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노트//////////////////////////////////////////////////////////////////////////
# 길이 있어 #
-안지명-
그 길을 갑니다
한 번 들어서면
되돌아 갈 수 없는 길입니다
작정하면
되돌아 갈 수도 있는 길이지만
그냥 남들처럼
그렇게 가야 하는 길입니다
몇 번이고
후회 할 수도 있는 길이지만
그냥 남들처럼
그렇게 가야 하는 길입니다
이따금
가던 걸음을 멈춘다는 건
혼자만의 생각 때문에
힘든 길에 선다는 것입니다
처음
그 길을 가고자 한 건
혼자만의 뜻이 아니었기에
혼자만의 생각은 자기위험의 길입니다
지금
가는 길이 어렵고 힘들다면
그 혼자만의 생각들을 드러내어
하나의 뜻으로 가야 하는 길입니다
내일
후회하는 일이 있다 해도
또 기뻐하는 일이 있기에
그냥 남들처럼
그렇게 가야 하는 길입니다
따져보면
후회 하는 날 보다는
기뻐 하는 날이 더 많은 줄 알기에
참고 가는 행복한 길입니다
살아가는 동안에
행복한 날들을 꼽으라면
한 사람과 함께 한 기억이 아니고서는
상상 해 낼 수 없는 길입니다
세상에
단 한 사람
당신 곁에 있습니다.
////////////////////////////////////////////////////////////////////031106 ㅅㅂㄷ
@ 낙엽과 함께 간 내 기억의 섬마을 선생 친구 생각에,,,,,,
오래된 일입니다. 그러니까 93년 여름, 아파트 입구 우편함 한 켠 반송함에 내 이름 석 자를 발견하고는 직감적으로 오래 전에 배달된 편지라는 걸 알았습니다. 친구의 이름이 南道 그것도 섬 주소에 적힌 걸 보고 허겁지겁 봉함을 뜯어 그 내용을 읽었습니다.
내용인즉, 자청해 간 섬마을 학교에 아이들이 읽은 만한 책들이 없어서, 서울에 있는 친구들에게 그 곳으로의 휴가를 권하며 그때 책을 보내 주었으면 했는데, 그 내용의 편지를 받은 친구들 중 누구도 휴가든 책을 보내지 않은 줄 알고 있었습니다. 나는 한참 후에야 출장차 그곳엘 갔었습니다.
섬은 고사하고 농촌에 일가친적도 없는 서울 토박이 그것도 외동아들인 친구가 그곳을 택한 이유를 묻지는 않았지만, 그 친구가 부럽다는 그때의 막연한 내 생각이 지금에야 뚜렷해지는 걸 느낍니다. 전 학년 50 여 명 남짓한 아이들과의 생활이 부럽게 느껴져, 평생 그 곳에 있으라고 널 생각하며 부러움에 내 흐믓함에 취해 살겠다는 내 말에, 그럼 각박한 도시생활의 나를 생각하며 위안 삼아 살겠다던 유머감각이 남다른 그 친구가 그 섬에서 2년 여 그리고 가까운 항구도시에 나와 교편생활을 해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내 삶이 바빠 내 기억에서 멀어져 간 섬마을 선생 ,,,,,,,,
그 친구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게 10월 마지막 주였습니다. 여든이 넘으신 노모와 이제 불혹을 넘긴 아내와 고등학생 초등학생 어린 남매를 이 세상에 남겨 놓고 혼자 저 세상으로 갔습니다.충청땅 강물에 그 혼을 던지고,,,,,,,,, 나는 곧 알베르 까뮤의 [이방인]의 '뫼르소'를 닮았던 것일까. 南道 해안을 따라 닷새를 돌아 다녔습니다. 단풍을 보며 감탄하기도 하며,,,,,,,,,,,그 섬에도 갔었습니다.
그제 메세지가 왔습니다. 전화를 하다 하다 메세지를 남겼다며, 도와 주어서 고맙다는,그 아내에게로 부터.,,,,어제 통화를 했습니다. 노모 잘 모시고 그이를 생각해서 아이들 잘 키우며 살겠다는 말에, 어떤 말로 위안 하나,,,,,,,,,,,,,,,,,, 남아 있어 괴로울 때가 이럴때인가 봅니다.
@@ 어제 올렸던 글을 다시 이곳에 올리는 건, 어젯 글에 의견을 남기신 분들이 제가 이런 사연으로 쓴지 모르셨기에, 그 의견 이후에 제 심정을 덧붙일 수 없어서 였습니다.
# 섬마을 선생님 #
뿌웅 뿌웅 뱃고동 소리만 듣고서
누구 아버지 배인지 알아 맟추신다는
섬마을 선생님
끼륵 끼륵 갈매기의 먼 울음소리만 듣고서
배들이 고기를 얼마나 잡아 온지 알아 맟추신다는
섬마을 선생님
창 밖 운동장에 흙먼지가 일어가는 것을 보고서
배들의 내일 출항 여부를 알아 맟추신다는
점쟁이 선생님이시란다
부두에 나가는게 망설여지는 건
누구 어머니가 작년에 싸준 한 바가지
젓새우를 밥 반찬으로 맛있게 잡수신다는
섬마을 선생님
가끔 저녁에
누구 아버지가 보내 준 비닐봉지 안에
낙지 몇마리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신다는
섬마을 선생님
뭍에 갔다 오는 길에
꼭 회초리를 갖고 와 꽃대신 꽃병에 꽂아 놓고
잘못하는 아이의 손바닥을 때리신다는
무서운 선생님이시란다
그 아이 아버지가
선생님 멱살을 잡고 따졌다가
그 회초리로 나를 때리라고 하셨다는
아버지들도 무서워 하는 선생님이시란다
회초리를 들고는 꼭 바다에 관한 질문을 하신단다
「 낙지 발이 몇 개야 」 「 세 개요 」
「 뭐 ! 왜 세 개야 ? 」 「 지들끼리 짤라 먹어서요 」
「 그럼 세 대 맞아 ! 」
까르륵 웃음소리 가실 날 없어
끼륵 끼륵 갈매기의 울음소리가 웃음소리로
들린다는 오십 여 명 섬마을 아이들의
개그맨 선생님이시란다
꽃병을 들여다 보고
물을 채우지 않았다고 눈을 홀기시는
꽃을 사랑하시는 선생님이시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