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바로 저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전 경기도 군포시에 거주하는 32살 학원강사입니다.
5월 9일 촛불집회를 마치고 자주가는 사이트에서 글을 읽으며 아침까지 잠을 못 이루고 있을때, 이대로는 안된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그 중에 한 분께서 386 비스무리한 세대 모여보자라고 글을 올리셨습니다.
그 글에 의해 그나마 알바들 눈 피해보겠다고 네이트에서 채팅까지 하게 된 건 저를 포함해 총 7분.
그곳에서 일단 10일 청계천 소라광장에서 열리는 촛불문화제에서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눠보자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고 그래서 일단 수도권에 사시는 분들끼리라도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실제 5월 10일 촛불집회 현장에 직접 나오신 분들은 저까지 포함해서 딱 4분이었습니다.
막상 모여보니 실제 386 세대라고 부를 수 있는 분은 한 분, 나머진 저와 30살인 또 다른 한 분, 그리고 21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장 적극적이셨던 분 이런 구성이었습니다.
96학번에 사범대 여학생이었던(이미 오래 전 과거가 되어버렸네요.) 저로선 그 시기 선배들 손에 이끌려 나가본 대학 시위 몇 번의 경험이 전부입니다.
98년 이후론 거의 대학가 시위도 없어지다 싶이 했었고, 어느새 평화로운 촛불 집회가 많이 자리 잡았죠.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요.
솔직히 이번처럼 촛불 들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안된다는 생각 10년만에 다시 하게 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이렇게 30대가 되었다지만 앞장서서 민주화를 이뤄냈던 386세대와 저는 그래요 다르죠.
그렇지만 그때 저희가 모여서 한 이야기는 같았습니다.
"촛불 문화제"가 아니라 "촛불 잔치"라고까지 부르는 사람들이 생겨난 지금, 이대로는 안되지 않겠느냐.
이것만으론 안되지 않겠느냐.
불안하지 않겠느냐.
이명박이란 놈이 귓둥으로도 안 듣지 않겠느냐.
난생처음 누구 손에 이끌려서가 아니라 제가 먼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그렇게 직접 만난 저희 4명과 온라인상으로 모여주신 다른 3분들의 도움으로 저희는 까페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회원수 늘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까페 이름을 알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고라 곳곳에서도 올라오는 가두 시위나 가두 행진에 대한 의견을 댓글로만이 아니라 하나로 모으고 싶어서 말이죠.
예상외로 저희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는지 그래도 많은 분들이 까페에 가입해주시고, 글도 올려주시고...
10대에서 40대에 이르기까지, 학생에서부터 주부,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분들이 모이셨다는 것에 놀라웠습니다.
인쇄소를 하신다면서 먼저 선뜻 여러 경험을 말씀해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효순이 미선이때의 경험을 이야기 해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저희가 답답한지 먼저 나서서 지금 현재 그나마 가장 큰 단체라고 할 수 있는 안티이명박까페에 연락을 해보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께선 어디까지나 촛불문화제를 계속 열어갈 예정이라고만 하셨고, 그렇게 저흰 지금 현재 덜렁 혼자입니다.
저흰 그렇게 그저 처음 모였을 뿐이고, 아고라에서 답답해 하시는 분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그저 먼저 나섰을 뿐입니다.
단체를 이끄는 운영자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저 멍석을 깐 것 뿐입니다.
발도 넓지 않고, 능력도, 시간도, 경험도 부족합니다.
정말 많이 부족합니다.
때문에 그래서야 뭐 얼마나 모이겠냐? 뭐 얼마나 되겠냐? 라고 질타하시는 분들도 많으시더군요.
심지어 주최측도 없는 그런 시위 일정 참석하지 마라, 배후세력이 어딘지 모른다... 라는 말까지 하시는 분도 계셨구요.
답답합니다.
그럼 어쩌지요?
시민 개개인이 모여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면 안되는 겁니까?
처음부터 커다란 단체가 마련이 되어 있어야만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겁니까?
미약한 목소리는 부르짖으나 마나 입니까?
그럼 그냥 이렇게 죽치고 앉아서 커뮤니티에 글만 올리고 있어야 하나요?
주최가 없으니, 힘이 없으니, 발이 넓지도 않으니, 운동해 본 경험도 없으니... 앉아 있어야만 하나요?
누군가 제발 가두 시위 좀 시작해주길 바라는 글만 올리고 있어야 하는 거냐고요.
우습게 보셔도 좋습니다.
그래도 저흰 오늘 12일 낮 2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4명이든 7명이든 모여서 각자 준비해온 피켓 들고 개별 시위라도 할 겁니다.
도저히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평범하고 미력하지만, 일단 나와서 뭔가 해볼 겁니다.
그리고 앞서서도 말씀드렸지만, 저희의 이런 작은 움직임 하나가 기폭제가 되어 다른 큰 단체들이 가두 시위 일정을 잡는다면 저흰 그때 까페의 이름이 아니라 그저 한 시민의 이름으로 함께 할 것입니다.
무슨 안티이명박까페처럼 큰 단체 만들어보자는 게 아닙니다.
그냥 모여보자는 것 그거 하나일 뿐입니다.
그냥 모일 수 있는 장소 한번 마련해 보자 이거 하나일 뿐입니다.
저흰 14일에도 가두 시위 할 것입니다.
오늘이 기폭제가 되어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실 때까지 가두 시위 해볼 겁니다.
아직도 고양시 최씨 아저씨처럼 삶아 먹으면 되지 뭐가 문제냐? 라고 말씀하시는 저희 동네 어르신들, 아직도 정부를 믿는다고 손 놓고 계시는 분들, 인터넷을 하지 않아 실상을 전혀 모르고 계시는 분들을 위해 청계천에 틀어박혀 촛불만 흔들고 있기 보다는 눈에 띄어 볼 겁니다.
그러니 적어도 처음부터 안된다는 말 하지 마십시오.
폭력시위에 대한 우려도 하지 마십시오.
저를 비롯해 지금 모이신 분들 태반이 여자분들입니다.
저희가 경찰 왔다고 쇠파이프를 들고, 화염병을 들고 날 뛰겠습니까?
경찰이 저희를 막는다면 저흰 무리한 행진 따윈 하지 않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모두 나와 경찰조차 막지 못하느 경우가 아니라면 무리하게 굳이 앞으로 나아가려 하진 않을 겁니다.
그저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깨달아주기만을 바라며 거리로 나설 뿐입니다.
뜻을 같이 하시는 분들이 만약 계신다면 오늘 12일 낮 2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뵙겠습니다.
낮 5시엔 촛불문화제가 또 열린다고 하니 그곳에도 갈 예정이구요.
생각같아선 대학로에서부터 걸어서 청계천까지 가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분들의 참여가 필요하겠지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이라도 많은 분들을 오늘 뵙게 되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