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이면 제가 13년동안 꾸려왔던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잠을 자는 마지막 날입니다..
10월의 마지막 밤이라는 노래가 너무도 듣기 싫었는데 앞으론 더 듣기 싫어지겠지요..
아이 둘을 남의 손에 맡기기 싫어서 그 바쁜 시간과 일에 쫓기면서도 악착같이 내 손으로
키웠던 제가 아이둘과 남편을 두고 집을 나옵니다..
얘기하자면 길지만,저희는 합의 이혼을 했습니다.
경제적인 사정이 제가 나은 편이라 옷가지와 화장품, 잡동사니 몇가지만 가지고
제가 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저야 어디에서 산들 무슨 상관있겠어요...정말 작은 아파트를 전세얻었습니다...
아이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몰래 한박스씩 차에 실어 회사 창고에 넣어두었습니다..
그리고 어젠 딸에게 헨드폰을 하나 사줬습니다..
딸은 어린 마음에 헨폰을 손에 쥐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엄마 고마워요...엄마 감사해요"...
딸아이는 연신 문자로 제 헨폰에 날립니다..
"공부 더 열심히 하고 동생이랑 싸우지 말라고 사준거야.." 라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아이들도 엄마가 낼이면 이사갈 거란걸 압니다
작은 아이는 그동안 서너번
"난 엄마 아빠랑 같이 살고 싶어.."
"엄마가 양보해..엄마가 양보하면 되잖아.."
"그동안 엄마가 양보 많이 했으니까 이번두 엄마가 한번 더 양보해"
하면서 소매끝으로 눈물을 연신 훔쳐내지만 이내 곧 눈물을 멈춰야 하는 것도 압니다..
참 많이 마음이 아프고 슬픕니다.
정말 밝고 이쁘게 자란 우리 아이들인데....
이런 아픔을 주게 된 엄마로서 마음이 찢어지는 듯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제 마음을 강하게 다져봅니다..
모든 일은 더 잘되기 위해 진행되는 것이라며 되도록이면 밝게 생각하려 합니다.
딸이 6학년인데 엄마 입장을 다 이해합니다..
딸이 그럽니다..
"난 엄마를 여자로서는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워....하지만 엄마로는 좀 싫어"..
"난 시집가면 살림만 하고 남편과 아이들만 챙기면서 살거야..."
아이들이 원하는게 뭔지 알지만 그렇게 해 줄 수 없는 제 자신이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일이 우선이고 아이들이 두번째로 생각했던 게 요 몇년간은 사실 그랬습니다..
제 직업이 완벽을 추구할 수록 일에 빠져들지 않고는 안되는 직업 인데다
골프라는게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 해야 하는 운동이기에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소홀하였던 건 사실입니다..
제 나름대로는 힘들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한다고 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였나 봅니다....
그렇다고 일과 취미생활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엄마의 입장을 이해해 주리라 생각해 봅니다.
의외로 엄마 아빠의 이혼을 담담 한 척 받아 들여준게 너무나 고마울 따름입니다..
월화수목금토... ..
열심히 공부하고..엄마는 열심히 일하고...
토요일 오후와 주말은 엄마랑 신나게 잼있는 시간 보내자고 약속했습니다...
아이들이 연신 제게 확인합니다..
"엄마!! 지금하고 달라진거 하나두 없지?"
" 어차피 엄마는 평일엔 늘상 바빴으니까 엄마가 저녁에 집에서 안잔다는 거 말고
일요일엔 똑 같이 우리랑 영화도 보고 놀기도 하고 외식도 하고 쇼핑도 하고..그러는 거지?"
그렇습니다..주말은 몽땅 아이들을 위해서만 쓸 생각입니다..
전 앞으로도 더 열심히 살겁니다..
등이 휘고 눈이 침침해서 컴퓨터가 안 보일때까지....일을 하겠지요...아마두..
보통 엄마들처럼 숙제 못봐준 거...준비물 못 챙겨 준거...옷 가지 못챙겨준거..맛있는 간식
자주 못 해준거...손수 맛있는 식탁 못 마련해준거..등등...
훗날....
엄마로서 소홀히 했던 댓가를 꼭 치러야 할테니까요.....
바램이 있다면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엄마의 선택을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 바램이 있다면...엄마를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착잡한 심정에 몇자 적다보니 길어젔네요....
그냥 넋두리라 생각하며 읽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