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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봉준호 감독님 인터뷰-스크린 8월호(스포有)

지구는둥글다 |2006.08.03 17:22
조회 457 |추천 0
칸영화제와 기자 시사회를 마치고, 이제 개봉만 남았다.
평이 좋아서 관객들의 기대가 높은 것같다.

-> 불안, 초조, 긴장, 정서불안의 상태다. 차라리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다.
사실 칸 영화제에서 시사할 때는 마음이 편했다.
아시아에서 희한한 괴수영화가 왔으니 다들 신기하지 않겠느냐 정도의 기대였다.
그런데 한국 기자시사에서는 식은땀이 나더라.
강호선배도 영화 보면서 이렇게 긴장했던 적이 없었다고 했다.
할 일도 없이 마냥 기다리기만 하자니 더 불안하다.
주변에서는 쿡 찌르면서 "(관객수)얼마 예상하세요?"라고 묻고.(웃음)


감독의 괴물 목격담이 장안의 화제였다. 괴물을 봤다는 사실을 떠나,
그 경험을 여화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놓지 않았다는 것이 더 대단했다.

-> 창작행위를 병에 비유하자면, 병의 원인이 몇 년의 감복기간을 거쳐 발명하듯,
아이디어들이 잠복해 있다가 영화를 통해 드러나는 것 같다.
'플란다스의 개'도 초등학교 시절에 아파트 옥상에 갔다가
불에 그을린 개의 가죽을 보고 충격받은 경험에서 단초를 얻었다.
'괴물'도 비슷하다. 누구나 한번쯤 괴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나?
그런 관심이 목격으로 이어지고, 결국 영화로 발병한 것이다.


첫 장면부터 시작해보자.
미군부대의 포름할데히드 유출이 돌연변이 괴물 탄생의 직접적인 이유다.
직접적으로 '미군'을 비극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 2000년 맥팔랜드 사건을 거의 그대로 보여줬다.
대사도 사건 기록에서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독극물 방류를 명령받은 한 군무원이 스스로 사진을 찍고
녹색연합에 고발을 한 거다. 그때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한강에서 괴수가 나오는 영화를 찍으려는 구상을 가진 사람에게 그보다 더 좋은 사건이 어디 있을까?
자세한 스토리조차 없었지만, 이게 괴물의 탄생배경이자 기원이라고 점찍었다.


미군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직접적이라서,
'한반도'는 반일영화, '괴물'은 반미영화라는 말이 나온다.

-> 그런 식으로 단순무식하게 코드화되리라고 예상은 했다.(웃음)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풍자가 있는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반미는 아니다.
풍자의 결이 여러 겹이고 미국은 가족을 힘겹게 만드는 방해자 중 하나이자 정점일 뿐이다.
오히려 괴수 장르의 전통을 강하게 보여주는 코드로 사용됐다.


그 뒤 영화는 갑자기 폭우 속에서 한강에 뛰어내려 자살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강에 무엇인가 있다고 중얼거리는 남자의 시점에서
직부감으로 보여준 한강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생물 같았다.

-> 물이 부글부글 끓는 듯한 느낌, 마치 용솟음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 장면은 모터보트를 빙빙 돌려 물결을 일게 만들어 그 출렁임을 찍은 거다.
화창한 날씨였는데, CG로 먹구름과 으르렁 거리는 하늘을 만들었다.


처음 이 두 시퀀스를 통해 '괴물'의 영화적 정체성을 설명하는 것 같았다.
'살인의 추억'보다 규모는 터졌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훨씬 단순하고 직접적이라는 서언으로 들렸다.

-> '괴물'을 시작할 때 이번 영화는 외양은 온통 울퉁불퉁 하지만
맛은 단순하고 직접적인 빵같은 이미지로 잡았다.
풍자도 직접적으로, 유머도 대놓고 하고, 괴물도 화끈하게 난동부리는 영화.
프롤로그를 통해 영화의 세팅된 분위기를 보여주고 관객의 동의를 구하는 것 같다.
'괴물'은 부검실의 으스스한 분위기, 먹구름 가득한 시커먼 한강에
뛰어내려 자살하는 사람을 보여주면서 장중한 스트링 음악을 들려주다가
갑자기 침을 흘리면서 자는 송강호의 얼굴 클로즈업으로 딱 바뀐다.
멀리서 뽕짝이 들려온다. 그게 영화 전체의 분위기다.
진지하거나 비극적이다가 갑자기 엇박자로 웃음이 나오는 치고 빠지기.
송강호 장면의 뽕짝 음악은 이병우 음악 감독이 직접 작자 작곡했다.
나중에 ost로 들어보면 가사가 정말 웃긴다.
"무자식이 상팔자야~ 한강의 추억~"


급작스런 장르의 전환이 '괴물'의 특징이자 매력이다.
스릴러, 공포, 액션, 드라마를 넘나드는 사이에
꼭 코믹한 장면이 있다. 그런 구성은 원칙이 있었나?

