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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고연봉. 그리고 퇴직 결정.. 의견을 주세요..

생각정리 |2008.06.30 16:59
조회 438 |추천 0

안녕하세요.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2년차 직딩입니다. (만 27세, 남)

소중한 의견을 듣고 싶어 진지하게 글 올립니다.

 

요즘 전 퇴사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결국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경력 이직을 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습니다. 하루 빨리 이 분야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따라서 현재, "퇴직 후 새로운 직장에 신입으로 입사"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일인 줄은 알지만, 만 27세.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회사를 생각나는 대로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 최대한 사실위주로 적겠습니다.

연봉 : 높음 (초봉 당시 실 수령액 기준 3500 이상으로, 제 생각엔 최상급인거 같습니다)

비젼 : 좋음 (경력 이직 시장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복지 : 좋음 (현 회사가 저의 첫 회사라 비교대상이 없긴 하지만, 복지는 좋은거 같습니다)

통근 : 왕복 3시간 혹은 그 이상. 매우 멈. (전철로 출퇴근 합니다)

직무 : 아래에 별도로 적겠습니다.

출장 : 아래에 별도로 적겠습니다.

사람 : 아래에 별도로 적겠습니다.

 

대략 이정도 입니다.

 

연봉, 비젼, 복지만 보면 꿈의 회사입니다. 최상급입니다. 더이상 좋을 수가 없죠.

실제로 주변인들에게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을 꺼내면, 위의 세가지를 이유로 들어 반대하곤 합니다.

진정 행복한 제 인생을 찾아 열심히 고민한 퇴사 결심인데, 연봉 하나만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직을 반대 하더군요.

반대로 절 아주 잘 아는 친구들은 저의 퇴사를 독려합니다. 항상 자신감에 차 있던 제가, 요즘은 안쓰러울 정도로 자신감을 잃었고.. 연봉 높아도 직무 스트레스 / 출장 / 적성 등의 예를 들어, 제 고민을 응원해 줍니다.

 

그럼 이제부터 제가 별도로 적으려 한 부분에 대해 말씀 드려 보겠습니다.

 

- 직무 적성...

저는 물리학을 전공하였고, 물리학 전공을 살릴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도체는 물리학과 깊이 관련되어 있는 분야이니, 입사 초반엔 정말 뛸듯이 기뻤죠.

하지만 현 회사에서 제가 하는 일은 반도체 관련 프로그래밍 입니다. C도 아닌, Basic도 아닌, 뭣도 아닌 언어이지요.

저는 학창시절부터 컴퓨터가 매우 좋았지만 프로그래밍이 싫어 컴퓨터 공학과 진학을 포기한 사람입니다.

프로그래밍 쪽은 손사레를 치고 싶을 정도로 싫어합니다.

그런 제가, 이 회사에서 프로그래밍을 주 업무로 해야 할 정도라니.. 답답합니다.

참고로 저의 업무중 50% 이상이 프로그래밍 입니다. 나머지는 기기 컨트롤...

 

- 출장...

출장이 매우 잦습니다. 해외 출장이며, 한 국가에만 출장을 갑니다.

처음엔 해외 출장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잦습니다. 한달에 짧게는 1주, 길게는 3~4주씩, 매달 나갑니다.

올해의 경우, 한국에 있는 날보다 해외에 있는 날이 더욱 많았습니다.

출장 가면 여행 기분 나고 좋을거란 이야기 많이 듣습니다만, 정 반대입니다.

여행은 당연히 못하고, 현지에서 사무실-집만 죽어라 반복합니다. 거의 매일이 야근이며, 주말 특근은 당연합니다.

거기에 더해 다양한 나라도 아닌 "한 나라"에만 출장을 가니, 바쁜 일상 속에서도 완전 지루합니다.

설상 가상으로 밥 또한 맞지 않습니다. 다녀오면 살빠지죠.

실제로 회사 같은 부서 내에 노총각 여럿 있으며, 결혼을 하고 싶어 퇴사한 사람도 많습니다. 저 역시 그리 될 것 같네요 -_-;

 

- 사람...

사실 부서 내에서 제가 왕따를 당합니다.

모두에게 당하는 왕따는 아니고, 제 사수(차장급) 그리고 또다른 차장급 한명. 이렇게 두명에게 집중적으로 왕따를 당합니다.

최악인 건, 이들이 부서의 실세라는 겁니다.

