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그냥 이글과 관련이 될지는 안될지는 (퍼옴글.) 그냥 우리나라 실태죠..!!

지나가는 과객 |2003.10.14 02:53
조회 1,839 |추천 0
여성의 목소리가 있는 여성프로그램을 갖고 싶다
 

     우리나라 방송에서는 여성을 어떤 존재로 보여 주고 있을까? 이는 아침시간(보통 오전 8:30 ~ 정오 12:00까지) 에 일제히 방영되는 소위 여성, 주부대상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손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 TV모니터위원회에서는 방송 3사의 아침 방송 8편을 모니터하였다. 선정기준은 비교적 여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정했으며 모니터기간은 1월 8일부터 1월27일까지, 20일간이다.

아침방송 8편의 전반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부, 여성대상이라는 이 프로그램들조차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능동적, 주체적,완전한 인간으로 그리지 않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여성의 주된 관심사를 요리, 패션, 몸매, 가족의 건강, 자녀교육에 한정시켰다. 또한 여성에 대해 남성의 사랑없이는 살지 못하며, 자신의 일방적 희생을 통해 가족의 행복을 돌볼 때 진정 아름다울 수 있고, 외모가꾸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여성 또한 남성과 마찬가지로 사회,경제문제에 대한 관심도 병존하며, 온전히 가사노동만 하는 여성보다는 부업이나 시간제, 혹은 전일제로 사회적 노동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의 비율이 더 높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아침프로그램은 전업주부만을 대상으로 하기때문에 일하면서 겪게 되는 육아문제, 가사노동분담의 문제, 취업문제, 정치와 경제의 문제는 도외시하고 있다. 출연자의 성별에 따라 이야기하는 방식이나 진행자의 반응에도 차이가 나는데, 남성 출연자에게는 주로 그의 사회적 노동과 관련된 내용을 이야기하고(어떻게 성공했는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이를 위한 부인의 도움은 얼마나 컸는지 등) 여성 출연자에게는 가정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주 내용이다. 진행자의 질문이나 반응 역시 "여자로서 힘들지 않았느냐? 여자로서 대단한 일을 했다. 가사일과 바깥일을 동시에 잘 처리하고 있는가?"라며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능력, 자질을 가지지 못한 존재로 표현되고 있다.

     <행복찾기>(SBS)는 특히 여성의 관심사를 가족, 가정과 관련된 일에만 국한시켜 '여자는 남자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약한 존재이다.'는 이데올로기와 '여자들이란 이렇다, 저렇다.'는 등 여성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을 여과없이 전달하고 있다. 이는 진행자와 출연자의 대화를 통해서, 그리고 신혼 일기, 아빠 휘파람을 부세요의 내용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그야말로 시청률에만 급급한 나머지 방송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질이 낮은 단순 오락 프로그램이라 평가된다.

     1월 27일 방송된 <엄앵란, 이택림의 사랑방>(KBS 2)에서는 사회자 엄앵란씨가 출연자 방미(가수)씨에게 "늦도록 결혼도 하지 않고 부모 속을 썩였다"며 꾸짖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성우 송도순씨가 출연했을 때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송도순은 전혀 거론되지 않고 단지 효부 송도순으로만 집중시켜 진행되었다.

     <이경실의 세상을 만나자>(SBS)에서는 보편적 인간, 남성과 동등한 여성으로 세상만나기가 아니라, 단지 주부로서만 만날 수 있는 세상을 보여준다. 퀴즈나 세상 지킴이 코너에서도 여성은 소비자, 가사노동 전담인으로만 존재한다. 모든 여성이 주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노동자로, 가사경영인으로, 보편적 인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함께 표현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에서도 여성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여성이 부딪치게 되는 어려움은 아예 접어두고 우스갯 소리나 눈물짜기, 연예인의 사생활 듣기, 요리강좌, 옷 입는 법 강좌만으로 채워 지는 프로그램이 대다수이다. 그나마 몇몇 프로그램에서 기획되는 토론마당 역시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거나 현재의 성차별적 사회를 보다 평등한 사회로 만들어 나가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방송사측의 기획의도대로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면, 여성이 겪게 되는 사회문제, 여성문제에 대해 심도 깊고 적극적으로 다루는 기획방향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며, 출연자 선정에도 여성주의적 관점이 요구된다.

