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울 아빠는 이제 위가 없답니다.............

마이너스 ... |2003.09.26 16:26
조회 587 |추천 0

위가 없는 사람.....??

훗!!  울 아빠입니다

한 알의 하나 밖에 없는 아빠가 수술을 했더랬습니다

그래서 이젠 위가 없어요.


<< 수술 전 날 >>

아침 8시에 검사가 있답니다

회사에 오후 출근이라구 말 해놓구(말만 하면 되냐구요? 이 마당에 무서울게 머 있습니까??)

아침에 병원에 갔습니다

검사 받을 동안 기다렸다가 아빠랑 병실로 왔습니다

아빠가 머리가 가렵대요.

욕실로 들어 가 머리를 감기는데, 어쩜....... 검은 머리가 없습니다

나이 53살에 무슨 흰머리가 이리도........

머리도 한 알보다 작은 거 같습니다

아빠 뒤통수에 떨어지는 눈물이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에 섞여서 다행입니다

 

<< 수술실 이동 전 >>

수술이 아침 7시 30분이랍니다.

첫 수술이 젤 좋다구 하더군요

(한 알은 혹시 넘 이른 아침이어서 의사들이 수술하다가 졸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다는.... 쿨럭 - ,. -;; )

7시에 수술실 앞에 도착했습니다.

수술 모자를 쓰고 누워 있는 아빠한테 웃으며 예쁘다구 해 줬습니다

아빠가 수술실로 들어 가구 우린 보호자 대기실에 가서 기다려야 한답니다

어이구.......겁쟁이 울 엄마, 울고 서 있습니다

수술실 앞에서 운다구 동생한테 한바탕 혼나고  보호자 대기실로 나왔지요.

고향에서 친척들이 수술실 들어 가기전에 아빠 얼굴 본다구 부랴부랴 왔으나 10분 차이로 못 보고 말았습니다

사실, 어제 아빠는 수술실 들어 가면 반나절은 걸리니 오후에 오라구 했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수술실 들어가기 전에 꼭 봐야한다구 고집을 부렸더랬지요.

다른 사람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한 알은 무서웠답니다. 다시는 못 볼까봐........


 << 보호자 대기실 >>

전광판이 있더군요.

수술실, 회복실, 병실, 중환자실.....

환자가 이동하는 대로 각 방에 이름이 뜹니다.

7시에 첫 이름이 뜨고 울 아빠는 7시 30분 정각에 뜨더군요.

친척분들이 엄마 옆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줍니다.

덕분에 울보 엄마, 안 울고 잘 견딥니다

앞에 앉아 있는 아가씨는 내내 울고 있네요. 벌써 몇 시간째람.......

누가 수술을 하는 걸까요..... 맘이 아픕니다

친척들이 그러는데 위를 다 떼어 내면 가족을 부른답니다.

살펴보고, 만져 보고, 암 세포 때문에 죽은 암 부위를 직접 알려 준다네요.

언제 부를 지 몰라 온 가족이 꼼짝도 안 하고 있습니다

7시 30분에 수술실에 들어 간 아빠 이름이 11시가 다 되어가도 회복실로 옮겨 갈 생각을 안 합니다

3시간이면 된다구 했는데......

암은 진단할때 초기라구 해두 막상 수술 시작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도 하는데....

다들 말은 안 하지만 입이 바싹바싹 마릅니다.

아!! 드뎌 회복실로 옮겼습니다.

안 부르는걸 보니 다 떼어 내진 않으거 같다구들 그러네요. 다행입니다.........

회복실로 옮긴 아빠는 다른 사람들이 다 병실로 옮겨도 내내 회복실에 있습니다

친척들이 걱정을 합니다. 근데 겁쟁이 엄마는 오히려 씩씩합니다.

울 아빠는 원래 마취에서 잘 못 깬다구 하네요. (별 걸 다 알어.. 부부란 역시.........)

회복실로 옮긴지 2시간 30분 만에 드뎌 병실에 이름이 뜹니다.

앉아 있던 친척들이 "와!! 옮겼다. 가자!!" 하며 우르르 일어 나자 대기실에 있던 사람들. 깜짝 놀랩니다.

그만큼 우리 친척들이 많았지요 ^^;


<< 병실 >>

아빠가 이동 침대에 누워 병실로 들어 옵니다

헉!! 저 작은 남자는 누구란 말입니까........

온 몸에 주렁주렁 튜브를 달고, 알 수 없는 링겔 병을 주렁주렁 달고 들어 옵니다

저 울보쟁이 또 안 우나......하고 쳐다 보니 울 엄마, 아빠가 들을 까봐 소리 없이 울고 있습니다.