-> 개인적으로 배합을 한다거나 섞는 다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무책임한 답변 같지만 내게는 그것이 자연스럽다.
나는 인물과 상황에 집중했을 뿐이다.
코믹한 장면조차도 나는 가장 현실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찍는다.
사람들이 오열하는 공동분양소에서 "2487 아반떼 차 빼라"는 대사가 나오면
사람들이 많이 웃는데,그게 한국에서는 너무 자연스러운 일상이지 않나.
계산은 전혀 없었다. 자연스럽게 그런 리듬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괴물에게 딸을 빼앗기고 망연자실하던 강두가 병원에서
마치 괴물처럼 생긴 골뱅이를 먹는 장면 등은 의도하고 삽입한 코미디 같았는데?

-> 얼토당토않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건 명백하게
괴수영화의 장르에 대한 자의식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리들리 스코트의 '에어리언1'편에 나오는,
괴물 장르 역사상 가장 유명한 체스트 버스터 신
(괴물이 사람 가슴에서 튀어나오는 장면)을 의식하고 만들었다.
그렇게 안봐줘서 문제지.(웃음) 병원에 끌려간 박강두가
'괴물에게 바이러스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등을 쓰윽 긁던 강두는
미끌거리고 이상하게 생긴 골뱅이를 손가락으로 먹는다.
그때 노골적으로 카메라가 등으로 트랙 인을 한다.
괴물 장르적으로 보면 등이 쩌적 갈라지면서 주인공이 괴물로 변하는 것도
괴수 장르의 컨벤션에서는 예상가능하다.(웃음)
그러다 핸드폰 진동음이 울리면서 딸에게 전화가 온다.
일반적 괴수영화의 내러티브를 따르는 듯하다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튀는 거다.


장르를 만족시키면서도 장르를 비틀고 싶은 생각이 강했나보다.

-> 그럴 수도 있다.
다른 괴수 영화와 '괴물'이 다른 점은 가족들의 사투 목적에 있다.
일반적인 괴수영화라면 과학자가 괴수의 약점을 발견하고,
끈질기게 그걸 공략해서 싸워 이긴다.
괴물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괴물'은 유괴사건이다.
가족들이 현서를 구하려는 과정에서 괴물과과 싸우게 될 뿐, 괴물 퇴치가 목적이 아니다.


갖가지 감정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부분은 공동분향소 신이다.
계속 웃었지만, 그 장면이 너무 익숙해서 생각할 수록 참혹하다.
이렇게 끔찍하고 비참한 일을 우리는 너무 자주 겪어왔구나 싶어서.

-> 세계 어느 영화, 모른 장르를 망라해도 한국영화에서만 나올 수 있는 장면이다.
수십명의 영정 사진이 도열된 어처구니 없고 만화 같은 상황이지만,
화면 자체로만 보면 너무 익숙하다. 그게 참 웃기고도 슬프다.
아침에 출근하던 시민 300명이 순식간에 재로 변하고
백화점이 5초만에 무너져 내리는 사건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
한국적인 재난사고는 너무 끔찍해서 초현실적이다. 그게 정말 SF다.
그래서 '괴물'을 찍을 때도 뻔뻔하게 찍을 수 있었다.
우리의 재난사에 비하면 한강에서 괴물이 나온다는 설정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예상치도 못한 순간에 너무 빨리 등장해서인지,
처음에 괴물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그런 반응은 예상했던 일인가?

