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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가..(1초의 기억..)

그림장난 |2003.10.24 00:22
조회 838 |추천 0

 

제 나이 27년하고 1개월 되던 어느날 있었던 일입니다.


아침 잠이 많아 늘 비몽사몽으로 출근을 하던 저는, 그날도 어김없이 비몽사몽을 유지하며

익숙해진 내 몸의 이끌림을 따라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내렸습니다.

평소대로라면 버스에서 내린 후, 몇걸음 걸어서 신호등 없는 회사앞 횡단보도에 서있다가,

차량 드문 틈을 이용해 홀라당 건너서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이 익숙한 그림입니다.


그러나 문제의 그날, 회사앞 횡단보도에 서는 것까진 평소와 같았습니다...

혼자 있을 때, 더군다나 아침이면 뇌가 “무”의 상태가 되는 특징이 있는 저는

차량에는 별신경쓰지 않고, 길 건너는 사람들 몸짓만 바라보다 그저 따라가곤 했었기에

그날도 아~무생각없이 눈만 껌벅이고 있다가... 잠시 딴생각을 했었나 봅니다....--"

사람들 몸짓의 기미를 느끼고 놀라서 옆을 보니,

이미 그들은 횡단보도의 삼분의 일을 건너가고 있지 않겠습니까.

나름대로는 부랴부랴 따라 건넜지요...

말이 부랴부랴이지 행동도 어지간히 느려, 이미 앞서간 무리들 틈에 낑기긴 역부족이었나 봅니다...


암튼 열라 쫒아가고 있는데...정확히 좌측 10미터 근방에서 위험이 감지됨을 느꼈습니다.

예사롭지 않은 느낌에 고개를 좌측으로 돌리는 순간........퍼억!! 휘익~...철퍼덕!!!

제 의도와는 상관없이 제 몸이 살짝 날아 한바퀴 회전하더니만, 온몸으로 착지하는 것이었습니다...

매트도 아닌,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아프고 놀라기도 했지만....

더 큰건 어찌할 수 없는 쪽팔림이었습니다....차라리 정신을 잃던가.....--”......

흰색 아반떼에서 안색이 하얘진 남자가 허겁지겁 나오더군요...

그리고 어딘가에서 그 장면을 목격한 목격자가 저보다 더 놀래서 달려와 저를 부축하고,

종합병원 응급실로 실려갔지요...

응급실의 젊은 의사가 부딪친 쪽 다리를 올려보고, 땡겨보고 하더니 동네병원으로 가랍니다...--“

이런저런 절차를 거친 후, 사무실로 돌아오며 헛웃음이 났습니다...

이건 또 내인생에 뭔 이벤트래....--“


사무실로 들어서니, 동료들의 야유와 격려가 쏟아졌습니다.

야유라 함은 “너 또 멍청히 정신놓고 있었지..?”..뭐 이런류이고,

격려라 함은 일반적인 멘트들 “괜찮아~?”로부터 시작하여

저 길디길고, 차량 꽤나 많은 횡단보도에 신호등 하나 안 밝혀주는 모모구청을 비난하는 발언들까지...


태어나 첨 해본 경험(?)이라 정신 쏘옥 빠져 있던 저는, 동료들의 걱정스런 눈빛과 위로에

안정을 되찾았고, 급기야는 필이 올라 마치 생사를 불사르는 치열한 전장에서

무사귀환한 용사처럼 갖은 폼을 잡으며, 내가 얼마나 큰 위험을 겪을 뻔 했으며,

이리 무사히 살아온 건, 아마도 하늘이 내게 준 예사롭지 않은 운명일거라 썰을 풀어 대었습니다...--“


오바액션까지 보태 짧은 사건보고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지만,

제 몸은 여전히 아반떼와의 원치 않았던 접촉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책상 위에 올려진 손은 살짝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그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여기서 “그”는 좋아하는 수면시간까지 줄여가며

3년째 해석해보려 애쓰던 제가 사모하던 남자입니다.


그가 내게 다가오는 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그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주변 동료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그와 나만의 공간이 생기며, 제머리 속은 바빠집니다.

‘무슨 말을 건넬까, 표정은 어떻게 지어야 하나,

그의 어디에 눈을 고정시켜야 하나...’라는 생각들로 제 정신은 혼미해집니다....--“


그날은 날이 날인지라 그의 인기척을 느끼자

괜시리 서러움이 복받치고(왜 서러운지 지금도 모름..)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잔뜩 기대를 하며,

그 짧은 시간에 오만가지 생각으로 혼자 소설을 쓰고 있었습니다...

‘내 이벤트에 대한 얘길 들은게야(근무하는 층이 달랐죠)...속상할 것이야...

아마도 안타까운 눈으로 내게 따스한 위로의 한마디를 해주겠지...아...그럼 뭐라 대답해야 하나...

목소리 있는 대로 깔고...‘괜찮아요’...해야 하나....

아님, 엄살 좀 심하게 부려가며, 열라 아픈척 해야하나..‘

이런저런 생각에 남몰래 안절부절이었지요....--;;


그가 다가올수록 심장박동수는 빨라지고,

얼굴은 누가 뭐랫다고 저절로 붉으스레해지고,

모든 감각기관은 그를 향해 곤두세워지고,

겉으로는 짐짓 관심없는 척, 엄한 모니터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지요.

드디어 내 코앞에 다가온 그남자...한마디 하더군요....

 

“너... 원더우먼 됐다며?”....--;;

“제대로 돌았다던데?....--;;

 

이러언~~C....--“


제 27살 1월에 내하루 24시간중 적어도 12시간 이상을 투자했던 남자에게서 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한마디였습니다....--“.....‘원더우먼 됐다며’....--


지금은 그 인간 뭔옷을 즐겨 입는지, 여자 연예인은 누굴 좋아하는지,

몇시에 잠드는지, 뭔영화를 감명깊게 보았는지, 뭔노래를 즐겨부르는지,

삼시세끼는 챙겨먹는지, 아무것도 모릅니다...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바보는 싫거든요....--“ 


그가 내 기억의 밭에 뿌려놓은 물이 다 말라버려 선심쓰듯 제 스스로 물을 줍니다...

바보같은 넘.....--“



*** 게시판에 올라오는 사연을 읽다보면 저절로 나오는 말이 “바보같애..”입니다.

저는 뭐 잘났다고....--“.....생각해 보면 바보가 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사랑 진행중에는 사랑해서 바보가 되고, 헤어진 후에는 못잊어서 바보가 되고...

바보가 되기 싫어 갖은 잘난척을 하다가 지금은 엄청시리 후회하는 저도 참 바보인 것 같습니다.

교통사고 내용으로 3분의 2가 채워져 있지만, 정작 제가 말하고픈 것은 그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네요...

그리움조차도 제대로 표현이 안되니.....내맘의 십분지 일이라도 제대로 보여주기나 했을까요...

영원한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나 상상속의 사랑에서만 가능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 사랑하는 동안은 사랑에 충실합시다..

상대방의 사랑을 당연히 내가 받아야 될 몫이라 생각하고 자만하지 맙시다...

흔히 널린게 여자요, 남자라 하지만...아무나 그렇게 소중하게 나를 아껴주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늦가을에는 헤어지지 맙시다...넘 춥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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