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프랑스 출신 골게터 티에리 앙리가 반인종차별주의 (anti-racism) 대사에 임명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프 블래터 회장은 최근 프랑스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축구 그라운드에 인종차별주의가 확산되는 건 곤란하다”며 앙리를 대사로 임명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FIFA가 대사라는 상징적인 자리까지 만들게 된 것은 그만큼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가장 골칫거리는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을 겨냥해 야유를 퍼붓는 관중들입니다. 지난 해 유럽 프로리그에선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관중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들은 흑인 선수들이 공을 잡으면 원숭이 울음소리를 낸다든지 하는 식으로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노골적으로 보입니다.
지난 해에는 영국의 한 축구팬이 흑인 선수들을 조롱하다가 10대 소년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법원은 그에게 180시간의 사회 봉사 명령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스페인과 잉글랜드간의 평가전에서도 스페인 관중들은 비슷한 행태를 보였습니다. 특정 인종을 비하하는 구호를 외친 겁니다. FIFA는 이를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스페인 축구협회에 6만5000유로의 벌금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국적이긴 하지만 흑인인 앙리 자신도 최근 인종차별적 발언의 희생양이 된 적이 있습니다. 스페인 국가대표팀 감독인 루이스 아라고네스가 지난해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 앞서 대표팀을 훈련시키던 도중 앙리를 가리켜 “그 검둥이”라고 발언한 겁니다. 그는 스페인팀 스트라이커인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에게 “그 검둥이 보다 네가 낫다고 외쳐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앙리가 슛을 날린 볼이 빗나가자 아쉬워 하고 있다.
그가 또 레예스를 “집시”라고 지칭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파문이 확산되자 아라고네스 감독은 “내 친구들 중에도 집시와 흑인은 많다”며 사태 무마에 나섰습니다. 그는 “인종에 대한 편견은 없다”며 “단지 레예스에게 앙리보다 나은 실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주입시키려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영국의 외무장관이 직접 스페인에 항의하는 등 적잖은 파장이 생겼고 아직도 파문은 가라앉지 않은 상태입니다.
FIFA의 블레터 회장은 그런 저런 일들을 염두에 두고 앙리를 반인종차별주의 대사로 지목한 듯 합니다. 게다가 앙리는 진작부터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행동을 보여왔습니다. 지난해 말 열린 ‘FIFA 올해의 선수상’ 행사에 그는 재미있는 모양의 팔찌를 하고 나타났습니다. 흰색, 검은 색 고리가 어우러진 팔찌였죠. 앙리는 그 자리에서 축구팬들을 향해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이 90분 동안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인종 차별적 발언이 앙리에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16골로 득점 선두를 달릴 정도로 뛰어난 플레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앙리의 호소는 관중들의 야유에 혹시 영향을 받을 지도 모르는 동료 선수들을 대신한 것으로 보입니다. FIFA의 대사가 될 자격이 충분이 있는 선수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