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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내가 이 집안의 파출부인가요???

무능한여자 |2003.12.07 16:43
조회 13,655 |추천 0

지금의 남편과 6년을 같이 살았습니다.

매사에 맺고 끊는 일이 분명하지 못한 남편은 시어머니 말이라면 무조건 믿고 따르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마마보이 수준은 아니고 무슨 일이 생기면 시어머니와 상의 하곤 합니다.

상의 하는건 좋은 일이잖아요...

하지만 의견대립이 있으면 무조건 내 의견 따윈 안중에도 없고 시어머니 말씀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합니다.

그렇지만 전, 그런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단 한번 큰소리를 낸다거나 반박하지 못하고 죄인처럼 지내곤 했죠.


단지, 아이를 못 낳은 죄 하나로....


남편의 따가운 눈총과 시어머니의 가시박힌 듯한 말투... 그리고 멸시...

참 많이도 견디고 참아왔습니다.

시댁에 무슨 일이 있으면 전 청소하고...빨래하고...부엌일만 하는 파출부 정도로만 생각하시는 시어머니...

손아래 동서는 아들하나 낳았다고 손끝에 물 한방울 묻히지 말라며 감싸고 도는 시어머니...

결혼한 이후 저희집에 다섯 손가락 꼽을 정도로 오시지 않는 시어머니...

그 중간에서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는 남편...


정말 시댁에 가기가 너무 싫습니다.

여자로 태어나서 남의 집에 시집와 아이를 못 낳은 죄가 이렇게 가슴에 한이 되도록 큰 줄은 몰랐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힘듭니다.

시댁에 대소사가 다가오는 날이면 머리가 너무 아파 병이 날 지경입니다.


10월 중순 경...

그 날도 시댁에 제사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몸살 기운이 있고 머리가 너무 아파서 잠시 누워 있는데 시어니한테서 전화가 왔더군요.

일이 많이 밀려 있으니 빨리 안오고 뭘 하느냐고...

전, 그랬죠...

머리가 너무 아프고 몸살이 나서 그러니 1~2시간쯤 있다가 가면 안되겠느냐고 그랬더니,

아니...얘도 없는 주제에 아프긴 뭘 아프냐며 빨리 오라시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으시더군요.

순간, 서러움이 북받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아무리 손주를 못 낳아 눈에 가시 같은 며느리라도 사람이 아프다는데 그런말씀을 하시다니 너무 속상했습니다.

자식을 못 낳아 항상 죄인처럼 살아왔는데 이젠 날이 갈수록 심해지시는 시어머니의 편애... 멸시... 구박으로 인해 정신이상까지 생길 지경입니다.

그날..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얘기 했습니다.


나, 너무 힘들다고...

비록 내가 자식을 못 낳았지만 내가 이 집에 시집와서 잘못한게 뭐 있냐고...

자식 못 낳은걸 병자 취급하고 구박하고 멸시하시는 시어머니를 이젠 도저히 못 보겠다고...

나와 시어머니 중간에서 아무 말도 해주지 못하는 당신 얼굴 대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면서 나를 그만 놓아달라고 했습니다.


이 사람...

그 말을 듣고 어머니께 말씀드려 보겠다고 하곤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정말 기가 막힙니다.

어머닌 없이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남편...

이젠 더 이상 바랄 것도 아무런 미련도 남아 있질 않습니다.


그리고 3일이 지난 후 시어머니께서 남편과 절 부르시더군요.

남편에게 얘길 들었다며 집안의 눈이 무서워 이혼은 절대 안된다며 어디 씨받일 구해서라도 얘를 낳아오면 안되겠느냐고 그러시더군요.

정말 황당하더군요.

아무 말도 하질 못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몇날 며칠을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부장적인 모순에 희생되어 진 나를 돌이켜 보면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자식 못 낳는 걸 병자 취급하시는 시어머니 곁에서 더 이상 버텨낼 자신도 없고, 더군다나 씨받일 해오자는 말이 너무나 저에겐 큰 마음의 상처를 준 것 같습니다.

이혼만은 절대 안된다며 완고하게 나오시는 시어머니...

그리라도 하면 그 후의 일이 불을 보듯 뻔한데 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이 안되네요.

더군다나 믿고 의지해야 할 남편마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니 더더욱 힘이 듭니다.


이제...주어진 인연의 끈을 놓으려고 합니다.


여러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요?

어찌하면 좋을지 많은 조언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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