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100여 명의 인파와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 양용은(34)이 얼굴을 붉히며 밝힌 속내다.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신문 스포츠면을 폈지요. 제 사진이 박힌 헤드라인을 보니 웃음이 나왔어요."
제대로 `주연`을 실감한 자리는 지난 12일 유러피언투어 HSBC챔피언스 우승 직후 타이거 우즈와 나란히 시상식에 섰을 때. 보통 2위에게는 축하인사를 건네지만 양용은은 `미안해요(I`m sorry)`라는 말을 건넸다며 너스레를 떨었단다. `골프 황제`를 미안하게 한 골퍼 있으면 나와보라며 한 소리다.
유럽골프투어(EPGA) 홈페이지는 `양용은의 한 주` `유럽은 양용은이라는 넘버 원 선수를 갖게 됐다`고까지 극찬하고 있다.
미국 스포츠 매체들도 호들갑을 떨고 있다. ESPN은 "양용은. 누군지 몰랐지만 그의 샷은 뚜렷이 기억할 수 있다"는 우즈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정말 후련하네요. 그 동안 사실 좀 씁쓸했었거든요. 초청을 받아도 조연 역이 많았잖아요."
박세리와 성 대결에 초청받았을 때도, 올해 한국오픈에 출전할 때도 사실 `양념` 역할일 뿐이었다.
스폰서 역시 마찬가지다. 초기부터 그를 돌봐준 캬스코. 잠깐 몸담았던 이동수골프까지 사실 `주연급` 스폰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는 처음 골프채를 잡은 것에도 감사하고 있다. 자신에게 붙였던 `골프 검정고시생`치고는 꽤나 출세한 셈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감귤 농사를 짓는 부모 슬하에서 보낸 어린 시절. 가난이 싫을 때마다 매달렸던 운동. 하지만 예기치 않았던 부상으로 육체미 선수의 꿈을 접고 골프연습장에 취직했던 암울했던 때. 나이트클럽 웨이터 생활을 하며 번 돈으로 클럽을 샀던 기억도 아스라하다.
`아내 자랑하면 팔불출`이라는데 또 불쑥 아내 얘기를 꺼낸다.
"월급이 다 뭐예요. 한 달에 10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생활을 했는데요. 10년만 기다리라고 했어요"
지금이야 경기도 용인의 번듯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15만원짜리 방이 보금자리였다. 변변치 않았던 상금을 쪼개 세 아들까지 키워낸 슈퍼우먼 아내가 고마울 뿐이다.
그런 그가 올해 벌어들인 상금은 우리 돈으로 대략 18억원선이다. 프로 입문 후 10년. 통산 7승(국내 2승ㆍ일본 4승ㆍ유럽 1승) 중 올해에만 3승을 했으니 결국 10년 만에 `강산`이 변한 셈이다.
그의 눈은 이미 `꿈의 무대` 미국PGA투어를 향하고 있다.
"꿈의 무대로 가야죠. 그게 꿈인데요. 이달 말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 목표요? 마스터스 우승이죠."
자신감 넘치는 말투. 거침없는 답변. 미국서 제2의 최경주 신화를 일구겠다는 각오가 얼굴에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