     한편 <엄앵란, 이택림의 사랑방>에서 이상구씨는 "좋은 마음으로 남편을 위해 일하면 그것이 바로 건강을 위한 것이다." "여자라고 하는 것은 다른 만족이 또 있어야 하나보다. 역시 한 여인일 수밖에 없다."라며 여성을 비하하고 여성의 남성에 대한 일방적 희생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오직 자식의 성공을 위해 전 인생을 바친 피아니스트 서혜경의 어머니가 출연하여 자식을 위한 헌신적 삶이 여성의 삶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셋째, 연예인은 여성문제에 전문가가 아니다. 연예인 일색의 출연진을 지양하고 여성문제를 연구하는 연구자나, 활동가를 보다 많이 출연시켜야 한다.

     선진국이라 분류되는 국가에서 방영되는 여성프로그램들과 비교해 볼 때, 정작 여성당사자는 말한 후 꾸지람을 듣고 가만히 앉아 있거나 따라 웃을 뿐이고, 여성문제를 연구하거나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는, 자신의 편견을 아무 거리낌 없이 내뱉는 연예인들에게 자리를 빼앗겨버린 한국 여/성/ 프로그램의 낮은 수준이 매우 부끄럽다. 연예인은 가수, 배우 등 자신의 역할이 있는 것이지 전문 상담가나 MC가 아니다. 자격미달인 연예인의 얼굴 끼워넣기가 하루빨리 사라지고 방송의 내용을 풍부히 하며 질을 높일 때, 그 방송의 시청률도 높아질 것이다.

     1월 24일 방영된 <아침마당>(KBS1) '마당기획'에서는 딸과 어머니사이의 갈등을 다루었다. 그러나 함께 생각해 볼 만한 좋은 주제를 선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여러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만을 늘어 놓는 동어반복과 정신과 의사의 섣부른 판단이 계속되어 아쉬운 점이 많았다. 만약 모녀간갈등과 애정이 생기게 되는 사회학적, 여성학적 분석과 배경설명을 겸했더라면 문제에 대한 이해와 해결방법을 좀더 많이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계진의 독점여성>(KBS2)에도 보조진행자나, 초대손님으로 장미화(가수), 양지운(성우), 남윤정(탤런트), 김성녀(연극배우) 등의 연예인이 출연했는데, 주제에 대한 인식부족과 보조 진행자로서의 훈련부족으로 프로그램의 질이 현저히 저하되었다. 1월 13일 방송에서 장미화씨는 억지 웃음을 끌어내려는 듯 한마디씩 던지거나, 시종일관 진지하지 못한 자세였다. 심지어 중국요리집에서 배달일을 하는 출연자에게는 "오빠, 마이크 요기 잡어. 떨지 말고."라며 가지고 노는 듯한 태도와 출연자의 말을 비웃는 등 수준 이하의 행동을 보였다.

     또, 11일 방송된 <행복찾기>(SBS)에서 보조사회자로 출연한 양택조씨는 매우 가부장적인 자신의 사고를 피력했는데('내가 보기엔 모두 영계다. 회교국이었으면 내가 모두 거느려 구제를 해주었을 텐데.', '여자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간섭이 싫다는 말은 결혼을 안하겠다는 이야기다. 자기 보고만 맞추라는 얘기다.' 등), 왜 이런 사람이 여성프로그램에 나와야 하는지 궁금하다.

     <아침마당>(KBS1)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여성의 주체적 목소리나, 여성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출연하는 편이지만, 21일 부부탐구에 출연한 엄앵란씨나 남궁옥분, 김인문씨 등은 여전히 내용과 별 관련없는 연예인얼굴 보여주기였다.

     무엇보다도 <엄앵란, 이택림의 사랑방>을 진행하는 엄앵란씨는 여성프로그램 MC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 "여성이란 갸냘프고 나약하고 힘이 없잖아요."라며 여성에 대한 기존 사회의 편견을 그대로 역설하거나, '기가 막히죠.', '쯔쯔쯧.', '옳지, 옳지.' 등 지나치게 과장된 반응으로 부자연스러움을 연출하기도 한다. 또한 좀더 사회적 접근을 해야 할 문제도 엉뚱하게 단순화시켜 버린다. "정성으로 남편을 대해야겠습니다.", "자식을 혼내지 말아야 겠습니다."라는 말로.

넷째, 여성 프로그램에서조차 여성 MC가 설 곳이 없다.

     선진국의 방송에서는 여성앵커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시사, 교양 프로그램도 매우 많으며, 남성 MC와 여성 MC가 동등하게 진행을 하며 여성이 주 진행자로 전체 진행을 맡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우리 방송에서 그런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여성프로그램에서조차도 남성이 주 MC이거나 단독으로 진행한다. 이는 단지 여성대상 프로그램은 여성이, 남성 대상 프로그램은 남성이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 방송의 남성중심, 가부장적 관행 때문이다. 전체 방송의 남성중심적 관행과 진행을 바꾸기 위해서는 여성 프로그램부터라도 여성 단독 MC, 혹은 여성 주 MC를 기용하여 남녀의 동등한 위치를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남성 MC는 남성의 입장과 견해를 대변하거나 여성의 이야기를 잘 이해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전 여자들 속을 잘 모르겠네요." 혹은 "전 여자가 아니라 그런거 잘 모르겠네요."라며. 여성 프로그램에서조차 여성이 설 자리가 없다면 여성이 설 곳은 어디일까?

