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머지않아 서른...
결코 적지 않다고 생각했던 나이에 그녀를 만났다.
같은 회사에 다닌, 키가 나만큼이나 큰 여자였다.
처음엔 사내연애라는 사실과 그녀의 큰 키가 부담스러웠다.
남자로썬 결코 크지 않은 키의 난 어렸을때부터 키 큰 여자를 무척이나 싫어했었다.
그런 그녀가 좋아지리라곤 전혀.. 절대... 생각하지 못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가 여성스러움이...
환한 웃음이...
나를 사랑해주는 마음이...
이내 그녀의 많은 것들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6년전 L모양으로부터 배신을 당한뒤로는 내게 사랑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는 여자는 몇 있을지언정,
보이지 않은 벽을 쌓아 항상 적당한 관계를 유지했었다.
가끔 외로움이라는것에 허덕일때는 친구들이 주선하는 소개팅 자리에도 몇 번 나갔었다.
하지만, 결국에 돌아온건 공허함뿐이었다.
나에게 더이상 여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랬던 나에게 그녀가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사랑이라는 걸 가져왔다.
사랑... 6년동안 한번도 생각하지도, 거의 잊다시피했던 사랑이었다.
우린 자주 밥도 먹구, 영화도 보구, 차도 마시면서 나름대로 행복을 느끼면서 그렇게 지내왔다.
물론 회사에서는 절대 비밀에 붙이면서, 은밀하게(?) 사랑을 키워갔다.
시간이 빨리지나간다.
그녀와 내가 만난지가 46일째란다.
더이상 숫자를 이어나갈 수 없는 지경에 와버렸지만,
그녀가 내 옆에 있었던 그 시간은 참으로 빨리 지나가버린 것 같다.
심각하게 싸웠던 적이 있다.
회사에서 알고 지내던 여자애랑 메신저를 한 적이 있는데,
그녀와 나와의 관계를 모르던 한 직원이,
나의 그런 행적을 그녀에게 고해버린것이다.
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진정 다른 이유하나 없구, 그냥 아는 사람중 하나인데...
왜 그리 과민하게 반응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문자로 헤어지자고 한다.
운전도중에 머리에 충격이 온다.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거의 200km에 가까운 속도로 미친듯이 운전을 했다.
한손으론 잘못했다구, 용서해달라구, 다신안그러겠다구...
문자를 보냈다. 미친짓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은 운전이라는건 내 관심밖이었다.
그냥 죽어버린다구해두 전혀 미련이 남질 않았다.
내 문자세례를 받은 그녀가 결국엔 나를 용서해준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미친척 운전을 하구도 죽지 않고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한거하며,
그녀가 내 곁에 계속 머물러줌에 난 안도했다.
여인네들과의 연락을 끊었다.
전화기상에 남아있는 여자이름이라는건 모조리 지워버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싫어하는데, 별 의미없는 그네들의 전화번호때문에
그녀와의 관계에 손상이 와선 안되었기때문이다.
그 후로도 뜬금없이 울리는 그네들의 문자때문에 그녀의 마음이 많이 상해했었다.
급기야 난 그녀와 만날때는 전화기를 꺼놓아야 할 지경까지 와버렸다.
더 이상 불필요한 출혈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녀는 Y라는 종교를 믿는다.
교리라는게 일반인들이 보기엔 약간은 폐쇄적인듯 비칠진 몰라두,
내가 사랑하는 그녀가 믿기에 난 좋은쪽으로 받아들이려 했다.
지식검색을 이용해서 알아보구, 긍정적인 글들만 선별해서 내 머릿속에 주입시켰다.
종교라는건 예민한 문제이기때문에, 믿으라고했다.
다만, 종교가 삶을 지배해선 안된다는 말도 했다.
사람이 사는 세상인데, 무엇보다도 사람이 먼저라는 말도 곁들였다.
그녀도 알아들었다는듯이 받아들인다.
기뻤다. 내 말을 꼬지 않구 좋게 받아들여준, 그리고 수긍해준 그녀가 고마웠다.
역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훗날 그 이해못할 교리때문에 힘들 상황이 온다 그래두,
그녀때문이라면 어떤 힘든 일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어제 그녀가 헤어지자고 했다.
오랜만에 밤을 세워 자필로 장문의 편지를 준비했다.
내용인즉,
내가 속좁게 굴어서 미안하구,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한번만 기횔 달라는거였다.
한마디로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렸다.
