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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수능시험...

박준현 |2010.11.19 22:32
조회 165 |추천 0

매년 있는 대학입시 수학능력시험도 어제로 해서 올해 끝이 났다.

오랫동안 어제 그 하루를 위해 한해동안 열정과 노력을 바친 고3학생들과 재수생, 삼수생 또 그들의 부모님까지...

잘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수고 많았을거라는 격려를 예전의 경험자로서 감히 여유롭게 끄적여본다.

 

많은 수험생들 중에서 일부는 06학번의 내가 다니는 학교로 11학번의 새내기가 되어 오겠지.

그 새내기 학번들이 학교에 와서 나를 알게 되는 경우 얼마까지의 높은 학번으로 볼까.

사실 그들이 높게? 아니면 늙게 볼 나도 학교를 그리 많이 다닌 느낌이 들진 않는데. 

 

그렇게 시험이 끝날때마다 나오는 이번 시험의 난이도와 수험생들의 반응.

그리고 고3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이 담긴 사람들과 각 주요대학 커트라인 예상 등등.

 

매년 뻔한 레퍼토리이긴 하지만,

어떻게보면 많은 사람들 인생에 있어 가장 큰 몇 개의 갈림길 중 하나이니까 중요하게 다룰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뭐 이렇게 키보드로 이런 것들을 굳이 표현하는 것 자체도 식상하겠지만.

 

오늘 아침에 학교가는 전철을 타는데, 도중 녹천역에서 교복입은 여학생 두명이 탑승했다.

아홉시 반이었으니 지금 등교할리는 없고 어제 수능시험으로 수고한 서울외고의 학생으로 예상되었다.

이번 시험 정말 어려워 집에 돌아와서 종일 울었다는 얘기로 시작하여 정시, 수시 등 여러 군데 막 찔러보겠다는 얘기와 정말 시험을 망쳤다는 주변 애들 얘기들.

어 학교는 논술이 쉬워 경쟁률이 부담되고 저 학교는 너무 어려워도 노력하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그리고 일찍 끝났으니 우선 집에 들렀다 다시 만나서 놀자는데... 

 

부럽다.

내년 3월까지는 딱히 할 것 없이 놀고 먹으면 되잖아. 적어도 난 그랬으니까.

 

어쩌다보니 내가 수능시험을 본지도 5년이 지났네.

아직 강산이 변할 세월에는 이제 절반이지만, 그래도 강산의 절반은 변할 정도라고 할 수 있겠지.

 

어느 때보다 따뜻했던 5년 전의 수능시험날.

점심시간이 지나 외국어영역 시간부터는 덥기까지 했다.

 

올해가 모처럼 많이 어려웠다 해도 신문에 나온 등급 커트라인보니,

언어는 지금이 어렵긴 했지만 수리는 그때가 더 어려웠고 외국어는 비슷하니까 지금와서는 그때도 엄청 어려웠던 시험이라 할 수 있겠지. 

 

언어에서 한문제 틀려도 2등급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어렵긴 했었다.

그리고 그 쉬운 언어영역도 그 시간이 끝나자마자 다들 다맞은 만점분위기로 들떠있어서,

적어도 몇개 틀려있을 내게는 엄청난 불안감을 주었지.

 

때마침 꽤 친했지만 고등학교는 갈라져 뜸했던 중학교 동창녀석이랑 같은 교실에서 시험치렀는데,

그 놈이 나보고 넌 형편없는 등급맞을거라면서 XX대, OO대나 가라는 농담&악담을 퍼부었다.

 

그렇지만 거기에 질 나도 아니라서,

넌 내년에도 시험장에서 주는 컴퓨터 싸인펜과 모나미 볼펜이나 또 받으러 오라고 하면서 몇 개는 기념으로 모아야지로 맞받아쳤던 기억이 난다.

 

수리영역은 잘도 못도 아닌 그냥저냥, 무엇보다 가장 큰 충격은 외국어영역.

고3되면서 백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영어공부라서 반년동안 급조로 점수를 끌어올렸지만,

조금만 어려울때마다 쉽게 흔들리던 성향이 시험날에서도 발동이 되어 큰 혼란을 주었다.

