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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잘 가게나.

무서버 |2003.12.04 23:32
조회 537 |추천 0

친구가 먼곳에서 왔다.
이 땅을 떠날때는 잠시라고 웃으며 떠났는데,
어언 10년을 훌쩍 넘어버렸다.

그 때 우리는 여자들의 우정과 의리도 영원할 것이라 믿었다.
지리산 종주를 하다 지갑에 돈이 떨어졌음을 알고 전화 하면
바로 지리산 꼭대기까지 단숨에 뛰어왔고
(그땐 온라인 이런게 잘 안되던 시기였고, 시골서 돈빼기도 어려웠을 때
였다)
강원도 여행을 하다 저 처연한 노을을 같이 보고 싶어 부르면 또 달려갔
던 우리들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런 행동들이
여자들도 의리와 우정이 있다는 증명에 다름아니다라고 흐믓해했었다.

그런데 일 때문에 온 친구는 도저히 서울을 떠날 짬이 없었고
일하는 사이 잠깐 두어시간 난다했다.
흩어져 있는 우리들은 그 짧은 두시간에 맞춰 서울로 올라갈 수 없었다.
무작정 떠나면 어찌야 되겠지만 자리를 잘 갈무리하고 떠나려니
타이밍 맞추기가 왜 그리 힘들던지.

물론 마음은 있었다.
그러나 우리를 위해 희생할 또다른 여자가 없었다.
남자들이야 그럴 때 바로 밤차 타고 떠났다,
새벽 비행기로 내려오면 되겠지만,
여자인 내가 자리를 비우려니,
나 대신  내 아이들을 돌봐줄 또 다른 여자가 필요했다.
결국 여자의 일탈과 자유는 또 다른 여자의 희생없이는 불가능했다.

마음은 변치 않았는데 그 표현이 달라지는 것,
어쩌랴.
남편에게 예전같지 않다고 "변했나봐"이런 소린 절대 하질 말아야 겠다.
살다보니 마음같지 않은 일들이 곳곳에 얼마나 많이 매복되어 있는지

친구 잘가게나.
우리의 우정은 단지 조금 모양을 바꿔 숨쉬고 있는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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