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동갑내기인 여친과 사귄지 5개월이 조금 넘었습니다.
일하다 만나 처음에 완전 서로 웬수였다가
어느 날 술취해서 이런저런 서로의 환경이야기하다가 끌리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그아이는 진짜 고생도 많이 했고,
전에 만났던 남자와 여러가지 사회경험을 통해
남자란 존재에 대해 너무나 부정적인 아이였습니다.
삶에 무게에 짓눌려 숨쉬기조차 힘들어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사랑을 부정하고 언제나 사람을 믿지 못하고
때론 자신을 학대하곤 했습니다.
외로움도 많이 타고 언제나 혼자인 아이였습니다.
그녀가 가끔 자기가 느끼고 있는 자신의 증세와 병명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조울증과 대인기피증.. 강박관념.. 피해망상...
하루에도 몇번씩 기분이 왔다갔다하는 그녈보며 안쓰러웠습니다.
잘해주고 싶었습니다.
엽기적인 그녀란 영화에서 차태현이 그랬듯
그녀가 다친 맘을 치료해주고 싶었고
거리낌없이 독한 말을 내뱉는 그녀의 병든 기억을 다독거려주고 싶었습니다.
저도 제가 가슴아프게한 여자들에 대한 속죄의 기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도 아프게 사랑한 후 제 자신의 맘을 돌보며 3년이란 시간을 기다려왔기에
무엇보다 이 여자를 채워줄 수 있다는 기대와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네.. 건방지지만 어쩜 지금 제 사랑의 시작이 동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녀는 말했습니다.
쿨하게 만나자고..
감정따위에 얽매이지 말자구...
하지만 전 이 여자에게는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의 확신과 믿음으로 이 여자를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정말이지... 촛불처럼 사랑했습니다..
제 몸을 태워가며 그녀를 비추어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면 안되는줄 알면서도 감정이 말라버린 이여자를 위해
저의 풍부한 감성으로 일방적으로 사랑을 쏟아부었습니다..
조금씩 변하더군요...
중간에 몇번의 이별을 통해 저의 소중함을 느꼈던 그녀가
결국 마음을 열였고 그녀 부모님한테 인사도 드렸고
나름 사랑을 키워나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간의 과정 다 생략하고...
어제 좀 다투었고 일자리를 옮기는 상황과 여러가지 삶의 문제를 통해
그녀가 힘들어하는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
내 인생의 남자는 오빠가 마지막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이 결혼해서 평생을 함께 한다는 말이 아님을 알고있겠지.
"계속 만나다가 결혼 할 생각이 들면 결혼하겠지" 라고 말 한 걸 항상 기억하고 있기를 바래.
그러니까 나 때문에 다른여자와의 결혼기회도 놓쳤다는 원망은 듣고 싶지 않으니까
나한테 전부를 걸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를 만나다가 결혼하고 싶은 여자 생기면 그 여자와 결혼해.
난 누구와도 전혀 결혼 할 생각이 없고 아이도 원하지 않아.
내가 만약 결혼 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게 되는 상황일테고 아이도 어쩔 수 없이 낳는 경우일거야.
그런식으로 나만 바라보고 있다고 말하면 솔직히 부담스러워서 오빠 만나기가 꺼려져.
--------------------------------
항상 그녀가 이야기합니다.
자기가 나에게 너무나 부족한 여자란 걸 알고 있다고...
그래서 언제나 내가 떠날 수 있음을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있다고..
그때 자신이 맘아픈걸 대비하기 위해 나를 백프로 사랑할 수 없다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래를 함께 생각하고
알콩달콩 우리의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저 위의 내용을 처음 들은 소리는 아니지만..
제가 지금 많이 화가 나네요...
주변에 시선들 다 무시하고 진심으로 이렇게 사랑하고 있다는거 알면서도
저 따위로 말하는 그녀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중인격체라고 하죠?
그녀는 이야기하죠. 자기 안에 다른 자기가 존재한다고..
언제나 이해를 통해 그녀를 포용하려고 했던 저인만큼
저런 말을 들을 때면 저도 힘이 빠집니다..
제가 사서 왜 이런 고생을 하나 싶은 생각마저 드는걸 보면
저도 나쁜놈이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가 인정할만큼 못됐습니다.
그래서 잠시 떨어져있기로 했습니다.
지금도 저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를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겠다는 믿음..
그건 신념과도 같습니다.
인연이라는 것이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님 또한 알고 있습니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다만 지금 최선을 다할뿐입니다.
힘드네요.. 무지 힘드네요...
하지만 제가 먼저 이 연을 놓진 않을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겠죠.
지금 이 노력들이 물거품이 될지, 빛을 발할지...
평양감사도 자기 싫으면 마는 법...
제가 필요없다는 사람.. 붙잡고 싶진 않습니다.
슬픈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라 그녀또한 해피엔딩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왜 자꾸 이렇게 신파가 되어 가는지 지겹네요.
다만 그녀가 지금 불안한 상태에서 현명하게 선택하길 바라고 바랄 뿐입니다.
그래서 전 기도하는 맘으로 제 넋두리를 조금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