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한국의 리처드막스가 꿈"
'아이 윌 트라이'로 인기몰이 팝발라드 신인가수

‘무엇 때문에 그는 이토록 자자한 칭찬을 받는 것일까?’
지난달 팝 발라드적인 느낌이 강한 데뷔 음반 ‘아이 윌 트라이’로 인기몰이 중인 신인 남자가수 조은(21·사진)과의 약속시간을 기다리면서 내내 이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의 의도인지 아니면 본디 소지한 능력인지는 모르지만 근래 가수 중 드물게 목소리를 퍼뜨릴 줄 안다. 우린 순수하게 노래의 힘으로 진검승부를 거는 모처럼의 ‘정통파’ 가수를 만나고 있다.”(음악평론가 임진모) “우연한 기회에 접한 조은의 노래들은 기본이 탄탄하게 닦여진 음악이어서 흐뭇했다. 세상이 외롭고 사랑이 고단하다면 이 노래들과 만나기를 권한다.”(주철환 이화여대 교수·전 MBC PD)
대중음악 전문가들이 조은의 음반에 붙인 이같은 찬사는 일단 뒤로하고 직접 검증하기로 했다. 수수한 외모와 옷 매무새, 얼굴로 승부하는 ‘꽃미남’ 가수는 아님은 확인했고 바로 음악 얘기로 들어갔다. 곧 그의 진지한 얘기가 이어졌다.
“팝 발라드의 매력은 R&B처럼 귀에 쏙 감겨드는 비트도 없고, 록 발라드처럼 한번에 느낌이 오지는 않지만 멈출 수 없게 계속 듣게 하는 흡인력이죠. 오래 들을 수 있다는 얘기죠.” 이어 “요즘 발라드 경향은 뚜렷한 비트 없이 자극적인 멜로디를 많이 깔잖아요. 하지만 저는 그것을 피했어요. 그래서 접근속도에 차이가 있을 거예요. 처음 들어 한번에 각인되는 것은 없을지 몰라도 천천히 깊게 스며드는 음악이어요.”
두께가 굵고 묵직하면서도 고-저음을 넘나드는 넉넉한 조은의 목소리는 임재범, 박효신, JK 김동욱의 그것이 언뜻 떠오르지만 힘을 절제하면서 덜어내 더 부드럽게 들린다. 또 신인답지 않게 고급스럽고 세련된 분위기로 부담없이 쭉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래서 몇 번 안되는 라이브 무대에서도 김현철 신해철 이승철 등 실력파 선배들의 뜨거운 눈도장을 받았다는 후문.
“따뜻하면서도 차가운 느낌, 전원적이면서도 도시적인 느낌, 제가 추구하는 목소리죠. 허스키해 차갑지만 거칠지 않도록 다듬어 따스한 느낌을 주려는 거죠.”
조은은 이같은 목소리를 바탕으로 미국 가수 리처드 막스처럼 솔의 감성이 풍부한 발라드를 계속 추구하고 싶다고 한다.
고교 때 헤비메탈 그룹 보컬로 뛰면서 목소리를 높이 올리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지만 서울예대 실용음악과(2년 재학 중)에서 보컬을 전공하면서 저음을 다듬었고, 가창력으로 소문난 김범수 박완규 등 선배도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허스키하다고도 미성이라고도 하기 힘든 소년같은 감성이 묻어나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갖게 됐다.
교회 성가대와 군악대에서 드럼을 치는 등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형 덕분에 만화영화 주제가나 부를 코흘리개 시절부터 팝송을 듣고 자랐다는 조은. 성가대 색소폰 연주자 아버지, 노래자랑 단골손님으로 집안에 휴지 떨어질 날 없이 상품을 타오던 어머니 등 가족 모두 음악을 좋아했다고 한다. 이후 대학 진학을 위해 화성과 선율 등 음악이론을 홀로 파고들었고, 피아노를 배워 작곡 능력까지 갖췄다. 이번 음반에도 3곡을 작사했고, 도입곡 ‘러브 레터’에서는 작곡-연주-편곡까지 혼자 처리했다.
조은은 대학 때 작곡가들이 데모 음반을 만드는 데 목소리를 빌려주는 ‘연습생 가수’인 가이드 보컬로 활약하면서 가수로서의 길도 텄고, 작곡가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덕택에 이번 앨범에서 감미로운 발라드인 4번 트랙 ‘계절중독증’은 윤종신, 보사노바 리듬이 몸에 감기는 6번째 곡 ‘우네요’는 남성 듀오 ‘유리상자’의 박승화가 작곡하는 등 곡 대부분이 조은을 잘 아는 이들의 손을 거쳐 궁합이 잘 맞는다.
녹음기간만 1년, 다른 가수에 비해 2∼3배나 든 순수 제작비(1억5000만원) 등 조은은 이번 앨범에 남다른 정성을 쏟았다. 그러나 R&B마저도 목소리 꺾기를 배제하는 등 자신만의 색깔을 고집한 이번 음반에서는 히트 음반의 공통분모인 자극적인 곡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 자극적인 음악에 익숙해진 대중이 지루해 하지 않고 쉽게 마음을 열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조은이 동명 타이틀 곡 제목처럼 초기의 어떤 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도전장을 내밀기를 기대한다. 데뷔 전부터 탄탄히 쌓아온 팬 클럽이 든든한 기둥이고, 라디오 프로그램 로고송을 부른 것을 비롯해 최근 들어 라디오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등 좋은 징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황계식기자 cult@segye.com
( 2003/10/28 1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