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을 맞이해서 유럽 배낭 여행을 갔어요.
남동생과 둘이서 떠났는데, 스위스에서 친구를 만나서 동행하게 됐답니다.
셋이서 함께 만년설이 뒤덮인 융플라우 산에 올라갔어요.
여름 옷만 가지고 있던 터라, 어찌나 춥던지... 얇은 가을 잠바를 걸치고 부들부들 떨었어요.
"누나는 어쩜 준비도 없이 여길 올라오자고 그래..."
"시끄러!"
분위기까지 싸늘하게 얼어가던 그 찰나,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권장소비자가 500원인 '신라면 컵'이었습니다!
우리는 싸움도 멈추고 판매대 앞에서 바보같이 침만 질질 흘렸어요.
결국 하나씩 사 먹기로 합의를 보았지요.
하지만, 그 순간 또 한 번의 충격이 우리를 강타했어요. 권.장.소.비.자.가.5.0.0.원인 '신라면 컵'이, 스위스 프랑으로 7000원에 달한다는 것!
주변의 돈 많은 어른들은 그래도 많이들 사서 드시는데, 가난한 학생인 우리에겐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지요.
하지만 우리는 결심했어요.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
부들부들 떨면서 '신라면 컵' 세 개를 사고야 말았답니다.
다음날 아침은 가져온 미숫가루로 때우기로 합의하고 나서요.
사진은 물을 붓고 기다리는 3분 동안 잽싸게 찍은 거에요.
제법 여유 있어 보이죠? ㅎㅎ
그러나 이것은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답니다. 정확히 1분 뒤에, 우리는 모두 아귀처럼 라면에 달려 들었어요.
한국에서는 그렇게 흔하던 라면이, 그 곳에선 왜 그렇게 귀하고 맛있던지...
아... 진짜 그 환상적인 맛은 영원히 못 잊을 거에요.
빵 쪼가리로 매일을 때우던 우리 일상에, 한 줄기 단비 같았던 신라면... 그 꼬들꼬들한 면발 하나, 뜨끈한 국물 한 방울,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어 치웠어요.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오늘도 신라면 하나를 끓여 그 매콤한 맛을 소중하게 음미합니다.
면발 하나, 국물 한 방울이 아쉬웠던 그 날을 떠올리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