 

어떻게 해서 풀어넘겼지만, 재수 밖에 생각이 안 나더군.

그 이후로 사회탐구영역도 무슨 정신으로 풀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이던 제2외국어 시간.

이것은 그냥 무성의로. 응시신청할때 차라리 안했음 일찍가서 쉬는건데...

열받았던 것은 모든 시험이 끝났는데 집에 안 보내주며, 한시간동안 수험생들을 무위의 상태로 가둔 것은 왜였을까.

 

끝나고 학교문을 나서며 친구 아버님의 차를 타며 집에 돌아왔다.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시험끝나자마자, 부모님께서 기다려 마중나오는 것은 없었지.

오히려 내 상황이 더 편하고 좋더군. 집으로 오는 차에서 친구놈하고 시험난이도, 재수, 허탈함 등을 얘기하며.

 

집에 오니까 보니...

신문과 뉴스에 보는 것처럼 우는 여학생들과 달리 '하하하하하하하헤헤헤헤헤헤헤!' 계속 쳐웃었다.

뭐랄까. 결과가 어떻든 간에 시험이 끝났다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이제 내일부터는 전혀 공부할 필요가 없으니까. 내게는 '공부가 정말 쉬웠어요'가 아니라 '정말 싫었어요'니까.

재수는 다음에 생각해도 되니까.

 

그래도 가채점하고 뉴스에서의 점수표를 보니까 그리 절망은 아니더라고.

난이도가 어려워서 그냥 수능직전에 자주 풀었던 모의고사들하고 비교할땐 그냥 평년작이지. 

그리고 애초에 엄청 높은 점수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니까.

고3 시작할때 점수 생각하면 정말 용되게 좋아졌으니 다행이랄까. 어머니께서 망치지는 않았다며 정말 기뻐하셨지.

 

그리고 일직 쳐잤다.

수능시험 준비하며 틈틈히 했던 PC게임도 내일부터는 그냥 대놓고 마음껏할 수 있으니까 급할 필요는 없지.

 

그런데 자려고 하는데 잠깐 불안하더라고.

그래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냥 괜찮은 점수라는 것이 판명되었지만,

혹시나 정신없이 풀어서 문제번호를 밀려 마킹했다면? 아님 내가 마킹한 것들이 잉크가 번져 전산오류가 나던가.

언어영역 답안지는 한문제의 답을 고치려고 수정테이프를 써서 맞췄는데, 그게 문제될 수도...

 

결국은 받아야할 점수를 못 받을까 걱정되었지. 정말 그러면 어떡하지...

그리고 성적표는 나오려면 아직도 한달이나 남았는데, 그때까지는 시험이 끝나도 끝난 기분이 아니겠어.

 

이런 생각하면서 결국은 잠을 정말 편하게 자며 하루를 쉽게 넘기고,

다음 날부터 학교에서는 장기의 최고수로 군림하고 집에서는 PC게임만 하루 종일 돌렸지.

 

나중에 성적표는 예상대로 나와 다행이었지만, 그게 논술준비의 험한 길로 가는 티켓이라고는 상상 못했지.

 

어쨌든 5년 전의 기억을 다시 들춰봤다.

 

물론 대학교다니면서 군대에 있으면서 매년마다 수능시험의 소식을 들었지만,

그때는 그리 먼 옛날이라는 느낌이 안들어 올해 오늘처럼 추억을 떠올려보지는 않았지.

아직도 엄청나게 먼 옛날은 아니지만, 점점 멀어지고 있으니 그렇게 느껴도 괜찮다.

 

생각해보면 그때가 인생에서의 엄청 중요한 갈림길로 느껴졌는데, 

마음만 먹으면 다른 노력으로 별게 아닌 걸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대학와서야 알게 되는군.

 

그 이후로 더 중요한 선택의 길로는 참 많고 선택도 다양하니까.

 

그냥 단지, 지금은 믿기 어려운 소년시절...을 회상해봤다. 재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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