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동거에 폭력·성관계 강요 피해 잇따라]
[노컷뉴스 차성민 기자] ◈ 사례 1 서울 신림동 사는 최 모(22.여)씨. 최 씨는 얼마전 함께 살던 동거남 ㄴ씨와 헤어졌다. 잦은 폭력과 금적전인 요구 때문이다.
최 씨와 ㄴ씨의 인연은 최 씨가 지난 2007년 인터넷 동거 카페에 가입하면서 시작됐다. 최씨는 혼자 자취하던 중 적적함을 느껴 인터넷의 한 동거 카페에 가입했다.
계약동거를 생각한 최씨는 인터넷에 '동거남 구함'이라는 글을 올렸다. 응답 메일은 천여통이나 왔다. 동거를 원하는 남자들은 사진을 첨부하기도 하고 연락처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사진에서 자신의 이상형을 발견했다. 준수한 외모에 명문대 대학생이라는 '포장'에 끌려 그와 함께 살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함께 산 지 한달도 안돼 본색을 드러냈다. 그의 직업은 명문 대학생이 아닌 나이트클럽 종업원이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생각한 최 씨는 그냥 이해하며 넘어갔다. 하지만 그는 본색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술먹고 들어오는 날에는 폭력을 행사하기 일쑤였고 도박에 빠져 금전적인 요구도 서슴지 않았다. 한 술 더 떠 다른 여자를 집에 불러 들이는 등 바람까지 폈다.
최 씨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최 씨는 "호기심에서 시작한 동거가 이렇게 큰 상처가 될 줄은 물랐다"며 "결혼처럼 동거라는 것도 둘이라는 인격체가 하나가 되는 것인 만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사례 2 경기도 성남에 사는 강 모(27.여)씨는 지난 2005년 여름 집을 나와 독립했다. 10대 때부터 동거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던 강 씨는 단지 억압적인 집안 분위기에서 탈출하고 싶어 무작정 짐을 꾸렸다. 그가 짐을 싸서 들어간 곳은 '아는 오빠'인 ㄱ씨 집이었다. ㄱ씨는 술자리에서 몇 번 만난 것이 고작인 남자였다. 강씨의 고통은 그 때 부터 시작됐다.
ㄱ씨는 강압적인 성관계를 요구했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물리적 폭행을 감수해야 했다.
참다 못한 강씨는 지난 2007년부터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강씨는 "강압적인 집 분위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함께 살았다"며 "최근 TV를 보면 동거생활을 '포장'해서 현혹되기 쉽다"며 "동거는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말했다.
◈ 동거문화를 권하는 사회 최근 동거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각종 미디어에서는 경쟁적으로 동거를 미화하고 있고, 청소년들은 이에 호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젊은이들의 동거에 대한 의식 변화가 동거를 부추기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MBC의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은 연애인들이 '가상의 부부'로 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이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는 청소년들의 댓글이 무성하다. "나도 동거를 하고 싶다", "남자 친구와 동거하면 저렇게 재미있을까?" 등등 부모 입장에서는 아찔한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처럼 동거 문화가 자연스럽게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한 인터넷 동거 카페의 회원수는 무려 4만명을 넘어섰다. 여기서 동거가 이뤄지는 커플도 적지 않다는 것이 회원들의 주장이다.
이 카페를 통해 계약 동거를 해봤다는 최 모(22)씨는 "보통 계약 커플이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남성들이 글을 올리고 여성들이 쪽지나 메일을 보내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이어 "요즘에는 계약 조건도 꼼꼼해 방값이나 생활비 등도 계약조건에 들어가 있다"고 덧붙였다.
◈ 청소년 동거 인식 급변, 신중한 접근 필요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회적 변화가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청소년 시기에 잘못 형성된 동거 인식은 성인 되면서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조사연구소 김순흥 교수는 "최근 청소년들의 전통적인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면서 "TV 프로그램이 문제인지는 설명할 수 없지만 동거에 대한 인식이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몇 년전 청소년 의식변화 조사에서 청소년 40% 이상이 '동거를 할 수 있다'고 설문에 응하는 등 청소년들의 의식변화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사회복지회 관계자는 "최근 가벼운 성문화로 미혼모들이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입양을 신청하는 미혼모도 급증하고 있다"며 "이 중에는 동거를 통해 임신을 한 경우도 상당수에 이른다"면서 "신중한 동거 선택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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