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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비 내주던 꽃돌이. 나를 기억하시나요?

택시녀. |2008.07.04 14:48
조회 796 |추천 0

안녕하세요^^

매일 눈 톡만 하는 25살의 처자랍니다.

오늘 갑자기, 문뜩,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하하하.^^

이야기가 좀 길어질거 같네요^^

 

그 사람을 만난건 일년전 쯤.

졸업반이라 논문을 쥐어짜내고 있던 어느날 이었습니다.

그 날도 전 여느날과 같이 도서관에 앉아 유명하신 분들의 논문을

마치, 저의 논문인양 짜집기를 하고 있었죠.

재창조의 작업에 모든 피가 머리로 몰릴 그 무렵.

저의 귀에는 상큼한 종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I'm so sorry but i love you~♪ 다 거짓말이야. 몰랐어. 이제야 알았어~♬"

 

그렇습니다.

진주 촌동네, 저희 학교에,

축제라면 늘 항상 고정처럼 안치환님이 오시던, 그 저희 학교에.

세상에나 만상에나,

최고주가를 자랑하는 빅뱅님이 오신것이 아니시겠습니까?

 

아, 저와 제 친구는 1절이 끝날 무렵까지도 믿지않았죠.

축제 전야제 한다고 그냥 노래를 틀었다고만 생각을 했죠.

하지만, 1절이 끝나고 터져나오는 여자들의 환호소리. 그리고 폭죽. 

그때야 직감했습니다.

'뛰쳐나가야 할 시간이구나. 2절까지 1분 10초.'

 

저와 제 친구는 정말 미친듯이 서로 얼굴도 보지 않고

걸어 10분 거리의 학교 광장으로 뛰쳐갔습니다.

아, 그때만큼이나 에스컬레이터가 그리운 적이 없엇답니다.

2절이 한창 나올때, 전 2절을 들으며 미친듯이 전력질주를 했죠.

그러나 저도 인간인지라, 제가 도착했을땐, 이미 빅뱅은 '앵콜~'의 간절함을 뒤로한채

벤을 타고 유유히 사라지더군요.

저와 제 친구는 빅뱅의 벤이 사라지는 걸 제일 처음 목격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린, 빅뱅을 보지 못햇지만, 빅뱅은 우릴 봤을꺼야 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돌아설려는 찰나!

 

아, 전 보고말았답니다.

모공 하나 없을 듯, 매끈한 도자기피부에, 쫙~ 뻗은 가느다란 몸매.

조인성을 능가하는 빨간입술, 소지섭의 시니컬한 눈매를 한 그이.

 

아, 완벽했었죠. 하늘에서 하강한 순도 100%의 꽃돌이였습니다.

전 친구에게 꽃돌이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감시(?)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는

짐가방을 꾸려나왔습니다. 

친구가방도 대충 싸서 내려오니, 이 가시네가.!!!!!!!!

지가 좋아하는 선배에게 홀랑빠져 꽃돌이의 행방을 놓치고 만것이였습니다.

전 불을 뿜었죠.

학교생활 동안 단 한 번 도 누군가를 사귀어 본적도, 마음을 준적도 없었는데.

졸업을 앞두고 겨우 첫눈에 반한 꽃돌이를 놓친 친구를 바닥에 파묻고 싶었습니다.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 올 거 같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인연이 아닌가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친구를 끌고 근처 주막이란 주막을 다 뒤졌습니다.

그 날 못찾아내면 집에 가지 않을 작정으로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순도 100%의 꽃돌이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친구와 둘이서 쓰린 속을 붙잡고 근처 주막에 앉아 있다보니

시간이 어느덧 12시가 되었더군요. 

한번도 확인하지 않은 핸드폰을 열어보니 부재중 통화 10통과 동생문자가 와 있더군요.

 

[ 누난, 이제 죽었다. 아빠 안주무심. ]

 

전 그제야 정신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아빠의 서슬 퍼런 눈이 생각이 나더군요.

친구와 황급히 빠이를 하고, 심야버스를 타기위해 근처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아. 정류장이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보이더군요.

조인성 소지섭 도자기피부.

엘지25시를 등지고 서 있던 그를 보고

엘지 25시에서 나오는 불빛이 그토록이나  로맨틱 할 수 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전 그때 인연이란걸 깨달았죠.

아빠가 저를 기다린다는것도 잊고, 전 사랑에 빠진 소녀마냥

손을 벌벌 떨며 서 있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10분여 동안 어떻게 말을 걸까?

아, 마산사람 아니면 어쩌지?

고성, 통영 버스를 타면, 호주머니에 핸드폰을 밀어 넣을까?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발을 동동 굴렀답니다.

정말 그 10분 사이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리고 저 멀리서 다가오는 마산버스.

할레루야.

그가 버스를 보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까? 후훗.

완전 밀착해서 버스에 올랐지만,

소심한 전, 마치 관심이 없는 듯 제일 첫자리에 앉았습니다.

아, 버스 아저씨 백밀러로 그를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했답니다.

 

그리고 한 40분쯤 달려 버스가 마산에 도착하고 경남은행 본점 앞에서 드디어 그가 내리더군요.

따라내렸습니다. 그리고 신호동을 건너려는 그를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무조건 꽃돌이를 불렀습니다.

 

"저기요."

"네?"

"제가 축제때 돈을 다 써버려서 돈이 없는데, 택시비 좀 꿔 주실래요?"

 

아, 순간 전 제가 천재인 줄 알았습니다. 

흉흉한 세상에 택시비를 꿔주지 않을 남자가 있을까요?

전 그걸 노렸습니다, 후훗.

택시비 빌리고 나서 꼭 사례하겠다고 전화번호를 물어볼 작정이었죠.

근데 이게 왠일입니까?

얼굴도 꽃인 분이, 마음까지 꽃인게 아니겠습니까?

 

"제가 지금 여유분이 많이 없어서, 어디가세요? 저 타고 가는 택시 같이 타고 가세요."

 

아, 진짜, 더 고마운 일이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찬스!

꽃돌이는 아구찜거리로 가더군요. 저희집 바로 다음.!!!

그렇게 그와 전 노란택시안에 몸을 싣고 달렸습니다.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는거라며 전화번호 주기를 한사코 거절하시던 그 꽃돌이.

저희집에 도착하기 직전, 결국 전화번호를 주시더군요.

 

전 집에 달려와 친구에게 미친듯이 자랑했습니다.

전 씻지도 않고, 경건한 마음자세로 그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덕분에 잘도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학교 학생이세요? 언제 밥 한 번 사드릴께요.]

문자보내고 지옥같은  5분이 지나고 답문이 오자마자 확인했습니다.

[별거 아니예요, 친구학교에 잠시 놀러간거예요. 그리고, 밥은 괜찮습니다.]

[왜요?]

[여자친구가 있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을거 같아서요.]

 

아.

여자친구.

내 인생 24년만에 남자 한번 만나보나 싶었는데.

크윽. 그럼 그렇지. 아, 제길.

 

여자친구있다는 남자.

더 물고 늘어져봤자, 나만 이상한 사람 될 거 같아 깨끗하게 물러났습니다.

꽃돌이 덕분에 할증붙은 택시 공짜로 타고가서,

사실 꽃돌이와 같이 타고가서 행복했답니다.

 

작년에 진주 K대에서 축제보고 갔던 마산 아구찜거리 사는

도자기 피부의 꽃돌이님. (면바지에 검은PK티 입었던ㅎㅎ)

저를 기억하시나요?

먼 타국에서 오랜만에 당신을 그려봅니다.

여자친구와 아직도 잘 사귀고 있길 기원합니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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