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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X (#47 : 밝혀지지 않는 진실 & #48 : 잠시동안의 평온)

김웅환 |2003.11.01 08:32
조회 322 |추천 0

이 글은 J.B.Grunuie님의 글을 퍼온것 입니다.

 

#47

집에 돌아온 성우는 유하와 함께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의 마음은 방안에 짙게 깔린 어둠만큼이나 무거웠다.

“저... 여보...”
“응...”
“내일 휴일인데... 시간 낼 수 있어요?”
“왜...?”
“유리하고 놀이공원 가기로 했는데...”
“안되겠어... 새로운 살인사건이 터졌거든...”
“네... 그렇군요…”

다음날 성우는 자료에 있던 한성 종합병원의 원장인 정석우 박사를 찾았다. 그는 프런트에서 간호사에게 말했다.

“정성우 박사님을 뵈러 왔는데요.”

간호사는 사무적으로 무뚝뚝하게 말했다.

“예약 하셨나요?”

성우는 급한 마음에 절차를 밟는 대신 경찰 신분증를 보여주었다. 잠시 놀란 듯한 직원은 곧 누군가로 통화를 했다.

“박사님! 네... 경찰이 찾아왔는데요. 네... 네... 알겠습니다.”

직원이 전화를 끊고 말했다.

“본관 304호로 가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본관 3층 304호에 노크소리와 함께 성우가 들어왔다.

“어서 오시죠. 거기 앉으시죠.”

두 사람은 탁자가 있는 접대용 의자에 마주보고 앉았다. 그들은 이미 유하의 결혼식 때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결혼식 때 뵙고 처음 이군요.”
“네.. 그때 아내의 하객 중에 유일하게 친척이 아닌 분이셨죠.”

성우의 이 말에서 석우는 금방 그 목소리에 약간의 적대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슨 일로 절 찾아오셨죠?”
“네... 사실은... 제 아내의 일로... 알고 보니… 18년 전 담당 의사셨더군요. 그래서...”
“너무 오래 전 일이라서... 사실 나도… 그녀가 내게 청첩장을 보냈을 때… 한참 고민했습니다. 저는 환자가 너무 많아서… 가끔 그런 결혼식에 갈 일이 있답니다.”
“부모를 살해한 협의로 기소된... 14세의 소녀인데... 일반적이라고는 할 수 없죠”

성우는 직감으로 박사가 진실을 밝히고 싶지 않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선수를 잡으려 했다. 그리고 석우도 그러한 성우의 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먼저 답을 앞서갔다.

“네... 그러니까 기억이 나는군요. 그때… 부인께서는… 무죄판결을 받은 걸로 아는데요?”
“이제는 재판내용까지 생각이 나시나 보군요…”
“…”
“어찌 되었던… 증거 불충분으로 그랬죠. 그런데, 아내는 그때 살해 현장에 있었던 걸로 기록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범인을 정확하게 지목하지 못했습니다. 계속 자신이 죽였다고 주장하면서 말입니다. 기록에는 그렇게 되어 있더군요. 사건은 아직 미결 이고요...”

정석우 박사는 한발 물러서며 말했다.

“그랬군요. 그런데... 날 찾아온 정확한 이유가...”

석우의 이 질문은 성우를 오히려 당황하게 만들었다. ‘내가 찾아온 진짜 이유…. 그건 뭐지…?’

“네... 그냥 아내에 대해서 내가 너무 몰랐던 것 같아서.. 좀 더 알고 싶을 뿐입니다.”

석우는 그만 안도의 한숨을 내쉴 뻔 했다. 그러나 그러한 미묘한 감정이 변화를 성우가 모를 리 없었다.

“글쎄요... 그 사건 이후로는 전혀 만나질 못해서...”

석우는 급히 일어서며 말했다.

“이거 어쩌죠. 큰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성우도 오늘은 더 이상 묻지 않기로 마음 먹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가 이거 너무 바빠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성우는 병원을 나오며 되뇌었다. ‘젠장… 여긴 왜 온 거지… 무엇을 알려고 온 거지…’

 

 

#48

 

놀이동산은 휴일이라 그런지 가족단위로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많아 보였다. 그러나 유하와 유리처럼 엄마와 딸만 놀이동산을 찾은 사람은 자신들 밖에 없는 듯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두 사람은 어색해 보일 정도로 행복해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물론 실제로 그들은 행복했다. 유리가 엄마와 놀이동산을 찾은 건 4년도 더 된 일이었다. 물론 유하에게는 이미 18년 전의 까마득한 기억이었다.

두 사람은 잠시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쉬고 있었다.

“피곤하지…”
“아니… 전혀… 너무 좋아…”
“엄마도 그래…”
“칫… 아빠만 있었으면 딱 인데…”
“바쁘시잖니… 네가 이해해야지…”
“아빠는 여자를 너무 몰라… 이게 우리 첫 나들이인데… 빠지다니…”
“…”
“그리고 말야… 자기는 신혼 기분이 덜 날지 모르지만, 엄마는 이제 처음 결혼한 신혼이잖아…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너도 참…“

유하는 그만 유리의 당돌한 위로에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러한 모녀의 모습을 멀리에서 성우가 지켜보고 있었다. 성우가 보기에 두 사람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마치 오래 된 연인처럼… 성우는 자신도 모르게 질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거 왜 이리 귀가 간지러운가 했더니… 여기서 두 모녀가 내 험담을 하고 있었군…”

성우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두 사람은 그만 동시에 먹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내 그 놀라움은 커다란 기쁨으로 바뀌고 있었다.

“여보…”
“아빠…”

유리가 아빠에게 뛰어 안기며 말했다. 그리고 유하도 달려가 그에게 안기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어떻게 된 거야? 못 온다며?”
“당신...”

두 사람의 반응에 성우는 도리어 어색해 졌다. 그리고 자신의 오전의 행동에 대해서 크게 후회했다.

“이거 내가 못 올 데 온 것처럼 왜 들 이래...”

성우는 그만 미안한 마음에 얼굴이 홍조가 되어 버렸다. ‘미안해! 두 사람한테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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