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관심이 많으시분들 읽으시면 좋겠네요
저또한 느낀게 많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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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더 이상 '패션' 이라는 것이 자라나지 못하는 불모지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엄마나 애인이 사준 옷만 입고 다니는 남자들은 이제 확실히 줄어들었습니다. 젊은이들을 넘어, 30~40대의 어른 남자들까지도 옷에 신경쓰기 시작했지요. 더 이상 다른 나라에서 2~3년전에 유행하던 패션이 한국에 뒤늦게 수입되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세계 최대의 IT '소비국' 답게, 한국은 인터넷을 통하여 최신 유행을 기존 어느 나라보다 훨씬 더 빠르게 흡수하였습니다. 이제 더이상 한국이 최소한 '패션 후진국'이라고 불릴 일은 사라진 것 같습니다. 옆집에 사는 20대 아가씨가 린지 로한이 입었던 티셔츠를 찾아다니고, 뒷쪽 집에 사는 소년이 스키니한 진 바지를 입고 여자친구를 만나는 나라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패션'이 자라나기 시작하는 나의 나라를 들여다보니, 몇 가지 아쉬운 점들도 눈에 띄곤 합니다.
과연 '패션'이라는 매력적인 떡잎이 막 싹을 틔워 자라는 한국의 토양은 어떨까요?
(주의: 제가 지금부터 언급하는 몇 가지 예들은 전부 글의 '재미'를 위하여 어떠한 '단면'이나 '선입견'을 담고 있을 수 있습니다. 다소 불쾌하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저는 아무런 악감정 없이 제 의견을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하고 조금 더 글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니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자아아, 그렇다면 이제 한국의 '패션 월드'를 조금 더 들여다봅시다. 굉장히 복잡복잡하지만, 더욱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 거대한 세계는 몇 가지의 (거대한)테마 파크(와 쪼끄마한 수많은 그룹들)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전보다는 훨씬 줄어들었지만 아직까지도 가장 큰 세계가 먼저 눈에 띄입니다. 아이구. 아직 이곳은 '황무지'에 가까운 곳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들은 '싼 옷'을 찾아다니고, 동쪽 거대한 문에서 주로 자신이 입을 것을 소비합니다. 혹은 집에서 마켓을 이용하기도 하네요. 이들에게 자신의 '취향'은 없거나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가장 유행에 둔감하기도 하지만 가장 유행에 잘 '끌려다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을 이루는 기호는 '옷에 아예 관심이 없음' , '여자친구가 예쁘다고 해주면 됨' , '무난하고 평범한 것으로' 정도입니다.
그 옆으로 한번 가 봅시다. 와우? 이쪽 사람들은 꽤나 옷을 '차려 입었습니다.' 코 밑에는 멋지게 수염을 기르고, 스판이 섞인 하얀(혹은 검은) 셔츠는 팽팽하게 몸을 감싸고 있습니다. 다리에는 워싱이 잘 (혹은 지나치게) 된 청바지나 까만 스키니 팬츠가 역시 팽팽하게 하체를 감싸고 있는데, 하나같이 밑위가 너무 짧아 기장도 짧은 그 셔츠를 가까스로 바지 속에 집어 넣고 있네요. 얇은 넥타이나 터질 듯한 테일러자켓을 걸치고 있는 사람도 눈에 띄입니다. 이들이 있는 곳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봅시다. '간지'나 '트렌드'라는 글자가 가장 눈에 띄입니다. '디X st.' 'D&X st.' 같은 문구도 굉장히 많이 보여요. 이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서로 '스펙이 몇이니, 조인성이니, 강동원이니' 라는 말들이 굉장히 많이 들리는군요. 그리고 저 멀리서는 방금 전 황량한 곳에 있었던 몇몇 젊은이들이 이곳으로 조용히 발을 내딛고 있네요. 부러운 듯 그냥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요.
자, 그렇다면 그 위쪽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오우. 이 분들은 수트맨들이시군요. 고급 원단으로 만들어졌다는 셔츠에 잘 재단된 수트를 입고, 수트와 구두에 어울리는 넥타이는 멋지게 딤플을 만들어 볼륨 있게 메었습니다. 가슴에는 봉긋 하게 포켓치프도 달고 계시고요. 와우, 셔츠는 하나같이 일인치가 약간 안되는 길이로 삐져나와 있고 바지 아래에는 갈색의 구두를 신고 있네요. 머리는 단정하고, 재킷의 가슴 포켓은 부드럽게 배 모양을 그리고 있습니다. 스트라파타가 되어 있는 스리버튼 수트의 바짓춤은 구두를 소록 가릴 만큼 뻗혀 있고요. 글쎄요. 이들은 굉장히 어른이시라서 그런지, 아니면 성격이 원래 그러신지 모르겠지만 '원칙'을 굉장히 소중히 여기십니다. 근처근처를 보면 거울 앞에서 자기 셔츠가 몇 센티미터나 삐져나왔는지 재어 보는 사람도 있고, 더블 브레스티드 수트를 입은 어떤 분은 다른 분에게 혼나고 계십니다. 와이드 칼라 셔츠를 입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맙소사! 저기도 혼나고 있는 사람이 또 있군요. 왜 그런가 봅시다. 오우... 저 분은 알고보니 수트에 버튼 칼라 셔츠를 입고 있었네요!
