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인천시 주안동의 모 PC방 종업원 김 모(19)군은 가정주부의 외도를 취재하기 위해 방문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 군은 “최근들어 게임과 채팅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주부들이 많은 것 같다”며 “낮 시간대에 주 이용객 10명 중 4명은 주부들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군은 이어 “(PC방을 찾는 주부들이) 남편과 아이들이 집에 없는 오전 시간부터 그들이 돌아오기 전인 오후 시간까지 PC방에서 미동도 않고 게임에 빠져 있는 경우도 있다”며 “저렇게 인터넷게임에 중독돼 있어서가정생활이 제대로 이루어질까 의심이 간다”고 걱정했다.
PC방을 찾는 주부들. 이들은 거의 가정을 내팽개치다시피 하고 있다. 그들은 왜 PC방을 통해 일탈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시사서울>에서 심층 취재 해봤다.
인터넷 늪에 빠진 주부들
지난 17일 오후 1시, 인천시 구월동의 모 PC방. 학생들은 학교에 있을 시간이고 일반 직장인들은 회사에 있을 시간이다.
기자는 PC방이 한적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예상은 가볍게 빗나갔다. PC방은 인터넷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이 PC방의 경우 전체 좌석은 58석. 그중 43석에 손님들이 앉아 있었고 주부들은 이 가운데 24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주부들은 인터넷 고스톱, 포커와 같은 도박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모 인터넷 사이트의 고스톱 게임을 즐기고 있던 주부 김 모(34)씨는 “남편은 출근하고 아이들도 학교에 간 터라 심심해서 PC방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씨의 모습을 줄곧 지켜보니 심심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그녀의 말은 신빙성이 없어 보였다.
그의 옆에 수북히 쌓여 있는 담배꽁초들과 누적시간 4시간을 알리는 요금표는 피시게임에 지나치게 열중해 있는 김 씨의 모습만을 대변해줄 뿐이었다.
“PC방에서 주로 몇 시간씩 게임을 하냐”고 기자는 돌려서 물어봤다. 이에 김 씨는 “남편을 출근 시키고 난 후 오전 9시부터 남편이 돌아오기 전인 오후 4시까지 게임을 즐긴다”며 “집에서 할 일 없이 앉아 있을 바에야 게임방에서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씨의 설명과 달리 그에게 있어 PC게임은 단순히 즐기는 목적이 아닌 듯 보였다. 기자가 시간을 두고 지켜본 결과 김 씨가 고스톱 게임으로 벌어들인 e머니를 인터넷 모 사이트를 통해 현찰로 거래 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단순 게임이 목적이 아니고 돈벌이가 목적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 씨는 당황한 듯 “게임도 하고 돈도 벌면 일석이조지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김 씨는 이어 “게임도 하나의 이익창출 수단이다. 남의 돈을 훔친 것도 아닌데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불쾌하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도박게임에 빠져드는 주부들
이 PC방의 종업원인 박 모(21)군은 김 씨처럼 “게임으로 돈을 벌려는 주부들이 매일 같이 PC방을 찾는다”고 말했다.
박 군은 “그동안 쭉 지켜보니까 도박에 빠진 아줌마들이 많다. 지금 이곳을 찾는 주부들의 80%는 인터넷 도박으로 돈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바다이야기 사건이 터지면서 동네 게임장을 찾던 주부들이 PC방으로 몰리고 있다. 덕분에 낮 시간대에 피시방은 호황을 이룬다”고 언급했다.
박 군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이 PC방을 드나들던 주부들을 기자가 관찰해 본 결과 대부분의 주부들은 장시간 게임에 열중하며 e머니 채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 18일 서울시 논현구의 모 피시방에서 만난 주부 김 모(43)씨 역시 PC도박게임에 중독되어 있었다.
하루 6시간 이상씩 고스톱게임에 열중한다는 그는 “계속되는 인터넷 도박게임 때문에 집에서도 고스톱 생각만 나고 게임 효과음만이 머릿속을 맴돈다”며 “인터넷 도박 게임이 잘만 하면 괜찮은 벌이가 되는 것을 알고부터 매일같이 PC방으로 출근한다”고 말했다.
그럼 왜 주부들은 인터넷 도박 게임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주부들의 ‘게임방 중독 증상’을 ‘도박 중독’과 마찬가지로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빛나는 여성’의 최연희 간사는 “전형적인 가정주부들이 남편도 있고 애까지 있는 상황에서 PC게임에 몰두하는 것은 틀림없는 중독 증상”이라며 “현찰 거래가 가능한 인터넷 게임 자체가 도박으로서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간사는 이어 “주부들이 PC도박게임에 열중하는 것은 일반 도박과 똑같은 피해를 가져 온다”며 “가족관계의 소홀함과 재산적 피해. 심한 경우에는 가정 해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회참여가 저조한 주부들의 현실이 PC게임 중독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강조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인관계를 넓히며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 정부차원에서도 게임규제, 등록제 같은 극단적 방법이 아닌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 장기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을 통한 주부들의 일탈 행동
인터넷을 통한 주부들의 일탈행동은 도박게임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인터넷 채팅을 통한 즉석 만남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난 18일 오후 3시, 모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는 ‘기혼자들의 만남. 번개 가능’이라는 제목의 채팅방이 개설돼 있었다.
기자라는 신분을 속이고 채팅에 참여한지 얼마되지 않아 서울시 신림동에 사는 주부 임 모(37)씨를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을 두 아이의 엄마라고 소개한 임 씨는 남편과 아이들이 없는 시간을 틈타 채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미, 거주지, 직업 등 갖가지 신상정보를 서로 주고받으며 임 씨와 1시간 가량 채팅을 하던 기자는 당일 저녁 9시에 서울시 여의도에 위치한 모 술집 앞에서 만날 것을 제안하고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임 씨 역시 제안에 응했다.
결국 기자는 나이보다 한참 앳돼 보이는 임 씨를 만날 수 있었고. 같이 술을 마시며 대화가 오고가기를 2시간 여. “이제 집에 들어가야 하지 않느냐”고 기자가 묻자 임 씨는 “오늘 외박이 가능하다”며 같이 있어 줄 것을 요구했다.
채팅에 빠진 주부들 상당수가 불륜을 저지른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가정파탄’에 까지 이르고 마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는 것이다.
기자는 최근 인터넷 중독에 빠진 또 다른 주부 황 모(38)씨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그는 최근 채팅을 통해 만난 남자와 사귄 뒤로 집안일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매일같이 부부싸움을 벌여 결국 ‘가정파탄’이라는 비극을 맞게 됐다고 털어놨다.
황 씨와 마찬가지로 기혼여성들이 ‘즉석만남’을 목적으로 인터넷 채팅을 이용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최연희 간사는 “광범위한 통신망을 자랑하는 인터넷이 빠르게 확산됨과 동시에 이를 범법행위로 이용하는 사람 역시 빠르게 늘었다”며 “주부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만남을 갖고 성행위를 하는 것은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간사는 이어 “주부들이 인터넷을 통해 일탈행동을 꿈꾸는 것은 무엇보다도 가족 간의 유대관계와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임을 강조하며 “작게는 가족 간의 대화와 관계 개선이, 크게는 정부 차원에서 불법 사이트 제재와 수사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