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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병시절

hanygo |2004.06.13 16:37
조회 1,270 |추천 0









대한민국 해병 제548기! 1986년 5월 어느 날 포항훈련소에 입대... 훈련소를 수료하고 서해 최북단 백령도로 배치... 그 때까지 백령도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난, 지도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한땅 해주 코앞에 있는 것을 보고 "이제 난 죽었다."를 연발... 하지만 야간을 틈타 도착한 백령도 앞바다는 고요했다... 해안가에 줄지어 서있는 군인들만 없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을... 육지에서 신병들 온다는 소식에 똥폼은 다잡고 나왔는데 우린 그들이 괴뢰군인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해병대 특유의 군복이 보급이 안좋아서 그런지 낡아서 북한군복으로 착각을 한 것이다. 아무튼 백령도의 첫인상은 그랬다... 소청도에서의 이병시절 백령도에서 대청도로 대청도에서 소청도로 다시 부대배치를 받았다. 소청도에서의 이등병생활은 한마디로 실수의 연발... 그곳은 6~8명씩 분대로 나누어 해안가에서 가족처럼 생활하는데 주계병(조리병)이 따로 없어 쫄병은 무조건 밥을 해야했다... 밥할 줄 모른다고 서러움 많이 받았지... 어느날, 저녁을 먹고 설겆이를 한 뒤 밥솥은 물에 불려 씻을려고 막사앞에 있는 우물에 두고 그냥 잤다... 그날 저녁(1986년8월 어느날) 태풍이 서해로 무단침입했다... 그 태풍의 이름이 무언지는 몰라도 엄청나게 타격을 주고 물러갔다. 밤에 고참이 깨워 일어나보니 머리맡으로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는게 아닌가? 막사한쪽문으로 빗물이 넘쳐들어와서 저쪽문으로 콸콸 흐르는 것이다. 쫄따구 혼자 아래침상에 놔두고 고참들은 이층에 다 올라가있는게 아닌가... 떠내려갈까봐 겁나서... 해병대 고참이 말이야... 정말 웃겨! 올라가려면 쫄따구도 데리고 가지... 뜬눈으로 밤을 새고 밥을 할려고 우물가로 갔더니.... 황당...⊙_⊙ 띄웅~ 눈 티어나오는 줄 알았음.. 우물이 온다간다 말도 없이 사라진게 아닌가! 난 어쩌라고...? 가면간다고 귀뜸이라도 하고 가면 놀라지나 않지... 어제밤 쏟아진 비에 산사태가 나서 우물을 싹쓸어버린게 아닌가... 아이고 오마니!!!! 산쪽을 향해 뒤돌아보니 정말 어제밤에 죽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막사를 살짝 비켜서 산사태가 난게 아닌가 ! 1~2미터만 옆으로 더 갔다고 상상하니 다리가 후들후들... 하지만 그렇게 상상속에 빠져있을 여유가 내겐 없었다...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사실도 아는지 모르는지 고참들은 밥을 달라는것이다.. 밥? 밥! 그래 밥을 해야지... 근데 뭘로 하지 솥이 없는데... 솥이 떠내려갔다고 하니 고참들 이런 멍청한 쫄따구때문에 고참들 아침굶게 생겼다고 난리를 피워댔다... 왜? 솥을 우물에 두었냐니... 설겆이가 하기 싫어서 잔머리 굴린다고 받은 설움을 생각하면... 흐흐흑 손바닥만한 섬마을에 소문이 쫙~ 퍼졌다. 난 완전히 그섬에서 낙인찍혔었다... 고참을 굶긴 해병대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쫄따구라고... 하하하... 역사에 남아있는지 몰건네... 대청도에서의 일병시절 군대에서 고등학교선배를 만나기가 그리 쉬운가? 도시의 명문고나 학생이 많은 학교는 그럴 확률이 높겠지... 내가 나온 학교가 시골의 이름없는 학교이고... 대한민국 군인 중에 해병대가 가장 적은 숫자이고... 바다 멀리 최북단에 있는 작은 섬나라에서 고등학교 선배를 만날 확률은.. (엠파스 지식검색에 한번 물어봐) 그러나 나는 만났다... 