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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짧은 기억

MyNimph |2003.12.09 23:41
조회 298 |추천 0

“......국제선 스튜어디스였는데요. 뭐랄까, 첫인상은 키도
크고 고고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콧대 높은 여자일 거라고 생
각했죠. 저는 원래 그런 타입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처음
에는 일부러 다른 스튜어디스에게 주문을 하곤 했는데, 한번
은 안주를 조금 더 달라고 부탁을 하자, 한꺼번에 다섯 개를 갖
고 오는 거예요. 거기다가 그 웃음소리가 너무나 자연스러워
서 한순간에 빠져버린 거죠.
 


 그녀가 프랑크푸르트에 올 때마다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
무하고나 이렇게 가깝게 지내지는 않아요‘라고 그녀는 말했
죠. 하루하루 사귀어갈수록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는 걸 알게
되었죠. 그래요, 아까 그쪽이 말씀하신 것처럼 좋아하는 여자
의 볼이 살짝 빠알개지는 걸 보는 건 정말로 기분 좋은 일이죠.
마음을 허락한다는 증거니까요. 저는 어느 정도 여자라는 존
재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편인데요, 어떤 여자든 한동안 사귀
다가도 서로의 입장이 확실해지면 자연스럽게 얼굴이 붉어지
지 않는 날이 찾아오는 법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녀에게 처음
부터 이미 결혼한 몸이라는 걸 말해 두었거든요. 하지만 그녀
가 언제나 너무나 밝게 저를 사랑해 주고, 만나서 술을 한잔 하
면 반드시 귀엽게 살짝 뺨을 붉히는 겁니다. 어느 날 저는 무서
워졌어요. 이해 못 하실지도 모르지만 정말 무서워졌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안 만나 보기도 하고 여러 방법을 동원해 봤지
만, 나중에 만나면 그동안 안 만나 준 것에 대한 불평도 없이
다시 즐거운 듯 뺨을 붉히면서 술을 마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내 자신이 너무나 정직하지 못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 [사랑에 관한 짧은 기억], 무라카미 류


.....

 

첫눈이 내리던 날,
마음이 따스하셨는지요?
물론 그러리라 믿습니다.
이 글 어떤지?
마음이 따스해지지 않으시는지.
혹,
얼굴이 발그레해지면서 그 누군가와 소주잔이라도 부여잡고 싶지는 않던가요?
전 그랬습니다.
따스했던 그 누구들과.


아.
눈이 곱게 다 녹았어요. 언제 눈이 내렸나싶게.
변화무쌍.
날마다 날씨가 바뀌듯, 감상도 자주자주 바뀌곤 합니다.
늘상,
힘들거나,
늘상,
행복하지도 않죠.
공평한거죠.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가도록 하지요. 뭐.
쉰다고, 누가 뭐라 할 것인가.
다, 내 맘인 것이지.
뭐든 내 맘대로 가는 거 아니겠나요.

 

겨울이 되면 이상하게 지포라이터 향이 그리워집니다.
지포라이터 아시죠?
전 그 향을 맡으면 겨울이 느껴져요. 챙한 기분 같은 것.
아주 매서운 바람이 몰아쳐 오는 날이면 지포라이터가 제 값을 한다죠?
곧,
그 매서운 바람이 불어올 거랍니다.

우리 따스해지기로 해요.
따스했던 그대들의 마음들로 복원되기를 바래요.
딱딱해지는 순간들도 있겠지만,
곧,
나아질 것을 믿으며.

저 또한 그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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