하지만, 그녀는 완고하다.
나때문이 아니라, 종교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이야 어쨌건 나때문일 것이다.
난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결국엔 그녀가 날 다시 한번 용서해준다.
운전하며 가는 길에 내 손위에 그녀의 손을 살며시 포개어 준다.
와락 눈물이 난다.
신교대 퇴소 이후엔 흘려본적이 없는 눈물이다.
다 늙어빠진 놈이 눈물이라...
그만큼 감격스러웠다. 그리구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날 용서하구, 다시 받아준 그녀가 고마웠다.
그녀가 당황한다. 주책맞은 눈물에 그녀가 다시 갈등한다.
아마 이 약하디 약한 사람하고 계속 연을 맺을 생각을 하니까 암담한가보다.
그래도 나는 기뻤다. 결코 창피하지 않았다.
계속 그녀가 내 곁에 머물러줌에 난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사무실이다...
날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예전같지 않다.
수많은(?) 다툼에서 나에 대한 애정이 많이 깎인듯 하다.
그래두 다른 사람보다는 날 더 좋아한다는 생각에 위안을 얻는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밖으로 나가서 그녀에게 전활했다.
"다시 예전처럼 날 대해줄 수 없겠어?"
"힘들것 같네요"
"그럼 그대가 원하는대로 해줄게. 그동안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가슴속에서 주먹만한게 치밀어 올라오는데,
가만히 놔두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차를 몰고 슈퍼로 갔다.
그녀와의 만남에 끊기로 했던 담배를 샀다.
머리가 핑~ 하니 돈다.
회사 근처 휴게소에서 한참 동안이나 앉아있었다.
그래도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그래도 마음의 평정을 되찾으려 애를 쓴다.
가끔씩 농담도 던지면서,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연극을 하느라 고생이다.
하지만, 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하면서도 웃음을 보일만큼 잔인하지 못하다.
이내 표정이 굳어지고, 그런걸 감추느라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일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도 연극은 계속 해야만 했다.
밖에 잠시 나갔던 그녀에게 전화가 온다.
"그대랑 헤어지면 마음이 편할 거 같았거든요? 근데 그러질 못해요.."
"...."
"그래두 확신은 없어요"
"...."
"...."
"나중에 얘기하구, 얼른 들어와요"
무슨 얘긴지 이핼 못했다.
나와의 이별을 그렇게나 간절히 원하던 그녀인데...
나에대한 확신도 없구, 헤어진 마음 또한 불편하다니...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나를 보았다.
예전의 그 여인네와 통화하는걸 들었나보다.
퇴근후에 그녀가 문자를 보낸다.
마치 내가 그녀와 헤어져서 담배피우고, 그네들과 통화하는걸 얼씨구나좋다하구
즐긴다는 듯한 말투였다.
담배야 속이 타니까 어쩔수 없이 피우게 된거구,
그 여인네하고 통화는 타이밍이 우째 그렇게 되버린것이다.
그녀가 오해했다.
난 담배보다, 그네들보다 그녀를 훨씬 더 많이 사랑한다.
그녀는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내 모습이 실망스럽단다.
원래 자유롭게 살던 사람이니까 앞으로 자유롭게 살아보란다.
가슴이 다시한번 천갈래, 만갈래 찢어진다.
그런것을... 말이라도 해주지....
여긴 그녀와 메신저를 할려구 퇴근후에 자주 들렀던 PC방이다.
이젠 여기 와야할 이유가 없어져버렸지만,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행복하라는... 마지막 메일을 보내기 위해 들렀다.
마지막이라는 말이
마치 내일 죽을 사람처럼 왜 이리도 슬프게 느껴지는지...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하지만, 옆 사람들을 의식해서라도 내 눈에선 눈물이 나지 않을것이다.
많이 사랑한다.
다시 되돌아 온다면 양팔을 벌려 반겨줄 수 있을만큼 난 그녀가 절실하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마음 편하게 그녀를 보내줄 생각이다.
여태까지 아프게만하구, 속만 썩혔는데...
내 사람이 될 수 없을지언정 마음 편하게 보내주려고 한다.
되돌아 온다면 담배라는건 다시 안피울 수 있는데...
되돌아 온다면 그네들과 연락이라는건 아예 없을수도 있는데...
되돌아 온다면 정말 잘할 자신 있는데...
하지만, 이 말은 마음속에만 뭍고 있을련다.
앞으로 다시 누군갈 사랑할 수 있으려나....
정말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