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톡만 보다가 저도 글을 쓰게 되는군요.
일단 이 글을 원본쓰신분과 나에게 고통을 줬던 그뇬도 꼭 보길 바랍니다.
몇년전 결혼적령기에 만난 여자가 있었습니다.
정말 사랑했고 아껴줬고 처음으로 결혼이라는 걸 생각할만큼 사랑했던 그녀였습니다.
비록 거창한 프로포즈는 아니었지만 사람 많은 대학가 술집에서 그녀 몰래 화장실 가는 척 하며
모든 테이블을 돌며 술 한잔씩을 건내고
"제가 지금 사랑하는 그녀에게 결혼해달라는 프로포즈를 하려고 하는데 모두들 우리를 축복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깜짝 놀라하는 그녀 앞에서 무릎을 꿇고 평생 당신만을 위해서 그리고 당신의 부모님의 아들이 되어서 열심히 사랑하겠노라고 맹세를 했고, 주변의 모든 손님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쳐주고...
그렇게 우린 결혼을 맹세했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께서 지방에서사업을 하다가 크게 실패를 해서 가세가 상당히 기울었었는데 그녀는 서울생활을 접고 지방의 본가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한동안은 주말에 기차타고 내려가서 데이트만하고 다시 헤어지는 주말커플로 생활하다가
어차피 결혼할텐데 차라리 내가 그쪽으로 내려가서 직장을 잡고 지근거리에서 장인장모님도 보살펴 드리고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직장을 알아봤습니다.
운이 좋았는지 어쨌는지 면접 한번만에 직장도 구하게 되고해서 그렇게 저의 지방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녀와 둘이 그 무덥던 한여름에 이사짐을 풀고 같이 정리를 하고 침대며 가구 위치도 배치하면서
우리 둘 사이엔 이제 행복만 펼쳐질 것 같던 그 날 저도 모르는 사이 악몽이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지방으로 내려온 첫날을 시작으로 단 하루도 쉬지않고 술을 마셨습니다.
사회생활때문이 아닌 오로지 그녀 때문에...
그녀는 술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저는 한달 평균 술 마시는 횟수가 많아야 5번을 넘지 않는 생활을 해왔는데,
물론 술자리 분위기 자체는 좋아하지만 몸이 견딜 수 없을만큼 폭음을 하거나
하루걸러 하루 술마시고 하는 그런건 너무나 싫어했기에 그녀의 술을 마시자는 제안...
그것도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매일을 그렇게 마시는걸 견딜수 없었죠.
하지만 너무 사랑하는 그녀였고, 멀리 떨어져서 한달에 두세번씩만 얼굴을 보던 나를
이제 곁에서 매일 볼수있으니까 얼마나 좋아서 저럴까 하는 생각에 몇번 거절하다가
끝끝내 거절하지 못하고 결국 매일같이 술을 마시게 되었죠.
그런데 그녀는 몸을 못가누고 혀가 꼬여도 계속 술을 찾습니다.. 아주 지겹고 무서우리만치...
이제 그만 마시고 집에 바래다 주겠다고 하면 그 특유의,
"나 안사랑하는거야? 난 사랑하는 자기랑 더 있고 싶어서 이러는건데 이런것도 이해못해줘?"
지방 내려온지 한달이 채 안되어서 처음으로 싸웠습니다.
좋을것만 같던 그 꿈이 불과 한달도 안되어서 깨진거죠..
더우기 나 조차도 어이가 없을수 밖에 없는 그 이유라는게 바로 술이라는 것...
오로지 술 하나 때문에 이렇게 싸워야 한다는게 너무나 비참했습니다.
몸이 아무리 피곤하고 두시간도 못자고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려도 저는 꼭
그녀를 집앞까지 바래다 주었습니다. 우리가 만나는날 단 한번도 그 원칙을 어긴적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싸워도 늦은 시간에 혼자 집에 보내는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도리가 아니란 생각에
일종의 저에 대한 사랑의 가늠쇄로 여기고 꼭 지켰었던 것이죠.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매일매일 술때문에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이미 난 그녀에게 올인을 하고 지방으로 내려온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살아가면서 차츰 고치도록 하면 될거라며 나를 자위하고 그녀를 만났습니다.
겨울 어느날.
그녀가 친한 친구 0양과 약속이 있다더군요.
그 0양과는 자주 만났었고 0양의 남친이랑 저도 호형호제할 정도로 두 커플이 서로를 매우 잘 아는 사이였기에 0양과 약속이 있다는 말에 아무 거리낌 없이 잘 만나서 놀고 나중에 전화하라고 했습니다.
오후 5시에 만나러 간다던 그녀가 밤12시가 되도록 전화가 없자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걸었더니
술이 떡이 된채로 전화를 받더군요.
