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우편물을 배달하러 우체국 문을 나서는데 동료직원이 저에게 부탁을 합니다.
“대련리 한재마을에 가시면 채수남 할머니께서 소포를 보내신다고 연락이 왔으니까 받아 가
지고 오세요!” 하는 부탁에
“혹시 또 잊어버릴지 모르겠네 하여튼 잊어먹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하면서 등기 우편물
그리고 조금 큼직하고 무거운 소포우편물과 일반 우편물들을 오토바이에 가득 싣고서 우체
국 문을 나섭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가을의 들판은 풍요로움을 약속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설렙니다.
여기저기 누렇게 변해 가는 벼들을 바라보면서 더 이상 비만 내리지 않는다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오늘은 전남 보성군 노동면 옥마리 효자마을의 맨 끝 집에 사시는 신구님 할머니 댁에 제법
큰 소포가 있어서 할머니를 불러 봅니다.
“계세요! 할머니!” 하고 큰소리로 부르자 갑자기 대문 밖에서 “나 여기 있어! 누가 불러싸~
아!” 하시며 대답을 하십니다.
“할머니 댁에 소포가 왔으니까요 빨리 오세요!” 하는 저의 말에 할머니께서는 헐레벌떡 뛰
어오십니다.
“할머니 소포가 하나왔는데요! 도장 한번 찍어주시겠어요!” 하는 저의 말에 할머니께서는
“누가 소포를 보냈으까 소포 보낼 사람이 업는디!” 하시며 다소 의아해 하시는 눈치십니다.
그리고는 소포를 자세히 들여다보시더니 “으응 거그서 왔그마~안!” 하시며 주섬주섬 도장을
찾아서 내어놓으십니다.
“할머니 저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하고서는 저는 다음 마을인 금호리 영구마을로 달려갑
니다.
영구마을에서 옆의 마을에서 보내온 청첩장을 배달하고 다음 마을인 대여마을로 가기 전 우
체통을 열어봅니다.
요즘은 편지를 쓰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우체통이 필요가 없을 것 같으나 그러나 우체통은
꼭 필요한자리에서 언제나 나를 반겨줍니다.
시골마을의 우체통은 편지를 보내기 위하여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고 마을 주민들께서
전기요금이나 전화요금 또는 의료보험료 등 각종 공과금을 납부하러 면 소재지로 나가시지
못하는 경우 집배원들에게 납부해줄 것을 부탁을 하는데 그러나 집배원을 만나지 못할 경우
우체통에 넣어두시기 때문에 매일 꼭 한번 씩 확인을 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아 그냥 우체통의 문을 닫는데 누군가 저를 부르는 소
리가 들립니다.
“우체부 아저씨~이!”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방금 전에 소포를 배달 받으
셨던 옥마리 효자마을 신구님 할머니께서 땀을 뻘뻘 흘리시며 헐레벌떡 저에게 달려오고 계
십니다.
할머니 뒤에는 할머니의 따님이 방금 전에 제가 배달한 소포를 머리에 이고 할머니를 따라
서 달려오고 있고 “아니 할머니께서 왜 저러시지 무엇이 잘못되었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
스칩니다. 그리고 할머니께 대답을 합니다
“할머니 왜 그러세요? 무엇이 잘못 되었어요?” 그러나 할머니께서는 저의 말에는 대답을 하
지 않고 큰소리로 “금방 아저씨가 갖다 준 것 도로 갖고 가부씨요!” 하시는 겁니다.
“아니 할머니 왜 소포를 다시 보내시려고 하세요?” 하는 저의 물음에 할머니께서는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그라문 다시 반품이 안되까?” 하십니다.
“아니요! 할머니 반송은 시켜드릴 수 있어요! 그런데 왜 갑자기 소포를 반송을 하시려고 그
러세요?” 하고 물었더니 할머니께서는 조금 안심이 되셨는지 긴 한숨을 토해 내시며 저에게
말씀을 하십니다.
“참! 사람이 살다본께 별일이 다 있단 말이요! 먼자 은제 우리 집으로 전화가 왔데 뭔 약이
당첨이 되얐는디 그냥 소포 갑만 물문된께 받을라냐고! 그래서 받은다고 그랬제! 그란디 오
늘 소포가 와갖고 거그로 전화를 해본께 돈을 을마를 주라 글드라 25만원 잉가 을마를 주라
고 그라네 그란디 늙은이가 돈이 으디가 있어서 그 돈을 주껏이여! 그랑께 아저씨가 도로갖
고 가부러 나 그 약 안 묵을랑께!” 하십니다.
사실 저도 이따금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축하합니~이다!” 하는 음악과 함께 어디에 어떻게
좋은 건강 보조식품이 당첨이 되었으니 제세공과금만 부담하고 수령하라는 전화를 받고는
합니다.
그럴 적마다 저는 거절을 하였는데 할머니께서는 아마 건강보조식품을 받겠노라고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공짜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리고 공짜를 주면 그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삽니까? 무슨 흙을 파다 장사를 하는 것도 아
닌데 그런데 할머니께서는 그 말을 믿으신 모양입니다.
“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제가 반송시켜 드릴게요!” 하는 저의 말에 할머니께서는 후
련하시다 는 듯 입가에 가벼운 웃음이 번져나십니다. 그리고는
“아저씨 그라문 인자는 돈은 안 줘도 괜찬하단 말이제~잉?” 하시며 묻습니다.
“예? 돈은 무슨 돈이요? 그런 것은 필요 없으니까 안심하세요!” 하였더니 그때서야 할머니
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휴~우” 하시며 깊은숨을 토해 내십니다.
“할머니 소포를 반송하시려면 여기까지 오시지 마시고 저쪽 폐교 앞에서 저를 기다리시지
뭐하러 여기까지 달려오셨어요? 날씨도 더운데!” 하는 저의 말에 할머니께서는
“나는 아저씨가 가불문 안된께 아저씨를 만날라고 여그까지 쪼차왔제 내가 아저씨가 쩌리올
지 으추고 아껏이여 금메~에 나는 아저씨가 가분지 알고 죽고 살고 쪼차왔구만 인자 아저씨
만나서 저것 줘분께 살것네 아이고 징한 것들 늙은이들을 둘러 묵을라고 별짓거리를 다한구
만 잉 참말로!” 하시는 할머니를 바라보는 저의 마음은 정말 죄송한 마음입니다.
“할머니 괜히 저 때문에 기합을 받으셨네요! 아주머니까지 같이 기합을 드려서 죄송합니
다!” 하는 저의 말에 할머니께서는 “아따 별소리를 다하네 무담시 나 땀새 아저씨만 고생을
시키는구만 무단한 것을 실코 왔다가 갔다가 그랑께 내가 더 미안하제!” 하십니다.
“할머니 다음부터는 누가 전화로 무엇이 당첨되었으니까 받으세요! 하면 절대로 안 받는다
고하세요! 아시겠지요!” 하는 저의 말에 할머니께서는 “아이고 인자는 절대로 안 받는다고
그랄랑께 꺽정도 말어 내가 이 고생을 했는디 또 그라것어? 아이고! 징한것들!”하시는 할머
니의 주름진 얼굴에는 기나긴 세월을 살아 오시면서도 아직도 못다 벗은 깊고도 깊은 검은
멍에가 씌워져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 옵니다.
부디 건강보조식품에서나 또 다른 회사에서나 시골마을의 노인들은 상대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램입니다.
■노동면 옥마리 효자마을에는 신구님 할머니는 안 계십니다.
할머니의 실명을 밝힌다면 할머니께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실명을 밝히지 않았음을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여러분의 많은 이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