고등학교 선배를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남은 군대생활 앞날에 한가닥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 희망이 무언고... 난 그때 일병 말호봉이었는데 그때까지 막내였다... 지질이도 쫄병복이 없어서.... 쫄병을 받을 유일한 희망은 그 고등학교선배가 전역하면서 내쫄병이 들어오는 길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선배의 직책은 대대정보병이었기 때문에 자기가 후임을 추천할 수가 있었다.. 추천하면 대부분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그런데.... 이 선배가 전역하면서 날 완전히 배반해버렸다... 후임으로 내쫄병을 뽑은게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고참을 뽑은 것도 아니고... 바로 바로! 내바로 한기수 위의 고참을 뽑은 것이다.... 해병 547기... 으악 !!!!!!!! 돈다... 돌아.... 어떻게 저런 선배가 다있냐? 해병 1기수는 15일 차이다... 누구 약올릴려고 작정했는지.... 지금도 그 선배를 생각하면 자다가도 식은 땀이 흐른다... 길가다 우연히 만나면 한마디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꼴통 선배! 백령도에서의 상병시절 세월은 흘러 쫄병도 많이 들어오고 여유가 생겨 군대생활을 만끽하고 있을 때... 88올림픽이 일년쯤 남아 있을 쯤... 또 하나의 군대생활 전기를 맞는다. 올림픽을 대비해서 일개 중대만 남기고 부대를 백령도로 옮긴단다. 이미 백령도에 부대를 다만들어 놨단다. 근데 새로 옮기는 부대의 성격이 나를 놀라게 했다... 예비대대... 6여단 최고의 전투부대... IBS대대(고무보트대대)... 정말 흥분되는? 수사들이다... 그때 내머리를 스치는 넋두리 한구절... "씨~벌 ! 군대생활, 이제 시작이잖아." 87년 10월쯤인가? 정든 대청도, 소청도를 뒤로 하고 백령도로 왔다... 훈련소에 다시 온 기분이었다... 여기저기서 군가소리, 훈련소리, 기합소리, 정신이 아찔~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10km구보는 기본, 추운날씨에 야간 훈련 등등... IBS훈련 중 바닷물에 들어가 기합받기는 밥먹듯이... 백령도는 일년중 7개월이 겨울이다...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가 겨울이다... 이시기에 바닷물에 들어가면 바늘로 살갗을 콕콕 찌른다고 보면 된다. 이때, 한가지 위안은 훈련뒤 따뜻한 내무반에서 팬티만 입고 취침하는 것 뿐... 그동안 대청도, 소청도에서의 겨울은 정말 지옥이었다... 내무실안에서 잠잘때는 거의 에스키모인이었다... 내피를 입고, 훈련복을 입고, 외투입고, 양말신고, 방한복입은 채로 침낭에 들어가 코만 살짝 내놓고 잔다... 그래도 추웠다. 그런데 백령도의 새막사는 한겨울에도 팬티만 입고 다녔다... 정말 따뜻한 겨울이었다... 지금 !! 그 겨울이 그립다... 88년 올림픽은 무사히 끝났다... 15일 뒤... 대한민국 548기 일부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눈물겹도록 정든 백령도를 떠나기 위해 연락선에 몸을 실었다.... 동양에 두곳밖에 없다는 사곳 천연비행장을 바라보며, 심청이가 죽어 연꽃으로 태어났다는 연봉바위를 멀리한 채... 16년이 지난 지금! 소나기가 밀려간 뒤, 구름사이로 비치는 소청도... 자욱한 해무에 둘러쌓인 대청도의 부둣가... 숨을 헐떡이며 구보로 넘나들던 모래언덕... 장엄한 형상몰들로 줄지어 서있는 두문진... 긴 뱃고동소리를 내며 갈매기떼를 달고 정다운 사연들을 싣고오던 경기호,옹진호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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