하도 혀가 꼬여서 무슨 말을 하는지 어딘지도 모르겠고 해서 친구 0양을 바꾸라고 했더니
그냥 전화를 끊습니다.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나 싶어서 0양에게 문자로
"지금 00이가 많이 취한거 같으니까 나중에 택시 탈때 번호 꼭 메모해서 제게 알려주세요"
답문이 안오고 전화가 오더군요.
"오빠 지금 저랑 대학때 젤 친했던 오빠랑 제 남친이랑 오빠 여친 00이랑 같이 있으니까 걱정마시고요 나중에 들어갈때 전화하라고 할께요 걱정마세요"
그녀의 성격상 저 정도로 마셨으면 오히려 더 마시려고 들텐데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가 믿는 사람이 둘이나 있어서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그렇게 새벽 2시가 지나고... 연락이 없는.....
시간이 너무 늦었고 만취한 아가씨가 혼자 택시 타면 위험하겠다 싶어서 차라리 제가 데리러 갈 생각으로 전화를 걸어서 어디냐고 했더니 말을 돌리고 이상한 소리만 늘어놓더군요.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걱정하는거 알면 친구들이 알아서 적당한 시간에 보내줘야 하는거 아닌가하는 괘씸한 생각에 친구 0양을 바꾸랬더니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전화를 끊는...
다시 0양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그냥 문자를 보냈죠.
"너무 늦은거 같으니까 적당한 분위기에서 우리 00 집에 가라고 말좀 해주세요"
문자를 보내고 얼마 안있어서 전화가 오길래 친구 0양인줄 알고 받았더니
그녀의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께서 딸이 저와 같이 있는줄 알고 시간이 늦어서 전화했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친구 0양과 함께 있다니까 너무 걱정 마시고 먼저 주무시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뒤이어 0양에게 전화가 왔는데 00이랑은 아까 나랑 통화 끝내고 얼마 안있어서 헤어졌다는..
그럼 대체 그녀는 누구와 이 시간까지 있는걸까... 0양 말로는 일행들 다 헤어지면서
대학때 친했다던 그 오빠가 00이 택시 태워 보내준다길래 남친 차 대리 불러서 타고 집에 왔다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전 심장이 터질것 같은 뭐라 말로는 설명이 안되는 감정에 휩쌓였습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서 어디냐고 했더니 오빠가 알아서 뭐할껀데? 완전 술에 쩔은 목소리로
되려 저에게 화를 내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무슨 스토커에게 온 전화 받듯이 누구 들으라는 듯이
저를 그렇게 몰아부치더군요.
결국 친구 0양에게 물어서 아까 술마셨던 동네 온 술집을 다 뒤졌습니다.
그때 시간이 4시...
그 남자랑 내 애인이 하나의 쇼파에 어깨를 기대고 앉아서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는 순간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행여나 내가 오해하는걸수도 있고 또 내 애인의 제일친한 친구와
오빠 동생이라는데 만에 하나 잘못되서 인간관계까지 꼬일까봐 가까스로 참고
정중하게 그 남자에게 말을 하고 그녀를 데리고 술집에서 나왔습니다.
그녀의 집에 바래다 주고 돌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더군요.
"하아... 나도 참 힘들게 산다...."
2시간 자고 출근한 다음날 점심시간쯤 그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어제 너무 미안했다면서.. 그냥 그 오빠랑 말이 좀 통해서 몇잔 더 마신거니까 오해말라고..
그리고 앞으로는 오빠가 술 마시지 말라고 하면 안마시겠다는...
그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깨달았다는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발전이라 생각하고
기분좋게 웃어주었습니다.
며칠뒤 그녀가 또 친구 0양을 만나러 간다더군요.
이번엔 술 안마실꺼고 10시쯤 집에 갈꺼니까 걱정말라면서요.
전 그녀에게 굳이 술 안마시고 그럴것까진 없고 기분좋게 마시더라도
적당히만 마시면 아무도 뭐라 안하니까 그렇게만 해달라고 말을 했죠.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나보네요.. 짧게 마무리 할께요.
그날밤도 그녀는 어김없이 술독에 빠질만큼 술을 마셨고 그전과 마찬가지로 전화통화가 잘안되었고
결국 그녀의 부모님도 노발대발하셔서 저에게 전화가 왔고 지금 당장 집으로 오라는 명령에
그녀의 집으로 불려갔습니다.
그녀의 부모님은 제게 화가 난게 아니었습니다.
당신의 딸에게 화가 났는데 그런 모습이라도 제게 보이지 않으면 제게 너무 미안했던거였죠.
딸교육 잘시켜서 시집보내야 하는데 이런꼴 보여서 자네에게 미안하다며...
그런 부모님께 되려 전 고마워하고 그렇게 그녀를 기다리는데 좌불안석.. 그 자리가 너무 불편하더군요.
이미 4시가 넘었고 그녀는 전화를 받지않고... 또 그래서 부모님은 제게 연신 미안하다 하시고...
