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병원에서 함께 닝겔맞다 만난 이상형..
나이 스물아홉에 이런 영화(?!)같은 만남이 생기다니..
지금도 생각만 하면 가슴이 설레네요.. ㅎㅎ
(정식 표현은 링거가 맞겠지만.. 그냥 닝겔로 표현하겠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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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년 6월 12일 오후 6시 19분. 문득 문자가 왔습니다.
"[XX중공업]상반기 대졸공채 건강검진..."
졸업 후 1년동안 모 대기업의 최종면접 탈락, 모 조선소의 신체검사 탈락 등등...
취업뽀개기에 온 신경을 쏟으며 울고웃던 고난의 시간들이 지나가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세계 최고의 H중공업에 합격하여 신체검사만을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몇달 전 모 조선소의 채용에서 최종면접까지 합격하고도 높은 간수치로 인해 최종합격이
취소되었던 저라... 이번 신검에 대비(?!)하여 '특단의 조치'를 받기로 결심했습니다.
남들은 최종면접 합격하면 끝났다고 좋아들 하는데 왜 전 신검이 더 두려운건지...ㄷㄷ
암튼 현재 모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는 저는 금요일 낮에 외출을 받고 인근 내과로 향했습니다.
신비한 정신세계를 가지신 의사께서는 마치 영업사원처럼 '그렇다면 우리병원에 잘왔다!!'
라고 하시며 제가 간절히 바라던 '강력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 주시더군요..
(50대의 여의사분이 나이 29인 제게 '임마~'라고 하시며 마치 초딩대하듯 하시더군요..ㄷㄷ)
간수치에 직빵(?!)이라는 주사를 포도당과 함께 맞기 위해 전 주사실(?)로 향했습니다.
거기엔 큰 방에 10개 남짓한 침대가 놓여있었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세분의 어르신과
한명의 여자아이가 누워서 각자 닝겔을 맞고 있더군요.
전 경제신문을 들고 조용히 구석자리로 가서 닝겔을 맞으며 신문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에 계시던 팔순가까이 되신 어르신께서 그간 지루하셨는지 제게 쉴틈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으시더군요...ㄷㄷ
(실제로 닝겔맞는 시간이 2시간정도 걸립니다.)
1~20분 이야기를 나누다가 부담스러웠던 저는 어르신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여자아이가
누워있던 옆자리로 잽싸게 자리를 바꾸었습니다. (어르신.. 죄송합니다.. 꾸벅)
안경을 끼고 가지 않은 데다가 (시력이 0.1정도입니다..) 반대로 누워있어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작고 마른 체구에 발등부분에 커다란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양말을 신은 그 아이는 얼핏 보아
중학생정도 되어 보였습니다.
학생을 보니 옛날생각도 나고 해서 시간도 때울 겸 이야기나 할까 생각한 저는 말을 걸었습니다.
저 : 어디가 아파서 왔어? (10살이상 어리다고 보고 반말을... )
그녀 : ... 감기 때문에요.
저 : 아~ 학교는 안갔어?
그녀 : 시험기간이라서요..
저 : 아~ 그래? 중학생?
그녀 : 네? 대학생인데요 ㅡㅡ?
저 : 허걱... 죄..죄송합니다.
아무리 안경을 안끼고 갔다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사람 나이를 잘못보다니...
초 뻘쭘해지고.. 어색해진 분위기를 바꿔볼까 해서 이런저런 말을 걸어 보았습니다.
저 : 학교 어디 다니세요?
그녀 : D대학교요
저 : 아~ 우리 회사동기가 거기 기계과 나왔는데 ^^
그녀 : ...........
저 : 몇학년이세요?
그녀 : 3학년요.. -_-
크헉.. 전 순식간에 22살의 아가씨에게 반말 찍찍거리며 찝적대는 또라이가 되버렸습니다.. ㅠㅠ
어차피 이 담에 볼 것도 아니고.. 좀 뻔뻔하지만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실수(?!)는 뒤로하고
저 혼자 주저리주저리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30분쯤을 혼자 떠들었을까.. 그녀가 화장실을 가려고 자리에 앉더군요.
자연스레 그녀의 얼굴을 마주 보았는데.. 그 순간...... 멍해졌습니다.
가까이에서 바라본 그녀의 얼굴은.. 정말 제 이상형 그 자체였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는 감기때문에 기숙사에서 계속 자다가 머리도 안감고
세수만 대충 한 채로 츄리닝에 차림에 바지만 갈아입고 나온거라고 하더군요..^^;;)
한 눈에 반해버린 저는 어떻해서든 그녀와 다시 한 번 만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명함을 준비해놓고 어떻게 말을 꺼낼 지 고민하던 찰나 그녀는 다시 들어왔고,
전 다시 횡설수설 떠들기 시작했죠.
저 : 졸업이 어쩌고 저쩌고 요즘 취업이 어쩌고.....
