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엔 굴 넣고 된장국을 끓이려고 지금 막 두부 반모랑, 파를 사 왔어요. 나머지 재료는 집에 있고요.
굴 넣은 된장국은 처음 끓여보는건데.... 우리 남편 맛있다고 하려나... 혼자 빙긋 웃다가 저 사는 얘기 하고 싶어서 늘 눈으로만 읽다가 이렇게 자리 비집고 앉아 보네요.
지난주 금요일이 결혼 4주년된 ... 그렇지만 아직도 신혼같은 주부입니다.
남편은 저보다 한살어리죠.
사는 동안 남편에게 한약 한 재 먹으라는 얘기만 안하면 도통 다툴 일이 없이 살아왔고, 이제는 지쳐 "한약"의 "한"자도 꺼내지 않다보니 그나마 있던 말다툼도 사라진지 오래됐죠.
친구들 중에서 제가 가장 결혼이 늦다보니 결혼생활에 대한 보고 들은 이론적 지식이 너무 많았어요. 그 중에 하나가 비자금이란 거였죠.
비자금!! 꼭 있어야 한다는게 전반적인 의견들이었고, 제 생각도 그렇구나 했었어요.
그런데 맞벌이를 하면서 남편 급여가 모두 제 통장으로 들어오고 제가 살림살이를 다 하다보니 비자금의 필요성을 전혀 모르겠더라구요.
시댁은 멀고 친정은 가까워 아무래도 친정에 들어가는 돈이 많지만 남편도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처가에 뭐 하나 더 해주고 싶어하는 사람이라 굳이 남편 눈치보거나 속일 필요도 없었구요.
그러다가 올 3월달 아이가 생기고 전 일을 그만 두었네요.
그러고 나니까 괜히 친정에 뭐 해 주고, 동생들 용돈주고... 하는 일들이 남편한테 미안한 생각이 들어 남편한테 이랬다, 저랬다 얘기를 안하게 되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이거 돈 관리하기 힘드네"하며 자기 비자금을 반 나누자 하더군요.
남편의 비자금이 뭐냐구요?
남편의 급여는 모두 제 통장으로 입금이 되는데,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남편에겐 간혹 예기치 않은 부수입이 있는가 보더라구요. 그래서 전엔 오늘 부수입이 얼마야, 라며 반타작 해주면 우린 서로 박수치며 좋아라 했었거든요.
그랬는데 언제부턴가 "여긴 내 비자금"이라며 자기 책상 서랍에 차곡차곡 모아두기 시작한 겁니다.
워낙 가정적이고, 알뜰한 남편이기에 저는 그렇게 자랑하는 남편을 보며 웃음으로 묵인해 주었구요.
그랬는데 그날 비자금 관리하기 힘들다며 어림짐작으로 반으로 나누어 이건 네것이라며 저에게 뚝 떼어주는 겁니다.
너무도 착한 남편! 저한테는 몇 십만원짜리 옷을 사주려고 실랑이 벌이면서, 자기는 이만원 넘어가는 바지는 안 산다고 고집피우고, 저한텐 메이커 운동화를 신겨 주면서도 자기는 대형 할인점에서 3만원짜리 운동화 사면서도 "비싼데..." 몇 번이고 망설이는 사람!!
사진 찍는 걸 좋아해 더 좋은 카메라도 갖고 싶어하고, 렌즈며, 필터며 관심을 갖으면서도 선뜻 얘기 안하는 남자입니다.
남편이 건네준 비자금을 세어보니 거금(?) 삼십만원이 되더군요.
그런데 받을 땐 좋았는데... 뭘 해야 할까 용도가 없는겁니다.
지금 배가 산만해서 옷도 못 사고, 신발도 필요없고....
지난주 결혼 4주년 기념으로 2박3일 여행을 했거든요. 거제도, 외도 등 쭈~욱 올라오면서 보성차밭, 낙안읍성민속마을에서도 하룻밤 잤구요. 멋진 가을여행이었죠.
그 여행경비는 남편이 자기의 남은 비자금으로 결혼선물이라고 모두 부담했구요.
화장대 서랍에 차곡히 놓여 있는 현금을 볼 때만 흐뭇하지 특별히 할 게 없어서 어제 남편에게 그랬어요.
"나한테 준 용돈 우리 생활비에 환원할래. 쓸대가 없어." 그랬더니 남편 왈
"넌 참 바보구나, 그걸 왜 생활비에 환원해? 그건 말 그대로 비자금이야. 그동안 친정에 뭐 해주고 싶었는데 괜히 나한테 말하기 뭣했던거 있거나... 그런데 쓰는거야. 그냥 가지고 있어 봐."
최근들어 친정집에 뭐 해줬다는 얘기를 통 안 했더니.... 지난달 서울사는 언니한테 인터넷으로 고구마를 택배로 보내고 얘기를 안 했는데... 어린 조카가 우리 가족 홈페이지에 "이모 고구마를 택배로 보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글을 올리는 바람에 들통이 나서 못내 미안해 했더니... 그런게 걸렸나봅니다.
남편에게 참으로 고맙고 미안합니다.
시어머님, 잘 하는거 하나 없는 제게 늘 이쁘다 하십니다. 하나밖에 없는 시누, 어렵고 힘든 일 있어도 부담 안 주려고 절대 얘기 안 합니다.
지난 토요일엔 모처럼 시누집에 놀러갔어요. 새해 달력을 주더군요. 혹여 잊어버릴까봐 눈이 쉽게 띄는곳에 내놓았다고.... "언니, 전 미신같은거 안 믿는데요, 새달력이 먼저 들어와야 부자된다고..." 마음씀이 너무 고마웠읍니다.
사실 아직까진 그다지 힘든거 모르겠는데... 시댁에선 둘이 벌다가 하나 버니까 무지 힘들꺼라 생각하십니다. 괜찮아요 해도 그냥 하는 소리려니 늘 당신 아들 돈 많이 못 벌까 걱정하시고, 간혹 어머님 식사라도 한끼 대접할라치면 어느사이엔가 먼저 계산하시고 절대 차비 한푼 받지 않으시는 대쪽같은 분이시구요, 덤으로 얻었다고 세재하나, 수세미 하나도 나누어 주는 시누예요.
저 참으로 행복한 여자죠?
잘 해야죠. 남편에게 잘하고, 시부모님께 잘 하고, 시누에게 잘하고요.
가끔 시댁에 전화드리면 아버님!! "태교 할 하냐?" 허허 웃으십니다. 전 늘 그러죠. "마음 편하면 태교죠 뭐. **씨가 잘 해 줘요."
남편이 가지고 있으라니까 다시 한번 뭐에 써야 하나 고민생겼네요.
아, 친정 김장할 때 보태야겠네요,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