만일 줄타기를 하려면 이들 뒤에 서야 하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확실히 부서의 실세급입니다.

"왕따를 당하는 사람은 뭐든지 이유가 있다" 라고 생각하신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저는 어디 가도 왕따를 당하는 스타일이 결코 아닙니다.

일처리 명확하고 목소리 확실합니다. 할일 찾아서 하는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요.

왕따를 당하는 이유를 찾으라면, 초반에 "줄"을 잘못 선 죄, "담배" 안피는 죄.. 죄라면 죄지요...

그 외의 다른 이유 없습니다. 결코 없습니다.

암튼 요즘엔, 제가 하는 모든 일, 이제 대놓고 무시합니다. 특히 저의 사수라는 사람이 그렇습니다.

그렇게 속이 좁을 수가 없는데요, 요즈음 들어서는 제 가벼운 행동 하나하나에 무엇이든 오해를 "사서" 하고 있습니다.

제가 화장실에라도 가면 주변에 제 뒷담화를 하기 바쁜... 정말 밉네요.

이 사람과의 일화를 적으라면 3박 4일이 걸릴 정도입니다.

 

 

 

이런 말 많이 들었습니다.

"사회생활 다 똑같다. 다들 참고 다니는 거다. 너네 회사 정도면 그래도 돈도 괜찮고 참고 다니면 비전도 있다. 나는 적성에 맞는 일 하는줄 아나? 누구나 다 적성에 안맞는 일 한다. 혼자 힘든줄 아냐. 어디 가도 병신같은 사람은 다 있기 마련이다. 니 사수만 이상한게 아니다."

 

과연 정말입니까? 정말 다들 죽도록 힘든 겁니까?

 

 

 

제가 퇴사를 고민하던 시기, 절 흔든 사건이 두어개 있습니다.

 

1. 10년 경력자가 차장급으로 경력 이직을 와서, 몇개월 후에 퇴사를 했는데요. 그분이 절 많이 아끼셨습니다.

항상 절 옆에 두고 뭔가를 가르치려 하고, 업무부터 인생까지 많은 부분의 이야기를 해 주셨죠.

그러다가 어느날 업무 적성 이야기를 하시며 "적성에 안맞는거 같으면 최대한 빨리 그만두어야 한다. 3년정도 일을 하게 되면 어찌되었든 일을 잘하게 되기 때문에, 싫어도 이 일을 해야 한다. 나는 10년이 넘어 이제는 이 분야에서 뼈를 묻어야 한다." 고 말씀 하시는데 정말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여담이지만, 사실은 제가 당한 왕따의 시작이 이 분 때문이었죠. 이분이 절 데리고 있으니, 급기야 기존의 실세 차장 둘은 "이 색히가, 새로온 차장한테 붙었네. 날 무시하냐" 라는 말을 하게 되고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약 8개월간 저는 회사 생활이 지옥입니다.

 

2. 같은 팀 다른 부서에 대리가 한명 있습니다. 그 사람은 여러 회사를 옮겨다니다가 우리 회사에 이제 정착하게 된 케이스인데요. 개인적인 술자리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아는 사람이 대기업 과장이었고 연봉도 쎄고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직무를 했는데, 적성으로 무지하게 고민하더니 어느날 사표 내고 중소기업 자재과 들어가서, 매일매일 지하실에 박혀 박스 뜯고 앉아있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대."

 

 

 

전 이제 저의 행복을 찾아 긴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퇴사 의사는 이번주 중으로 밝힐 예정입니다. 아마 7월중에 퇴사 하게 되겠지요.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일단 토익이 만료되어 토익 점수 새로 만들어야 하고요.

이사람 저사람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인재를 많이 만나보고 다니며 저의 적성을 전방위에서 찾아볼 생각입니다.

 

아직 제가 갈 회사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서두르지 않으려 합니다. 서두르면서 또 한번의 실수를 저지르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 적성에 맞는 일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며, 설사 고속버스 운전기사가 제 적성이라면 전 고속버스 운전기사를 할 것입니다. (고속버스 운전기사 비하하는게 아닙니다. ^^;)

 

 

 

직장인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다소 바보같은 저의 결정, 하지만 저는 오랜 시간 고민하며 만들어낸 무거운 결정 입니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나서 건너고 싶습니다.

 

인생 선배님들의 소중한 경험담을 들려주시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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