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드디어 시어머니와 한판 붙었다.
이제 남편의 어머니지 시어머니라 부르고 싶진 않다. 벼르고 별렀었는데, 난 너무 감정이 격해 소리만 지르다 나보다 더 큰소리로 퍼붓는 온갖 욕설을 몸으로 맞으며 얇은 내의 한벌입고 따라 나선 내 딸아이를 껴안고 울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 남편의 어머니 당신 참 잘나셨수....
작년 이맘때 남편은 갑자기 지출을 많이 하고 분수에 맞지도 않는 술을 마셔대더니 조울증으로 진단받았다. 조증의 상태에선 무분별한 지출과 투자, 과감한 의욕으로 그런 일이 일어난단다. 입원치료후 하던일을 점차 접더니 갑자기 집에 꼭 틀어박혀 있는 것이었다. 그때가 울증의 상태인데, 그렇게 전이되는 것이 별로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걸 나중에사 알았다. 알았다면 어떻게든 울증이 되지 않도록 힘써 봤을텐데, 남편이 집에 있으니 혼자 벌어먹고 사느라 그런건 신경도 못썼던 내가 너무도 후회스럽다.
벌써 1년이상 남편은 놀고 있고, 발병후 생긴빚을 갚기위해 집도 팔고 전세보증금까지 대출받아 겨우 이사하였다. 남아 있는 카드빚은 내가 겨우 버는돈으로 이자도 갚기 벅찼고 결국 친정에서 얼마간 융통을 해주어 지금은 카드빚걱정은 겨우 면한 셈이다. 그 병의 증세는 가까운 사람에게 너무도 악영향을 미친다. 난 거의 남편을 믿을수 없게 되었고, 인간적인 배신감으로 몸서리치고 있다. 그래도 우리 시댁식구들은 나몰라라 한다. 보다 못한 친정엄마가 전화를 해서 우리의 사는 형편을 알려주었음에도 잘 있느냐는 전화한통도 해주지 않는 사람들이다.
거기다 남편은 아직도 매일매일 나를 절망시킨다. 술만 안먹고 사고만 안치면 어떻게든 버텨보겠는데 돈도 없을텐데 술을 어떻게 먹는지 알 수 없다. 열흘전쯤엔 술을 먹고 건달들과 싸웠는지 상처를 입고 왓다. 얼마나 속이 상하든지..... 다신 술먹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난 또다시 남편을 거부하고 미워하게된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다.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 미워하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더군다나 그게 나와 같이 살던 남편이 될줄은 더더욱 몰랐었다.
어젠 월차를 내고 다른 볼일을 보고 있는데 뭔가 자꾸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시간이 지나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거다. 깜깜해진 담에 문앞에 서있는 그림자, 술을 먹고 넘어졌는지 싸웠는지 얼굴도 찢어지고 옷도 찢어지고..... 응급실로 가면서 1년만에 시어머니에게 전화했다. 빨리 와서 당신 아들좀 보라고. 이렇게 되어도 어떻게 형제들이 안부한번 묻는 적이 없냐고....
오지 않았다. 얼굴을 봉합하고 시댁으로 갔다. 시어머니 조카를 재우고 있더군.
"내가 애를 델꼬 어찌 병원엘 가노?"
애데리고 병원 함 오면 그리 큰일 날일인가? 피가 꺼꾸로 솟는것 같더군.
"어머니 아들아닙니까? 손자가 그리 중요합니까? 해도 너무하십니다..."
소리질렀다. 너무도 억울했다. 아들이 얼마나 뭘 잘못했길래 쳐다보려고도 않는지....
내가 조곤조곤 따지지 못한 걸 후회한다. 그 순간엔 이성을 잃었으니....
우리 시어머니 얼마나 당당하게 나보다 더 큰소리로 나에게 욕을 해대던지.....
실컷 하십시오. 난 그동네 안사니까. 창피는 어머니가 더 하시겠지.
남편을 내려놓고 올려는데, 차에서 절대 내리려 하지 않는다. 시어머니 차 놔두고 가랜다.
얇은 내의바람으로 떨고 서있는 손녀를 보면서도..... 난 딸아이를 끌어안고 울면서 돌아왔다.
30년을 키운 아들이 병이 생겼는데, 10년 같이 산 며느리 탓을 한다.
나때문에 병에 걸렸다면 왜 나에게 맡겨두는건가? 병의 원인을 제거해주어야지.
집에와서도 잠이 안온다. 차안에 그대로 있는건 아닌지. 식구들이 남편을 받아들일지.
제발 즈네 식구들과 같이 지내줬으면....
아침이 되니 어제 옷차림 그대로 남편이 왔다. 밤새 차에서 잤단다.
어떻게 병든 아들을. 다친 아들을 차에서 재운단 말인가?
우리집엔 개가 두마리 있다. 한마리는 어미 한마리는 새끼이다. 태어난지 넉달이 지났지만 어미는 밥을 주어도 먼저 먹지 않는다. 그런데, 남편의 엄마는 병든 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신경쓰지 않는다. 자기가 위장병이 나서 죽을판이라고....
친정엄마는 오늘도 식혜며 인삼을 들고 오신다. 이서방 먹고 기운차려야 한다고.
더 슬프다.
백번해도 남편은 나아지는 기색도 노력하는 기미도 없는데....
지금도 남편을 피해 도서관에 있다. 받아들이기도 힘들고 보내기도 불쌍하다.
난 어찌하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