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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subnect |2003.10.10 06:10
조회 702 |추천 0

 

         

 

국내에서선 국외에서건 -에로물-이라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명작임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스틸 컷이나 제대로 된 포스터 이미지  하나를 구하기도 힘드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이 영화를 홍보하는데 필요했던 에로틱한 이미지가

상당히 먹힌 탓도 있겠고,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높은 이유도 있겠지만 세계적으로 꽤 흥행했던 작품입니다. 지금의 미소년(?) 시점에서는 굉장히 동떨어져 있을 -미키 루크-를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 주었고 영화속의 감각적인 카메라 디렉터를 맡았던 -잘만 킹- 역시 그 가치를 이후 내내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죠.

1986년 작인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당시에는 저역시 매우 어린 편이라 실제로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던것은 94년의 일이였습니다. 그때까지도 국내에 미키루크의 팬이 굉장히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 영화속의 미키 루크가 얼마나 매력적이였는지 미루어 짐작이 가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굉장히 절제된 배경음악과 세피아조로 일관된 듯한 다소 암울한 느낌의 도시를 밑바탕으로 두 남녀의 Nine 1/2 Weeks 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끝나기까지의 9주 반- 인거죠. 67일 정도 될까요?

 

 

 

 실제로 영화는 홍보를 보고 찾아온 당시 관객의 기대를 충분히 보상하고 남을만큼 에로틱할 뿐 아니라

이 영화의 -에로티끄-는 그전의 영화들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을만큼 감각적이고 또한 파격적이기까지

합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음식물(?)까지 선정적으로 승화시킨 -잘만 킹-의 카메라 워킹은 대단한 찬사와 환호를 이끌어 내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그러한 부분이 이 영화를 흥행에 성공하게만든

가장 큰 힘이 된 것이죠. (물론 지금 보는 분들은 시시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러나 개인적으로 저러한 사실은 이 영화가 한편 실패하게 만든 요소가 아니였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작품에 대한 평가가 -선정-으로 너무 부각된 나머지, 정작 이 영화의 다른 부분들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게 만들어 정작 오늘날까지 명작으로 인식되었어야 할 작품을 일찍 잊혀지게 만든게 아닐까 하는 것이죠.

물론 이 작품의 에로틱한 부분 역시 보는 이에게 남겨지는 전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요소임에는

분명하지만  제가 지금 감상평을 결국 쓰게되는 이유는 이 영화는 제가 본 수많은 영화중

가장 잘 만든 -슬픈 사랑에 대한 이야기-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슬픈 사랑의 이야기-를 하나 더 예를 들자면 -로미오 이즈 블리딩- 정도일까요?)

 

킴 베이싱어, 혹은 킴 베신져라고도 불리는 배우가 연기한 극중의 여자주인공은 큐레이터를 하면서 혼자

살아가는 -아이없는 이혼녀-입니다. 어느날 그녀에게 굉장히 매너있는 듯하지만 엉뚱한 인연으로

한 남자-미키 루크-가 다가옵니다. 표면적으로는 솜사탕보다 부드럽고 달콤하지만 내면적으로는

매우 직선적이고 거친 이 남자의 일방적인 구애를 그녀가 뿌리치지 못하는 것은 모두가 한평생의 대부분의 살아가게 되는 피곤하고 지루한 일상속에서...역시 모두에게 평생 한번 혹은 두번 정도 있을까말까한 -영원으로 이끌어가는 사랑-이 이윽고 찾아왔음을 그녀가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남자는 사채업자라는 어두운 직업을 가진만큼이나 온통 베일에 가려진 어두운 과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어두운 과거가 그에게 남긴 상처는 결국 두 사람을 헤어지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감독인 -에드리안 라인-은 작품속에서 인간의 애정이 상처속에서 보상받아야 할 만큼의 결핍을 안고

있을때 그것이 결국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되었을때에도  정상적으로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하면 할수록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게되고마는 '파멸의 구조'를 영화속의 -나인 하프 위크-를 통해

매우 섬세하고 또한 아프게 잘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단순히 병적인 변태성으로만

보여질 수 있는 남자의 행각들이 결국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집착이며 또한

비뚤어지고만 애정의 한 형태였음을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헤어짐의 순간에도 둘은 여전히 사랑하고 있지만 여자는 그러한 남자를 떠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 영화의 맨마지막 장면을 떠올리자면 가슴이 저미어 옵니다.

