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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어울리지 않았던 결혼

바다 |2008.05.08 22:18
조회 42,772 |추천 0
어떤 결과가 한사람만의 일방적인 잘못일 수는없는거지만 남편과 절 비교하자면
제 잘못이 거의 대부분이란거 인정합니다. 어찌보면 남편은 피해자인듯..
전 아주 많이 변덕스러운 사람이고 생각도 짧고 유치하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그런 사람이거든요. 지난 과거에 얽매여 살아가게 되는거 정말 부질없고 한심한
일이겠지만 전 늘 제 어린시절이 억울하단 생각을 합니다.
제 나이 열살에 엄마가 가출했었고 열살밖에 안된 제가 밥하고 빨래하고 그러기
바빴습니다. 겨울이면 학교에서 불우이웃돕기 할때마다 반아이들이 쌀이며 생활용품
가져다주고 도시락도 싸주고.. 어린맘에 고맙단 생각은커녕 제발 좀 모른척해주지 하는
마음뿐이었던거 기억납니다. 그리고 분노로 가득한 아빠모습..
아빠에 대한 연민같은거 있지만 아직도 미움이 더 큰 이유는 그렇게 힘드셨으면 차라리
고아원에라도 맡겨버리지 어린 우리를 거꾸로 매달아 매를 때리고 겨울엔 찬물을
끼얹어가며 때리기도 하고 얼음이 어는 그 추운날 옷을 다 벗겨 쫒아내기도 했었구요.
눈에 고춧가루를 넣기도 했습니다. 그 어린애들이 잘못을 했으면 무슨 잘못을 그리 크게
했다고 지금 생각해도 어찌 그럴 수 있었는지 지금 이글을 쓰면서도 손이 부들부들 떨리네요.
그래도 아빠니까 엄마가 버린 우리 키워주신 아빠니까 아무도 미워하지 않습니다.
동생들.. 잘해드리지 못해 죄송스럽다 하구요. 어쨌든 고생하신 아빠니까요..
아직도 제 손에 아빠가 의자를 던져 살이 벌어졌던 흉터 그대로 있지만 저역시 연락 자주
못드려 죄송한 마음이 더 크구요. 이게 진심인거지는 저초차 모르겠지만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랄까요..


그러다 중학교 2학년때쯤 새엄마를 만났습니다. 엄마가 생기는구나 참 벅차고 마냥 좋고
어린 막내는 보자마자 엄마 엄마 부르면서 좋아 어쩔줄 모르고..
니들 아빠가 심하게 매질을 하니 잘못하면 차라리 내가 손대겠다며 처음으로
매를 들더군요. 말도 못하게 맞았습니다. 학교 끝나고 오면 책가방 다 쏟아서 검사했고
사춘기 겪는 제가 일기장에 나가고 싶다 라고 쓴 글을 볼펜으로 줄까지 쳐가며 니가 나가고
싶다 했으니 나가라고 아무리 매달리며 빌어도 발로 머리며 얼굴이며 사정없이 차면서
쫓아냈습니다. 설거지하며 남은 반찬 버렸다고 수채통에 있던 찌꺼기 꺼내 제 입에 막
쑤셔넣기도 했었고 여호와의 증인 왕국회관에서 집회때 대답을 안하면 집에 돌아와 이를
악물고 때리던것도 생생하네요. 그 여자 여호와의 증인이였거든요. 그래서 그 믿음 지키느라
아이들과도 생이별하며 전남편과 헤어졌다 하던데 우리들 때리느라 숨차서 씩씩거리다가도
전화오면 숨가다듬고 너무나 고상하게 여보세요 하던것도 기억나네요.
제 어린시절이 이랬습니다. 저도 모르게 절 정당화하려 이런 이야기까지 다 하고 있는건가
싶으네요. 늘 당하기만 하고 제 감정이란건 없는듯 했던 날들..


