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이 하나뿐인 자석은 존재할까?
물리학자들이 모노폴을 찾는 이유
자석은 항상 어린아이들의 인기 장난감이다. 자석은 서로 가까이 가져가면 어떨 때는 서로 붙으려 하는가 하면 어떨 때는 서로 밀쳐내기 바쁘니 아이들의 눈에 정말 신기한기만 하다. 나중에 학교에서 자석은 두 개의 극, 북극과 남극이 있고, 서로 같은 극끼리는 밀쳐내고 서로 다른 극은 달라붙는다는 걸 배우게 되어도 여전히 자석은 흥미로운 물체다.
그런데 만약 하나의 자석을 반으로 나눈다면 어떨까? 그러면 한쪽은 북극, 다른 한쪽은 남극만 있는 두 개의 자석이 만들어지는 걸까? 그렇지 않다. 반으로 나누어진 자석은 극이 하나 더 생겨 여전히 두 개의 극을 갖는다.
반으로 나눈 자석을 다시 반으로 나누어도, 또다시 반으로 나누어도 자석은 극이 항상 두 개다. “자석의 극은 왜 두 개야?”하고 누가 묻는다면 “원래 자석이란 건 그런 거야”라고 대답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세상에는 남극 혹은 북극만 갖는 자석, 모노폴(monopole)이 정말 존재하지 않는 걸까?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자석은 없으니까 모노폴은 정말 존재하지 않는거야, 라고 결론을 내리는 게 타당한 걸까?
흥미롭게도 지난 수십 년 동안 물리학자들은 모노폴을 찾으려고 애써왔다. 그런데 최근 가능성이 희박해보이던 모노폴에 대한 탐색에 새로운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프랑스 물리학 연구팀이 모노폴을 직접 발견한 것은 아니지만 모노폴일 가능성이 있는 최초의 증거를 발견한 것이었다(Nature Physics, vol 5, p258) 대체 극이 하나있는 모노폴이 뭐가 중요하기에 왜 물리학자들은 이것을 찾으려고 하는 걸까? 마음 깊숙한 곳에서 솟구치는 그들의 호기심 때문일까? 무엇이 물리학자들로 하여금 모노폴에 끌리게 하는지를 알아보자.
물리학에서 대칭성은 완벽의 조건
물리학자들이 애초에 모노폴이란 것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대칭성에 있었다. 물리학자들은 대칭성을 사랑한다. 고대부터 미의 완벽한 조건이었던 대칭성은 오늘날 물리학에서도 여전이 이론이 갖춰야 할 완벽한 조건과 같다. 물리학자들에게 대칭성은 자연이 준 가장 큰 선물과도 같다. 그동안 수많은 물리문제들을 대칭성을 통해 해결해왔다. 때문에 현재 물리학자들은 관찰한 자연현상에서 대칭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한다.
예를 들어 우주가 탄생했을 때 물리학자들은 물질과 반물질이 똑같은 양만큼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물질은 입자와 질량 등 물리적 성질이 물질과 동일하면서 전하가 반대인 것을 말한다.
그런데 현재 우주는 반물질은 보이지 않고 물질만 넘쳐나고 있다. 대칭성이 깨진 것이다. 대칭성을 사랑하는 물리학자들에게 이 문제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게 아니었다. 그래서 현재 물리학자들은 왜 물질과 반물질의 대칭성이 깨진 것인지를 밝히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모노폴의 존재는 대칭성과 어떻게 관련이 있는 걸까? 그것은 바로 19세기에 이론의 토대가 세워진 전자기학에 있다. 19세기에 물리학자들은 놀라운 발견을 했다. 전기와 자기가 서로 다른 현상이 아니라 얼굴만 다른 한 종류의 물리현상이라는 점이었다. 전기장은 자기장을, 자기장은 전기장을 만들어준다.
그런데 대칭성 차원에서 전기와 자기를 바라보면 전기에는 있는데 자기에는 없는 게 있다. 전기는 양을 띠는 전하와 음을 띠는 전하가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반면 자기의 전하는 남극과 북극의 쌍에 묶여 있다. 전기전하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는 자기전하가 존재하려면 극이 하나뿐인 자석, 모노폴이 존재해야 했다.