그녀 : 근데.. 회사가 어디시랬죠?
전 그 순간!! '회사가 어디..' 라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이 명함을 꺼내서
그녀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략 난감...ㄷㄷ
저 : 전화하세요, 밥 먹읍시다.
그녀 : ....
제 의지와는 관계없이 제 입에서는 최악의 멘트가 튀어나왔습니다.
옆에서 닝겔맞던 남자가 대뜸 명함을 주면서 한다는 말이 '밥 먹읍시다...' -_-;;
끝도없이 뻘쭘해지는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하여 저는 더더욱 정신없이 떠들어댔습니다.
저 : 내일이나 모레 시간되시면 식사라도 같이 하죠.
그녀 : 네 시간보구요.
이대로 헤어지면 그냥 끝이라고 생각한 저는 대담하게 전화번호를 물어보았습니다.
저 : 전화번호 뒷자리가...?
그녀 : XXXX요
저 : 그럼 중간자리는... ^^?!
그녀 : 쉬워요. 안가르쳐드려도 아실 수 있어요.
저 : 쉬운번호... ㄷㄷ 그냥 가르쳐 주삼 ㅇㅅㅇ
그녀 : XXXX요. 쉽죠?
아.. 순진한 그녀.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냥 가르쳐 주네요. 감격ㅠㅠ
정황상으로 보아 010이라고 확신한 저는 바로 확인전화를 해 보았고 그녀의 핸드폰 전화번호가
맞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와 함께 좀더 오래 있기 위해 회사때문에 무시무시한 속도로 떨어지게 맞춰놓았던 제
링거액의 떨어지는 속도를 그녀에게 맞춰놓고 저는 기왕 대쉬할꺼 과감하게 도전해보기로
마음을 먹고 그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저 : 혹시 식사 하셨나요? (현재시각 오후 1시 30분.. 병원 들어온 시간이 12시였습니다)
그녀 : 아니요..
저 : 그럼 나가서 함께 간단하게 식사라도 하실래요?
그녀 : 아뇨. 약속있어요.
저 : 네.. ㅠㅠ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 덧 닝겔도 바닥을 드러내었고, 조금 먼저 다 맞게
된 제가 먼저 병원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병원 문 앞에서 이리저리 서성이며 어떻해야 한번 더 마주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저는..
병원에서 나와 약국에 들어갔던 그녀를 밖에서 기다리다 그만 놓치고 말았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식당을 찾았는데.. 식당이 없더군요..ㄷㄷ
거기가 그녀가 다니는 D대학교의 앞이라 그녀에게 식당위치도 물을 겸 연락을 해 보았습니다.
저 : 문자 [근처에 식당 없나요?]
그녀 : 문자 [아 어디신데요?]
병원앞이라는 말에 5분만 기다리라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 저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친절한 그녀는 잠시 뒤 나타나 저를 김밥천국 앞까지 안내해 주더군요.
감사의 인사와 함께 헤어질 마음의 준비를 하던 저는 0.1초 그녀의 머뭇거림을 발견하였습니다!
저 : 기왕 여기까지 오신거 간단하게 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적극...)
그녀 : (마지못해) 네....
회사로 돌아가야 하기에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된 저는 하루종일
굶은 배고픔은 잊은 채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열변을 토했습니다.
그러한 제 노력이 효과가 있었는지 그녀는 그날 제 연락을 잘 받아주었고, 토요일에도
점심과 커피를 함께하기로 약속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토요일 아침, 좀처럼 꺼내 입지 않았던 옷들을 꺼내 이래저래 입어보고, 한동안 잊고 지냈던
왁스를 꺼내 바르며 나름 멋을 부려보아도 전혀 멋이 나질 않더군요...ㄷㄷ
이렇게 완전무장(?!)을 끝낸 저는 들뜬 마음에 너무나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1시간 가까이
그녀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긴 기다림의 시간이 끝나고 제 앞에 나타난 그녀.....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얼굴로 화사한 웃음을 지어 보이네요..
금요일에 그때와 같은 모습으로 병원에 왔었다면 전 말조차도 걸지 못했겠죠..
정말 보잘 것 없는 외모의 제겐 너무 과분한 그녀입니다..
암튼 우리는 어제 갈비집에서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정말 제게는 잊지 못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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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그녀를 만난 지 3일이 되네요..
그녀의 핸드폰 속 제 이름은 '닝겔남'입니다.
어제 밤 문득 '전차남'이라는 드라마가 생각나더군요..
보잘 것 없는 외모에 오타쿠인 주인공을 사랑하는 그녀..
저도 전차남처럼 로멘스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6월 30일이 H중공업의 입사예정일이라.. 제겐 시간이 많질 않네요..
게다가 그녀는 다음 주 한주동안 시험기간입니다. ㅜㅜ
제가 그녀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