마취 약에 취해 자고 있는 아빠를 간호사들이 막 깨웁니다.

더 자면 안 된답니다.

막 어깨를 두들겨서 깨우더니 심호흡을 하랍니다

안 그럼 폐가 약해져서 평생 고생해야 한답니다.

그래도 그렇지........ 지금 막 수술실에서 나온 사람이 심호흡을 어찌 하누......

엄마랑 한 알은 맘이 약해서 못 합니다. 아빠가 아플까봐 깨우지도 못 합니다

남동생......... 잘 합니다. 아빠를 막 혼냅니다

울 아빠, 아프고 정신 없는 가운데 동생이 시키는대로 잘 하네요.

다른 환자들은 아프다구 막 소리 지르구 화내구 그러는데

장한 울 아빠 이를 꼭 물고 신음 소리 한 번 안 냅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 잠깐 나가 있을 때 한 알만 보았습니다

아빠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화장지로 살짝 닦아 주고 진통제를 눌러 주었습니다.

6시간 이상 같은 자세로 누워 있었기 때문에 피가 아래로만 흘러 응고 되어 있다구

팔, 다리를 주물러야 한답니다

온 가족이 팔, 다리를 붙들고 주무르기 시작합니다

동생은 여전히 잠 드는 아빠를 깨워 심호흡을 시킵니다

지독한 것.......

배를 다 열어 배 속을 다 헤집어 놓았는데 심호흡을 하라니.......

아빠의 팔, 다리가 그렇게 깡 마른 줄 처음 알았습니다

고향에 내려가면 반갑다구 안아주는 아빠에게 짜증만 냈지 한 번도 같이 안아 준 적이 없었습니다

주무를 수가 없습니다

살이 너무 없어서 아플까봐........


<< 우리끼리 >>

친척들이 다 가고 우리 네 식구만 덜렁 남았습니다

자꾸 자는 아빠를 깨워서 눈을 뜨라고 하니 어지럽다구 투정을 부립니다

아빠......애기 같애....

의사가 회진을 돕니다

눈도 안 뜨던 아빠.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우리 다 놀랬더이다) 의사를 보고는

손짓으로 얼마나 잘라냈냐구 묻습니다

다 잘라내구 장으로 연결 된 부분만 남았다구 말하네요

울 엄마 밖으로 나가는걸 보니 또 어디선가 울고 있겠지요

아빠.........다시 눈을 감습니다

생각보다 암이 많이 퍼졌다네요. 다 자를 수 밖에 없었답니다

수술 도중 가족을 안 부르면 다 잘라내는게 아니라더니, 왜 부르지도 않구 다 잘라냈을까요.......

눈을 감고 누워 있는 아빠의 마음을 생각하니 목이 꽉 막히게  아파옵니다

어디선가 울고 있을 엄마를 찾으러 나가야겠어요


<<  이 후 >>

끊임없이 찾아오는 친척들이 다 가고 밤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동생이 병원에서 잔답니다

엄마 얼굴이 하얗습니다. 이러다가 엄마까지 잡겠다구 제가 집으로 끌고 왔습니다


아침에 전화를 했더니 두 남자가 밤새 한 잠도 못 잤답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런데도 벌써 병실 복도를 3바퀴나 돌았답니다

오늘 20바퀴는 돌아야 한답니다

안 그러면 몸 속의 장기들이 서로서로 다 붙는답니다 (신기한 일이지요)

엄마랑 어기적어기적 걸어 다니고 있을 아빠 생각을 하니 하루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리고............ >>

넘의 집 넘이랑 헤어지고 가슴 아프다구 발광을 하는 동안

제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 집 남자가 제 곁을 떠나갈 뻔 했습니다

울 아빠의 위가 조금씩 죽어 가는 줄도 모르구, 그 까짓 이별이 머 그리 슬펐을까요.

정말 나쁜 딸년입니다.

현재 약 400명당 1명 꼴로 암환자가 발생한답니다

의학 기술이 많이 발달되어 있어서 옛날의 암과는 다르답니다

위암으로 위를 다 잘라내어도 장이 그 기능을 하기 때문에 조심만 하면 오래오래 산답니다

그래두요...........

이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술 마시구 늦게 들어와도 되니까 이런 병에는 안 걸렸으면 좋겠습니다

돈 많이 벌어서 울 아빠가 먹고 싶어 하는거 다 사주고, 울 아빠가 그걸 다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울지 않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엄마 딸이라서 울보인것도 닮나봅니다

 


헤어진 그 사람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가 아프다는걸 어디선가 들었나봅니다

오늘 회사가 끝나고 같이 아빠한테 가기로 했습니다

아빠가 많이 예뻐하던 그 사람을 보고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