대칭성 수호자 디랙이 모노폴 존재 제시
▲ 모노폴의 존재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한 폴 디랙. 그는 우주 어딘가에 모노폴이 존재해야 전기전하량이 기본전하량의 정수배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전기와 자기에서 이 같은 비대칭성을 발견한 것은 영국의 저명한 이론물리학자 폴 디랙이었다. 디랙은 현대물리학의 양대 축인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반입자의 존재를 최초로 예언했던 인물이다. 1928년 디랙이 모든 입자에 대해서 반입자가 있어야 한다며 입자의 대칭성을 처음 제시했을 때 물리학자들은 “양전자라니, SF소설이라도 쓰나”하면서 그의 이론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의 예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로 밝혀졌고, 그러자 디랙은 몽상가에서 일약 물리학계의 전설이 되었다. 이렇게 물리학에 심오한 대칭성을 부여해준 장본인인 그가 바로 모노폴의 존재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그는 양자역학이 모노폴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주 어딘가에 모노폴이 존재해야만 전기의 전하량이 항상 일정한 양의 정수배를 갖게 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즉 전기의 전하량은 항상 기본적인 양인 양자(quanta)의 2분의 1 또는 3분의 1이 아니라 항상 2배나 3배와 같은 정수배임을 설명하려면 모노폴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디랙에 의해 탄생한 모노폴은 디랙 모노폴이라고도 한다.
빅뱅으로 급부상한 모노폴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모노폴은 호기심 차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니 당시 물리학자들은 모노폴을 찾아 나설 만한 열정을 가지질 못했다. 꿈을 쫒기엔 너무 위험했던 것이다.
그러던 게 1960년대 상황이 확 바뀌었다. 우주가 순간적인 대폭발로 탄생했다는 빅뱅이론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빅뱅으로부터 탄생한 우주는 하나의 힘에서 점점 쪼개져 현재의 4가지 힘,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을 갖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물리학자들은 이 4가지 힘을 묶는 이론을 세운다는 대망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모노폴의 존재는 핵심적인 문제로 부상했다.
▲ 우주가 대폭발로 탄생했다는 빅뱅이론.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 우주에는 모노폴이 존재해야 한다. 모노폴은 우주탄생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4가지 힘을 묶는데 여러 가지 접근방법을 취했다. 그리고 접근방법에 따라 그들이 내놓는 모노폴에 대한 가설도 달랐다. 어떤 이론에 따르면 우주가 탄생한 지 얼마 안 된 아주 짧은 순간 동안에 모노폴인 자기전하의 막대한 양이 생겨나야 했다. 그런가 하면 모노폴은 매우 질량이 커서 양성자보다 1016배나 된다고 한다. 반면 이 이상한 괴물이 양성자보다 수천분의 1 정도의 질량밖에 안된다고도 한다.
모노폴 존재 이유, 빅뱅과 암흑물질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렇게 접근방식은 다르더라도 모든 이론이 모노폴이 존재해야 한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모노폴은 갑자기 물리학자들이 찾아 헤매야 할 아주 중요한 대상으로 변신했다.
모노폴을 관측하기만 하면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대통일이론에 큰 발전을 가져다줄 것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모노폴의 질량을 알아낸다면 대통일이론을 향한 여러 갈래로 나뉜 길들 가운데 어느 길이 옳은지조차 밝혀질 것이다.
1979년 4가지 기본힘을 통합하는데 업적을 세운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 박사는 모노폴에 대해 “찾을 확률은 낮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매우 매우 중요한 업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와인버그 박사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하버드 대학의 셰던 글래쇼 박사는 모노폴이 어쩌면 현대 우주론의 난제 중 난제인 암흑물질의 존재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모노폴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여주었다.
이제 물리학자들의 모노폴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단지 호기심 차원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있다. 그렇다면 물리학자들은 어떻게 모노폴을 찾아가고 있는 걸까? 그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