-> 처음 괴물이 나오는 장면은 황당하지 않나? 나도 황당하다.(웃음)
초반 15분에 괴물이 등항하는데,
백주 대낮에 얘가 직사광선을 받으면서 뛰어다니는 장면을 롱 테이크로 찍었다.
잘 보면 등이 햇빛을 받아서 반짝거린다.(웃음)
이렇게 최대의 볼거리 괴물을 공개하는 괴수 영화는 거의 없다.
괴물이 등장하는 장면은 감독 입장에서는 불리한 장면이다.
어둠 속에서 괴물의 일부분만 보여주는 걸로 시작하면 안전하다.
하지만 그러면 나도 끝까지 조마조마하고 관객도 마찬가지다.
괴물을 천천히 보여주면 이렇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영화 시작한 지 30분 지났는데 꼬리 나왔어.
음, 꼬리까지는 아직 괜찮아. CG가 아직까지는 볼만해.(웃음) 이제 몸통은 어떨까?"
이렇게 서로 끝까지 조마조마하게 가는 것이 싫었다.
CG가 훌륭하건 부족하건, 매 맞을 거 미리 맞고 이야기를 끌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괴물 CG의 완성도는 확실히 현재까지 최고 수준이다.
움익임에도 이물감이 거의 없었다.

-> 처음에 워낙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그렇다.(웃음)
시작할 때 괴물이 뛰어다니고, 한강 둔치를 오르락내리락하고 발을 헛딛고
데굴데굴 구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뒤로 갈수록 유리했다.
괴물이 중반부터는 하수구에서 등장하고, 어슴푸레한 새벽, 칠흑 같은 밤 등
괴물영화 특유의 컨벤션 속에서 나오니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괴물이 꼭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특징이 있다면?

-> 기형이라는 것과 아파보였으면 좋겠다는 것.
일본의 이따이이따이 병을 보면 그들이 모습에서 직접 고통이 느껴진다.
그런 느낌을 담고 싶었다. 괴물 디자이너 장희철씨도 같은 생각이었다.
기형이나 장애가 있어서, 신경질적인 괴물이다. 자세히 보면 비대칭이다.
그리고 영화 스토리에 맞게 육지에서 빠르게 뛸 수 있어야 하고,
꼬리를 사용한다는 설정에 맞는 생김새. 이런 식의 주문을 하면 장희철씨가 디자인 하면서
동물학적, 해부학적 근거를 마련해줬다. 생물체 디자인은 메카닉 디자인보다 훨씬 어렵다.
소화기관, 척추, 움직일 때의 무게중심까지 다 맞아 떨어져야 움직임이 가능하다.
괴물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지만, 너무 복잡했다.


괴물 만드는 것에 대해선 이제 경험이 있으니,
또 할 수도 있는 거고, 다른 영화에서 활용할 수도 있겠다.

-> 이중적인 감정이 든다. 너무 고생을 해서 괴물의 '괴'자도 보고 싶지 않기도 하고,
한번만 더 하면 잘할 것 같은데 하는 욕심도 슬며시 든다. 직접 해보니 알게 된 부분도 많다.
최소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는 방법 등 직접 해보면서 알게 된 노하우도 있다.
다른 감독이 이런 괴수 CG가 나오는 영화를 한다면,
거액의 돈을 받고 자문위원을 해줘야겠다.(웃음)


아파보였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의도는 성공한 것 같다.
괴물이 불쌍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있다.

-> 부모도 없는 독극물 출신으로 출신배경도 후지고, 가뜩이나 몸도 안 좋은데
클라이막스에서는 더 지독한 독극물도 맞는다. 안되긴 했다.(웃음)
하지만, 영화에서 괴물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시킬 여지는 많지 않았다.
관객의 감정이 가족에게 향하길 바랬으니까.
하지만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독극물인 에이전트 옐로우를 맞고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모습,
박강두와의 목숨을 건 사투 등의 장면에서 감정이입의 여지를 조금 남겨뒀다.
특히 상대역인 송강호에게 클라이막스에서는 괴물을 측은하게 바라보는
눈빛에 대해 명확하게 얘기했다.
"내게도 비극이지만, 너도 참 비극적인 삶이다."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 송강호를 통해 전달된 것 같다.


괴물의 목소리를 배우 오달수가 연기했다고 하던데, 어떤 부분인가?

