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닷가 파도와의 술래잡기에 푹 빠진 사랑스런 조카들...
벗어놓은 슬리퍼가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줄도 모르고 마냥 즐거워하던 모습입니다.
지금도 사진속에서 그 천진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네요.
이 사진을 보고 있으니, 제가 조카들만한 초등학생이었을 무렵 여름 휴가지에서 겪었던
구슬픈(?) 사건이 생각나 적어볼까 합니다.
부모님과 남동생 이렇게 4명의 식구가 산중계곡으로 피서를 떠났을 때 입니다.
산 중턱의 차디찬 계곡에 터를 잡고 2박3일의 바캉스를 준비하게 됐죠.
여름에 계곡만큼 더위를 식혀줄만한 곳이 없잖아요.
그저 바위위에 앉아만 있어도 신선이 된 것 처럼 몸도 마음도 개운해지니까요.
그곳은 산중 계곡이라 다듬어지지않은 바위들이 빽빽했더랬습니다..
초등학생인 저와 제 동생은 당장 물속에 뛰어들어 수영을 했습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속에서 우리들은 세상을 얻은 듯 신이 났습니다.
수영은 전혀 못하지만 우리가 터를 잡은 그곳은 수심이 그리 깊지 않았기에
개헤엄, 물장구를 치며 마냥 즐거웠습니다.
그때 엄마는 이것저것 준비를 하시느라 혼자 저 멀리 텐트안에서 바쁘셨고,
아빠만 말썽꾸러기 우리 둘을 돌보시느라 계곡 바위위에 앉아 계셨더랬죠.
수영을 배워본 적이 없던 터라 나름의 개헤엄영법을 구사하면서 아빠에게
자랑스럽게 시범을 보였습니다. 아빠는 연신 잘하네, 잘한다 하시며
더더욱 저의 사기를 북돋아 주셨구요.
그렇게 물에 동동떠서 물장구를 치다가 어느 순간 발을 땅에 딛으려하자,
아차~! 발이 땅에 닿지를 않는 겁니다.
계곡은 수심이 일정치 않고, 물이 계속 흐르다보니 제가 놀던 수심이 얕던 그곳에서
물을 따라 떠내려와 제 키보다 더 깊은 곳까지 밀려 온 것이었습니다.
허걱~ 발이 땅에 닿지 않자 다급해진 저는 팔을 마구 휘두르며 가까이 있는 아빠를 애타게 불렀습니다.
그러면 슈퍼맨처럼 당장 달려와 저를 물속에서 끌어올려줄 줄 알았던 아빠의 입에서는
"그래~잘한다...""잘하네~"
엥?? 아빠는 제가 헤엄을 치며 봐달라는 줄 알았나봅니다.
다급해진 저는 발이 땅에 닿기를 바라며 발을 동동거리고 빠지지 않으려 손을 마구 휘져으며
연신 아빠를 불러댔지만...
제 귀에는 아빠의 웃음소리와 "잘하네"라는 말만이 메아리처럼 울려퍼지기만 했죠.
그러길 1분 여... 홀로 물과의 사투를 벌이던 저는 드디어 발이 땅에 닿는 곳에 안착을 하게 되었습니다.
눈에서는 눈물이 마음속에는 애꿎은 아빠에 대한 배신만이 가득했습니다.
더군다나, 살아보고자 어찌나 발을 동동거렸던지, 발이 온통 계곡 바위에 찢겨
발가락 여기저기서는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습니다.
물밖으로 나온 저는 마구 울어댔고, 그제서야 저희 아빠는 상황파악을 하시고 저에게 달려오셨습니다.
아빠가 어찌나 밉던지...그리고 얼마나 서럽던지...
애꿎은 아빠에게 계속 등을 돌리며 울었습니다. 제 짐작대로 아빠는 제가 수영 잘 하니까
칭찬해달라고 자꾸 불러대는 줄 알았답니다. 그리고는 미안한맘에 어찌할 바를 몰라하셨죠.
여기저기 짖겨져 만신창이가 된 발 덕분에, 전 2박3일간 계곡 물속으로 다시는 들어갈 수 없었고,
그저 바위위에서 하늘을 쳐다보며 아빠에 대한 배신감을 삭히며 용서의 마음을 키워야 했습니다.
아빠 역시, 다친 발때문에 신발을 신을 수도 없고 걸을 수도 없었던 저를 계속 업고 다니며,
그 1분여의 무심함의 대가를 치뤄야만 하셨구요.
지금도 그때의 이야기를 하면 아빠는 멋적은 웃음을, 저는 사알짝 원망의 눈초리를 보내곤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