결국 제가 먼저 자리 털고 일어나서 먼저 주무시라 하고 나와서 1층현관 계단에서 그녀를 기다렸습니다.
한겨울인데다가 1층이라 너무 추워서 2층계단으로 올라와 창밖만 하염없이 내다보는데
그녀가 현관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바로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또 다른 목소리..
한 남자가 그녀를 뒤에서 부르더니
"들어가기 전에 뽀뽀 한번"
하면서 서로 끌어안고 뽀뽀가 아닌 키스를 하는데..... 뭐라고 말을 해야 표현이 가능할지...
그냥........ 온몸의 세포가 굳어버리고 발이 안떨어진다고 하면 될까요?
심장에서 피가 역류해서 머리 끝으로 순식간에 솟아오르고............
표현이 안되는군요...
남자인 내가... 그녀에 대해 조금이라도 의심을 했었다거나 그런 일을 상상이라도 했다면
바로 달려나가 찢어죽이든 밟아죽이든 뭔짓이라도 했을텐데
말 그대로 온몸이 그냥 돌이 되듯 굳어버렸습니다.
그 사이 그녀는 계단으로 걸어올라오고....그러다 저를 발견하고 그녀도 엄청나게 놀라더군요.
아무말도 못하고 쳐다만 보고 있는 나를 향해 그녀가 되려 강하게 말합니다.
"어디까...지 봤..어?"
"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생각해서일까요?
그녀가 저한테 던진 말이 개...새....끼 였습니다.
뭐라고? X새끼라고?!!!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더니 그 소릴 듣고 부모님이 달려나오시고 무슨 일이냐며
일단 동네 창피한데 들어와서 얘기하라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그녀가 그녀의 어머니에게 나를 가리키며
"엄마 저 개XX 내보내"
어머니는 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충격을 받으시고
"이 미X년이 어디서 오빠한테 엄마있는 앞에서 아무리 술을 쳐먹었어도 그렇게 이 년이 이게 미쳐서 지금..........자네에게 미안하네..."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어머니도 이제 좀 분위기가 나아지자 둘이 얘기 하라며 안방으로 자리를 피해주시더군요.
제가 먼저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널 위해서 그동안 어떻게 했었는지 알면 이럴 수 있는거야?"
술에 취해서 그녀는
"뭘? 아하 오빠가 서울에서 여기 내려온거? 그거?"
"아니 그런걸로 생색내려는 것도 아니고 내가 널 그동안 얼마나 믿었는지...."
"뭘 믿어? 믿은새끼가 그래서 맨날 술마시나 안마시나 여칞나테 전화걸고 그래? 내가 애야?
그리고 내가 너보고 여기 내려와 달라고 했니? 니가 나 좋아서 내려온거자나! 내가 내려와달라고 했어?"
이 한마디에 지난 시간 내가 서울을 떠나 친구 하나 없는 이 곳 지방으로 내려와서 고생했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더군요...
아... 내가 시간을 허비했구나... 내 시간은.. 내 인생은............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손이 뻗쳤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여자를. 내 손으로 뺨을.
때렸습니다.
그 소리에 부모님 놀라서 달려나오시고.
그녀는 악에 받쳐서 저 개.새.끼.가 나 때렸어 엄마 경찰불러. 이러고...
그러다가 갑자기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겁니다.
"오빠 나 이새끼한테 맞았어 와서 이새끼 죽여줘"
아까 그 남자에게 전화를 겁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미 그 둘 갈데까지 갔었고 그날밤도 그 남자 집에서 술마시고 왔다고 자기입으로 말하더군요.
두말없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내 집으로 돌아와 그녀의 전화번호 지웠습니다.
그런데 불과 3시간도 안되어서 그녀가 제 집으로 찾아와서 방문 두들기고 울고불고 난리를 피웁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잠을 조금이라도 자다보니까 술이 조금은 깨고.. 이성이 돌아오니까 간밤에 자기가 뭔짓을 한건지 그때야 깨달은거죠.
제 앞에 칼까지 갖고와서 용서해달라고 오빠 없으면 죽을꺼같다며 울고불고 애원하는 그녀 .
결국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1년반 이상 그 어떤 여자도 만나지 못한채 시간을 보내다가 이제야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고
아주 정상적인 생활을 하며 평범한 사람들과 하등 다를바 없는 주량과 한달에 서너번 적당히 마시는 술을 즐길줄 아는 사람과 올 12월 결혼할 예정이랍니다.
하지만.. 몇년전 겪었던 그 고통.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나의 가족과 함께 살던 그 집에서 홀로 나와
아는사람 하나 없는 타지에 내려와 그녀를 위해, 그리고 그녀의 연로하신 부모님을 위해
기꺼이 남편이자 아들이 되고자 했던 나에게 일어났던 그 배신의 고통은.
아직까지도, 아니 평생. 잊지 못할 상처로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