바보같이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그 여자가 무서워 한번씩 울컥할때마다 찾아가
가만두고 싶지 않은데도 마음뿐이구요. 겁이나서 못갑니다. 정말 바보같이 생각해보면 대체
뭐가 그리 무서운건지 모르면서도 본능적으로 얼마전까지 외출해 들어오는 그 여자의 소리와
비슷했던 소리가 밖에서 들려오면 깜짝놀라 벌떡 일어나곤 했네요.
그렇게 일찍부터 나와 혼자 살면서 만났던 제 남편.. 나쁜사람은 아닙니다.
만약 저같은 사람 안만났다면 참 잘 살고 있었을것 같은데 하필 저같이 상처 많은 사람을
만났네요. 제 남편 역시 어린시절 아버지 없이 자란 사람이라 제가 엄마역할을 모르듯 아버지
역할이란게 뭔지 잘 모르는것 같긴 하지만 타고나길 순하다 해야 할까요.
누구한테 싫은소리 한번 못하고 제가 아무리 화내고 있어도 밥먹고나면 컵에 물따라서 옆에
놔주고 가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기에 저한테 이렇게 당하고 사는지 모르겠지만요..
제 피해의식 고스란히 남편에게 가는듯 합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면서 속긁고 뭐든
제 마음대로만 하려 하고 대놓고 욕하고 무시하고 인신공격 정말 심하게 합니다.
10년을 넘게 살면서 따뜻한 밥한끼 차려준게 몇번 안되고 그렇게 많은 출장을 가도 옷가방
한번 들여다본적도 생일상 한번 차려준적도 없네요. 애처럼 툴툴거리고 화만내고 옆에 애가
듣고 있어도 할말 못할말 다 쏟아붓기가 다반사였구요.
남편에 대해 화가 나는것 보다 그냥 모든 상황이 화가 치밀고 불안하고 늘 신경이
곤두서있고.. 남편에게도 미안하지만 아이에게도 정말 미안하고 죄스럽습니다.
나같은 사람은 차라리 결혼이란걸 하지 말았어야 하는건데 말이죠. 제가 이랬으니 몇년전
남편이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릴만도 했을 거에요. 이해가 됩니다.


얼마전 남편이 그럽니다. 나두 존중받고 싶다고 너때문에 갈수록 바보가 되는것 같다구요.
다른 여자들은 어떤지 저같을지 궁금하답니다. 저같은 여자가 또 있을라구요..
차라리 헤어지는게 낫겠단말 합니다. 진심이 아니었다 사과했지만 남편 역시 아이에게
상처주는것만 아니라면 백번이고 헤어지고 싶었을거 압니다. 저 역시 지금이라도 놓아주고
싶은데 아이가 걸립니다. 제가 이렇게 정상이 아닌데 애를 어찌 키울 수 있을지 불안하고
그렇다고 남편에게 맡기자니 엄마없는 설움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답을 못찾겠네요.
엄마가 되고 아내가 되었지만 전 지금도 제 상처가 제일 아프고 이해받고 싶고..
요즘들어 나같은거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하는 생각도 자꾸 듭니다.
그냥 떠나버리고 싶기도 하고 어디 산속의 절로 들어가고 싶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제 맘속의 억울함과 원망을 던져낼 수 있을지 모르겠고 가끔 느닷없이 설움이
복받쳐 눈물이 쏟아집니다. 왜 살아야 하는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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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夏淚|2008.05.08 23:15
불행은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운명으로 받아 들였기 때문에 대를 이어가는 것이랍니다. 운명은 없어요. 스스로 만들어온 지금이 바로 미래의 운명일 뿐. 결국 지금 어찌 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거죠. 난 그대와 같은 이에게 쏟아지는 나약하다더니 혹은 삶의 의지조차 버린 동정받지 못할 인간이라느니 따위의 세간의 비난은 무지의 소치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습니다. 난 아직 님에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님은 자신의 문제를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어떤 경운 문제를 알아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버림받았다는 느낌,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피붙이의 학대로 인해 피폐해진 당신의 영혼은 어쩌면 혼전에 치유를 받았어야 마땅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난 지금의 그대를 정신병자로 분류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글로만 뵌 당신은 여전히 정상인보다 더 정상적인 사고를 하기 있기 때문이지요. 더하여 상상하기 조차 싫은 유년기의 상처는 지금의 대상 없는 분노와 공포로 둔갑하여 자제심을 잃게 하였으나, 통제되지 않는 난폭한 그 모습 뒤엔 또 어쩔 줄 몰라하며 내내 후회만 하는 착한 인성이 여전히 남아 있으니 아직은 포기하긴 이르다는 생각입니다. 어때요? 정신과 상담을 부부가 같이 받으며 한번 노력해 보지 않을래요? 아이에게 지금까지 준 상처는 지금 이후부터 바뀐 당신의 모습으로 충분히 보상될 수 있습니다. 다만 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조언드립니다. 산다는 거, 얼마나 훌륭하고 아름다운 일인지 모릅니다. 내일 다가올 일이 두려움인지 기쁨인진 결국 내가 어찌 기대하느냐에 달렸지요. 난 후자예요. 오늘 아무리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잠을 드는 순간, 늘 되뇌입니다. 그래, 아마 이게 마지막일 거야. 징벌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분노는 용서로 바꿔 잊어 버리고 자신보다 작은 것들을 사랑해 보세요. 꽃, 풀, 동물같은.. 그들을 친구처럼 생각하며 당신의 아픔도 이야기해 보고 가꿔 보세요. 조금은 도움이 되지 싶어요. C
베플소나|2008.05.1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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