     <이계진의 독점 여성>(KBS 2)은 오숙희씨를 비롯해 유지나씨까지 여성문제에 대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진행하면서 호평받았던 프로그램이다. 제목에서도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려 함이 드러나는데, 남성 MC의 이름이 제목으로 선정되었고, 남성 MC가 주 사회자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계진의 독점여성> 이라는 제목과 남녀 MC의 위치는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한다. 여성 MC에 의해 주진행이나 단독 진행이 이루어 진다면 현재와 같은 부자연스러운 진행은 보다 개선되리라 본다(남성 진행자의 여성의 심정과 현실에 대한 무지, 심정적 공감대가 부족한 속에서 파생되는 부자연스런 말조심 등).

     아침마당(KBS 1)에서조차도 정은아씨는 보조 MC로 위치지어 있어, 정은아씨의 탁월한 능력으로도 극복되지 않는 방송사 내 가부장제의 높은 벽을 또한번 확인하게 된다(예를 들면,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말은 이상벽씨가 주로 하고, 두 MC의 말이 동시에 나오면 정은아씨가 주로 양보).

다섯째, 상담과 논평을 위해 초대되는 전문가는 주로 남성들이다.

     <이계진의 독점여성>에는 신경정신과 의사인 이근덕씨가, 아침마당에는 김병후씨가 자주 상담을 위해 등장한다. 이들은 여성의 문제에 대해 사회적, 여성주의적 분석을 하기 보다는 철저히 여성을 비하했던 프로이트의 학설에 근거하여 분석한다. 또한 남성은 아무래도 존재조건으로 인해 여성문제를 피부로 느끼거나 접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한계가 있음에도 남성 신경정신과 의사가 주로 등장하여 속좁은 여자들간의 싸움을 너그러운 남성이 말리고 화해시키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진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더 높은 권력을 쥐고 있는 상담자는 대부분 남성이 차지함으로써 은연중에 성차별적인 역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여성을 보다 잘 이해하고 여성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여성 전문가의 출연을 더욱 늘림으로서,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전문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우리의 무의식 속에 각인시킬 수 있으며, 보다 풍부한 접근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본 모니터 위원회에서는 위와 같은 평가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의 등급을 정해보았다. 먼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프로그램은 <아침마당>(KBS 1)이며, <이경실의 세상을 만나자>(SBS), <여자를 말한다> (MBC)도 다음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가장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프로그램은 <행복찾기>(SBS)이다. 평가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아침마당>(KBS 1)은 여성이 부딪치는 다양한 고민을 함께 풀어보고 여성의 목소리를 억누르지 않고 들어보는 기획으로 흥미롭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1월 17일 마당기획을 통한 부부간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보여준 것이나, 21일 부부탐구를 통해 그동안 쉽게 이야기할 수 없었던 여성의 이야기를 함께 하려는 기획은 매우 좋았다. 시청자들과 방청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성도 토론을 활발하게 하여 더욱 생생하고 흥미있는 프로그램이 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경실의 세상을 만나자>(SBS)는 주제를 주부의 역할에 한정시키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잔류농약 검사, 주부취업 사기의 실태 등 여성이 겪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려는 시도가 좋게 평가되었다.<여자를 말한다> (MBC)는 여성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제기하고 해결책을 찾아 보려는 시도가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부정적 평가를 받은 <행복찾기>(SBS)는 오락 프로그램 그 자체로서 SBS의 상업방송다운 기획을 보여주고 있다. 대상을 주부와 여성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이들이 겪는 갈등이나 어려움에 대해서는 단지 지나가는 여담이나 우스갯 소리로 슬쩍 웃고 지나갈 뿐이며, 사회에서 여성을 억압하는 모든 원인들을 미화시키며 훗날 되새기는 추억거리로만 다루고 있다.

     방송이 우리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방송은 사회의 거울이라 할 수 있다. 여성 프로그램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과 왜곡을 일삼을 때, 이는 우리 사회의 여성의 위치를 보여 주는 것일 뿐 아니라, 또한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을 더욱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방송 관계자들의 각성 속에 하루빨리 여성의 목소리가 있는 여/성/프로그램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 TV모니터위원회,『평등』97년 4월호>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