이제 더이상 두사람은 서로를 만질 수도볼 수도 없고 어떤 아름다운 순간도 더이상 이어지지 못할 것입니다.

천천히 어둠이 내리고 자동차의 불빛이 선명해지기 시작하는 저녁의 도시에서..남자는 자신의 방에서

자신이 결국 만들었지만 감당해낼 수 없는 영원한 이별을 맞이하고 여자는 황혼의 거리ㅡ무심한 차들과

사람들 사이를 정신 나간 듯 헤메다가 울컥 눈물을 쏟고 그러면서도 계속 걸어서 그의 곁에서 멀어져 갑니다.

이렇게 가슴 아픈 장면을 제가 보아온 영화들 속에서 찾아보라면 더이상 예를 들기 힘들만큼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사랑을 잃은 이들에게 다가오는 더할나위 없이 피곤한 황혼과 혼자 내버려져

갇히게 되는 어둠-을 절절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형태의, 순식간에 타오르기에

죽어버릴 수 밖에 없는 아픈 사랑을 겪은 분들이라면 마지막 장면에서 울 수 밖에 없을 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사랑의 시작과 끝나기까지의 일기-라는 명료한 구성을 통해서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은 어쩌면 자신이

사랑해왔던 과정을 돌아볼 수 도 있을 것 입니다. 누구에게나 사랑은 우연히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다가와 첫만남의 신선하고 아름다운 나날의 행복한 시간을 거칩니다. 사랑은 마치 민들레 씨앗처럼 조용히 심장에 내려앉아 뿌리를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윽고 그 시간들이 행복했었다는 것을 뒤늦게 인지할 수 있게된 이후, 사랑을 심장에서 뽑아내야만 하는 이는 이미 지나치게 깊게 자신의 심장속으로 뿌리내린 사랑을 뽑아내려면 자신의 심장마저 찢어져야 한다는 것을 역시 뒤늦게 깨닫게 되고 마는거죠. 

우리가 사랑을 잃은 후, 마음이 찢어진다거나 뻥 뚫린 아픔과 허무함을 안아야 한다면

아마 저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를 오래도록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러한 부분의

동감 때문에 이 -에로물-이라는 누명(?)이 씌어진 영화를 보면서 눈물 흘릴 수 밖에 없었던

분들이 아닐까 합니다.

 

이 영화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처음 두 남녀가 만나는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첫만남의 신선하고 가슴뭉클한 순간을 이 영화처럼 감동적으로 그려낸 영화가 또 있을까요.

여자는 거리의 시장을 돌아보다가 정말 마음에 드는 스카프를 발견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에 멋적게 웃으며 돌아섭니다. 그러한 그녀를 그는 시종일관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윽고 첫대면이 지나가고 길을 걷던 어느 순간, 남자는 별안간 바바리의 주머니속에서

그녀가 사지 못했던 스카프를 꺼냅니다.

놀라는 그녀의 뒤로 돌아가 그녀에게 그 스카프를 둘러주며 뒤에서 포옹하는 남자는 속삭입니다.

-이게 우리를 이어 줄거야..-

 

나즈막한 피아노 소리 속에서 여자의 머리카락이 미풍에 휘날립니다.

지금 다시 보자면 참으로 촌티나는 의상과 배경의 영화이지만 이 장면에선 누구나 가슴뭉클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 아름다운 장면이였습니다.

 

이 영화를 찍은 이후, 미키 루크는 많은 영화를 찍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맙니다. 워낙

영화속의 인물만큼 방황이 많은 탓인지...알콜과 무질서한 생활속에서 얼굴도 몸매도

일찍 망가지고 말은 탓도 있겠지만 그를 둘러싼 에로틱한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였을까요

그에게 주어지는 배역들도 언제나 한정되어 있더군요. 

(Nine 1/2 Week )

(angel Heart)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미키 루크가 무명의 복서였던 시절을 반영하는 듯한 -자니 핸섬-이라거나

컬트 영화사의 영원한 명작으로 길이 남을 -엔젤 하트-등과 같은 뛰어난 영화속에서

보여준 그의  배우적 가치는 오늘까지도 부인하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슬픔은 슬픔으로 아픔은 아픔으로 달래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저로써는

누구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기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더욱 권장하고 싶은

슬픈 사랑의 이야기, -나인 하프 위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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