-> 소리를 지르거나 고음 "꿰엑" 같은 부분은 디지털로 만들어 낸 것과
바다사자의 소리를 소스로 세밀하게 디자인한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채울 수 없는 30퍼센트가 있다.
예를 들면 '킹콩'의 킹콩 소리는 대부분 디자인 했는데.
멜로 신에서는 앤디 서킨스가 소리를 연기했다. '괴물'도 비슷하다.
괴물과 현서 사이에 멜로가 있는 건 아니지만(웃음)
괴물의 부드러운 호흡, 섬세한 화면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소리를
달수 님이 아주 훌륭하게 소화해줬다. 감독으로서 감동받았다.
괴물 사운드 녹음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써온 거다.
"눈을 감고 소리를 내본다. 이 괴물이 어디가 아플 수도 있다.
표정을 할 때는 내 얼굴의 표정 연기도 하면서." (웃음)
굉장히 몰입하면서 연기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괴물이 배두나와 터널에서 맞닥뜨리는 장면, 집착과 체념의 순간을
소리로 표현하는 걸 보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수쳤다.


'괴물 목소리 - 오달수'라는 기사를 보고
괴물이 말을 할지도 모른다고 기대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웃음)

-> (웃음) 대사를? 괴물이 말을 할거라고 생각하다니!
하지만 오달수의 목소리 덕분에 관객들이 괴물을 하나의 캐릭터로 받아들이고,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신에서 "우워어어루"하는 장면의 소리를 가장 좋아한다.
오달수 선배에게 억울한 느낌을 부탁했다.
마치 "내가~ 뭘~ 잘못했어~ 태어난게 죄야~"라고 하는 듯.(웃음)


박강두 가족뿐 아니라, 그들을 방해하는 시스템 속 인물들 또한 어설프고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의사, 검역요원, 형사 등 전문가처럼 보여야 하는데, 다들 바보처럼 보인다.

-> 서로 하자가 많다.(웃음)
우리나라 사람들을 개개인으로 보면 다들 뛰어나고 전문성도 있지만,
이상하게 시스템 속에서 뭉쳐지면 "다 알잖아~"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돌아간다.
너무 귀찮다는 듯이. 영화 속에서도 한강에 있던 사람들을 모조리 병원으로 격리시켜 놓고는
병원에선 그냥 방치한다. 바이러스가 있다는데 의사들도 마스크를 안하고.
집단 수용된 사람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면서 또 이동하라고 하면 사람들이 일제히
"에이씨~"하는 장면이 있다. 그 사운드를 정말 좋아한다.
'symbol of korea', 정말 한국적인 소리다.
여러 명이 다 같이 불만에 가득 찬 상황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소리다.
그 정체가 뭔지 모르겠지만 희한하게도 시스템 속에만 들어가면 그렇게 된다.
그걸 아니까, 한국 사람들은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다.


그 때문인지 블록버스터 장르 영화인데,
전반적으로 이야기는 굉장히 사적으로 흐른다.

-> 영화 속 주인공들은 이 재난을 개인적으로 왜곡해서 받아들인다.
공동분향소신에서 박남일이 박강두를 발로 차면서
"너 다른 집 딸래미 손 붙잡고 뀌었다매. 이 빙신아!"하는 장면이 있다.
그건 한강에서 괴물이 나타난 이 재앙의 본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 가족이 보여주는 시스템에 대한 액션이라고는
이 사태에 대해 미국 상원위원이 성명을 발표하는 마지막 부분에서,
박강두가 발가락으로 뉴스를 딱 꺼버리는 것. 가장 한국적이고 현실적인 반항이다.
거창하게 이 사건으로 의식이 깨어서 마침내 이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깨닫고
훌쩍 성장한다?(웃음) 그건 영화 매체가 해야할 역할도 아니고 관심도 없다.
그저 그들의 생각이 어떻게 왜곡되어 있는지 관객에게 보여주면 된다.


지금 당장이라도 무언가 튀어나올 듯한 분위기로 영화가 끝난다.
이런 재난이 또다시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를 받았다.

-> 제작사에서도 그런다. 속편을 만들고 싶으면 하시라.(웃음) 그러나 나는 안할 거다.


괴물과 싸우는 주인공들의 특징을 어떻게 설정한 것인가?

-> 장르적인 목적에 맞게 설정했다. 특히 박해일이 맡은 박남일과
배두나가 연기한 박남주는 일상적이면서도 영화적인 설정이다.
박남주는 양궁선수이기 때문에 활이라는 극히 영화적 무기를 가져도 관객들이 이해해준다.
'반지의 제왕'에서도 레골라스 싸움 신이 가장 멋지지 않나?
박남주를 레골라스처럼 신화적으로 보여줄 순 없으니 한국적 시츄에이션으로 끌어내렸다.
초반 남주의 양궁시합 중계를 진짜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
방송국에서 양궁 중계했던 카메라맨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남주는 활 쏘는 인물이라는 걸 서서히 적응시키다가 클라이막스까지 끌고 나갔다.


