 하여간 남들 놀때 공부했다는 애치고 공부잘하는 애 없더라.
너 반에서 몇등이나 했냐? 45등은 했냐?"
45등은 고수의 반등수이다..-_-;;;
"1등"
"뒤에서?"
"아니 전교에서.."
갑자기 고수 목소리가 작아진다. 고수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공부였다.
"그럼 대학은?"
"사울대 의대"
헉~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이라는 사울대..거기에다 의대라면 고수가 재수 아니
삼수 사수 오수..기약 없는 수로 해야 겨우 될까나?
"뻥이지?"
"아니..진짜야.."
"뻥같은데.."
"사울대 학적과에 물어보면 되잖아.."
".............." -_-;;;
"자자~ 포카를 하고 싶다고 그렇다면 이 오라버니가 가르쳐주지..후후.."
고수는 얼른 화제를 바꾸고 싶었다.공부 알레르기가 심하게 있는 고수로써는..
"자..여기보면 숫자랑 무늬가 있어 그러면 숫자가 연속으로 나오거나
같은 무늬가 5장이면 족보에 드는거야.
그래서 그것을 원페어,투페어,트리플,스트레이트,플러쉬,스티플,노티플이라고
하는거야...알았지...자자 시작하자."
"너무 빨라서 하나도 모르겠는데.."
"왜 이렇게 쉬운것도 모르냐? 그러면 할수없네. 잠깐만 기다려
내가 인터넷에서 규칙이랑 족보 뽑아서 줄께"
"자..여기 있어."
고수는 종이를 주면서 말한다.
"그런데 그냥 하면 재미없잖아..그러니깐 우리 내기를 하자.."
"뭘?"
"원래는 돈을 걸고 해야 하는데..니가 무슨 돈이 있겠냐? 그러니깐
한가지씩 소원들어주기 어때?"
"글쎄 난 한번도 안해봤는데.."
"괜찮아..이런것은 어짜피 운이야~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그냥 운이라니깐.."
"그러면 해볼까?"
천진하게 웃는 서희과 달리 고수는 사악하게 씨익~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