워워워... 사실은 이 세 부류들 말고도 한국의 패션 테마 파크에는 꽤나 많은 그룹들이 존재합니다. 물론 일일히 소개를 못한 것은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일까요? 한국 '패션'의 가장 큰 약점 중에 하나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이 모든(대부분의) 부류들이 서로를 자신과 '재면서' 자신들을 좀 더 '우열화' 하고 다른 부류를 '무시'하면서 서로를 '계급화'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서로를 서로의 이미지 안에서만 '고이게' 만들고 말이죠.
세상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인생은, 그들의 생각은 지금 나와는 모두 다릅니다.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왜 (특히) 한국인들은 이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왜 그들은 서로를 동등하게, 평등하게 놓기'만' 좋아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무시하곤 할까요?
남이 어떤 옷을 입든 그것은 그 사람의 취향과 성격이 '반영' 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없을까요? 왜 아직도 자신의 얄팍한 태양계에 남들의 세계를 낑겨넣고 그것을 비웃는 걸까요. 왜 아직도 '자신을 꾸미는 것'은 쓰잘데기 없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왜 유행에 벗어난 옷은 고루하고 촌스럽기만 한 옷입니까? 왜 '슬림'하게만 보여야 멋진 건가요? 유행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꼭 입어야 하겠다는 강박을 가져야 합니까? 왜 당신보다 다리가 짧거나 머리가 큰 사람들을 인간도 아닌 듯이 경멸하고 비웃습니까? 왜 그들은 옷을 입을 '자격'도 없다는 듯이 행동하고 대답합니까? 그리고 왜 저런 말을 곧이곧대로 수용만 하면서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습니까?
꼭 체사레 아톨리니의 비스포크 수트를 입어야 우아한 남자입니까? 20대의 젊은 몸에도 꼭 중후한 울 수트를 끼워넣어야만 진짜 '남자'로 보입니까? 안되는 것은 왜 그렇게 많은가요?
사람들은 다양합니다. 중후한 수트를 입는 사람 저 편에는 가죽 자켓을 입고 바이크를 타는 사람이 있는 것이고, 이모코어를 들으면서 자기혐오에 빠진 우울한 소년들이 있으면 성긴 옷을 입고 꽃과 자유를 외치는 무리들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 , '서로' 를 이해해 주어야 합니다.
한국과 가장 가깝기도 하고 한국 '패션'의 가장 큰 롤 모델중에 하나이기도 한 일본을 봅시다. 그들의 '패션'에는 정말로 다양한 세계들이 공존합니다. 그리고 '유행'을 쫓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옷을 잘 입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고요. 하지만 그들이 서로를 헐뜯진 않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이해' 하고 자신의 세계를 소중히 지켜나갑니다. 자유롭게 교류하기도 하고요. 어느 한 쪽이 어느쪽을 싫어하거나 배척하지도 않습니다. 차라리 무관심하면 했지요.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의 세계를 지켜나가는, 그리고 자유롭게 공유하고 교류하는 그런 태도가 일본의 패션과 같은 훌륭한 숲을 만들지 않았을까요.
옷 입는 것을 학교에서 배우듯 '공부'하지 마세요. 당신이 혹여 잘못한다고 ('워스트' 드레서라고, '토틀리' 하게 '언패셔너블'하다고) 머리를 박박 깎거나 회초리를 들거나 '이 새X 빠져갖고' 같은 말은 하지 않습니다. 그냥 즐겁게, 자신이 입고 싶은 것을 입어보세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여러분의 기호는 무성하게 자라날테고, 어느 순간 즈음에는 멋진 나무가 되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나무를 'My Style' 이라고 불러보세요.
바로 옆에서 나무를 기르고 있는 사람의 나무가 맘에 안 든다고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이해해주세요. 그 나무가 여러분의 나무 위를 그늘지게 한 적도 없잖아요. 그냥 조용히 '내 취향은 아닌걸' 이라고만 말하고 웃어주세요. 그리고 만약 다른 나무가 여러분의 나무그늘을 가리기 시작하고 (원하지도 않았는데) 참견하기 시작한다면, 두려워 하거나 굴복하지 말고 대항하세요. 그것은 당신의 나무니까요.
모두가 다른 나무를 기르기 시작할 때, 한국에서의 '패션' 이라고 하는 것은 조금 더 멋진 것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모두 내멋에 삽시다.
출저 - westwoodman 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