화염병을 무기로 삼는다는 설정이 생뚱맞을 수도 있는데,
영화 속 박남일의 선택은 자연스럽다.

-> "민주화에 몸 바쳤더니, 취직도 안 시켜주고."라는 대사로
그가 운동권 출신임을 인식시키다가 클라이막스 때 화염병을 들고 나오게 만드는 것이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합동분향소에서 소주병을 들고 있다.
괴수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사투장면도 현실적으로 끌어내려 발이 땅에 닿게 하고 싶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한강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결과에 만족하나?

-> 익숙하고 일상적인 모습과 낯선 모습 둘 다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
초반부의 한강은 우리가 자전거 타고, 유람선 타던 익숙한 모습이다.
그런 모습이어야 괴물이 나타났을 때 생경하고 황당한 느낌, 부조화의 콘트라스트를 줄 수 있다.
또한 다채로운 한강물의 느낌, 색채, 표정까지도 표현하고 싶었다.
한강물은 어느 날은 황토색이 었다가, 다음 날은 녹색이고,
어떤 날은 파랗게 출렁여서 바다처럼 보이기도 하고, 표정이 정말 다양하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노의 여러 가지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번엔 한강이었다.
가족들의 모험이 시작되면 마치 어드벤처 무대처럼, 정글처럼 보인다.


모터보트가 한강을 가로지르는 장면을 하늘에서 부감으로 찍은 장면을 보고
한강에 이런 스펙터클한 몸습이 있었는지 처음 알았다.

-> 종종 그런 얘기를 듣는데, 그 장면은 항공촬영이 아니다.
8톤 트럭을 타고 강북 강변로를 달리면서 찍은 화면이다.(웃음)
밤섬 너머로 63빌딩, 여의도 증권가가 보여서 마치 센트럴파크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찍으면서도 "이거 정말 스펙터클하네!"이러면서 찍었다.(웃음)
한강이 새롭게 보이면서 그림이 나오는 앵글 포인트가 사실 많지 않은데,
이번에 내가 다 써버렸다.(웃음) 이제 한강에는 찍을 데가 별로 안 남았다.(웃음)


괴물과의 싸움에서 특이했던 점은,
가족들이 흩어져 바통을 이어가듯 괴물과 맞선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가 있었나?

-> 3남매가 서로 떨어진 모습을 보면서 더 애달픈 감정이 생긴다.
가족이 뭉쳐서 티격거리며 움직일 때와 각자 혼자 있을 때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우리도 그렇지 않나.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좀 어리광도 피우다가 밖에 혼자 있으면 힘든 일도 다 한다.
일반적인 괴수영화의 내러티브는 흩어져있던 인물들이 후반에 모이는데,
'괴물'에서는 함께 있던 사람들이 흩어졌다가 다시 간신히 모인다.
독특한 배열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강에서 주인공들이 벗어나면서 시간이 경과한 듯한 느낌을 준다.
일부러 간극을 준 것인가?

-> 1막, 2막처럼 중간 클라이막스가 끝난 뒤 새로운 스토리가 시작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사건에서 멀어진 듯하다가 다시 한 발 한 발 핵심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좋았다.
주인공들이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해 하다가 그들이 여전히
현서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상황이 한꺼번에 정당화된다.
인물이 흩어지고 각개 전투를 벌이면서도 현서를 찾는 다는
단순하고 강력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장면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고 나서 현서가 그 안에 며칠이나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길게는 보름 정도가 아닐까 했는데, 어떤가?

-> 날짜의 경계선을 따지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낮과 밤이 바뀌고 그 사이에 사라진 시간이 없다고 보면 총 닷세.
중간에 사라진 시간이 있다고 해도 6~7일 정도다.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임펙트 있는 대사는 박강두의 " 노 바이러스?"였다.
일차적으론 이라크 전쟁 풍자로 들렀다. 그 말을 넣은 이유는?

-> 대중을 무식하다고 여기는 잘난 사람들이
대중을 왕따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언어를 통한 것이다.
미국인 의사와 한국인 통역관은 무식한 송강호가 영어를 못 알아들을 줄 알았겠지.
아무리 영어를 몰라도 그 정도는 한국 사람이라면 다 알아듣는다.
삭제된 장면인데, 송각호가 "노 바이러스"하면
그들이 독일어로 말을 바꾸는 장면도 있었다.(웃음) 나중에 DVD에 넣으려고 한다.
궁극적으로 그 부분이 가장 갑갑하고 원통한 시퀀스다.
현서가 어디 있는지 이제 겨우 알았는데,
아버지라는 사람이 온몸이 결박돼서 1센티미터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
웃음을 위해 넣은 장면이 아니라 가장 딸에게 달려가고 싶은 순간에
아이러니하게 꼼짝 못하는 아버지가 보여주는 감정의 정점을 표현하고 싶었다.
배우 송강호의 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현장에서 보면서도 찌르르 했다.
8~9테이크 갔는데 4번째걸 썼다. 스태프들이 끝나고 모두 박수쳤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다고 꼽는 장면이나 시퀀스는?

-> 합동분향소를 좋아한다. 내가 카오스를 좋아하나 보다.
뒤죽박죽 엉망진창인 가운데서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의 에너지가 한꺼번에 폭발하니까 좋아할 수 밖에.
'살인의 추억'의 논두렁 장면처럼 한국적인 카오스가 있어서 좋아한다.
장면으로는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강두의 쇠파이프 사투장면.
괴물이 안 나오고 파이프만 나오는 신인데 괴물의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그 상황과 감정을 가장 잘 보여준다.


다음 작품 계획은?

-> '도쿄 옴니버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아직 다른 감독들 라인업이 확정이 안돼서 기다리는 중이다.
작년부터 내가 생각한 오리지널 스토리를 작가가 쓰고 있는 영화가 하나 있다.
어머니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담한 사이즈와 예산의 드라마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설국 열차'라는 프랑스 만화 판권을 샀다. 칸 갔을 때 원작자도 만났다.
SF성격도 있고 규모도 있는 작품이라 '괴물'과 연이어 할 순 없을 것 같다.


지난달 변희봉 선생을 인터뷰했는데, 디테일이 좋은 봉준호 감독이 사극을 찍으면
참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음번에 사극은 어떤가?

-> 내가 사극을 하면 또 이상하게 망가뜨려놓겠지?
현대의 말투로 찍을 것 같다.
좌의정이 우의정에게 "야, 너 진짜 이럴래? 주상전하 표정 못 봤냐? 궁녀들이 다 웃더라."
이런 식으로.(웃음) 그렇게 장르를 모독하게 될 것 같은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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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만화 '설국열차'의 간략한 내용입니다. (리브로)


공존의 삶을 거부하는 동서양 진영의 갈등은 기후 무기의 개발로 이어지고,
전쟁이 터지자 기후 무기는 결국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게 된다.
지구는 이제 눈으로 뒤덮인 동토(凍土)의 설국으로 변해 버린다.
인간의 탐욕이 초래한 빙하시대,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열차에 올라타는 일 뿐이다.
멈추면 그대로 빙하 속에 갇혀 하얗게 얼어 죽고 말기 때문이다.

모든 장비가 혹한에 견딜 수 있고 영원히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가진 자들만의 '노아의 방주' 설국열차가 만들어진다.
정치인, 종교 사제, 군인 등 선택된 자들만을 위한 열차지만
마지막에 나머지 시민들이 목숨을 걸고 열차에 올라탄다.
열차에 올라탄 인류 최후의 생존자들을 싣고
얼어 죽지 않기 위해 영원히 달려야만 하는 1001량의 설국열차.

'황금 칸'에서 '꼬리 칸'까지 신분에 따라
칸막이로 구분된 열차 속은 여전히 계급 세상의 축소판이다.
때문에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에는 계급주의가 드러나 있다.
권력을 소유한 황금 칸 사람들은 꼬리 칸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학살로 응징하고,
열차 칸 밖 출입과 소통을 못하도록 꼬리 칸을 외부와 완전히 차단해 버린다.
이후 황금 칸 사람들은 자신들의 권력에 위협이 되는 사람들과
열차 속도를 느리게 하는 짐스러운 꼬리 칸 사람들을
한꺼번에 제거 해 버리려는 음모를 꾸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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