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광저우 일대가 메달 레이스로 뜨겁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에 편중 되기는 했지만 대회에 참가한 각국은 한 개의 메달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구슬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곳, 적어도 이 한 곳만은 메달을 위한 갈구보다는 함께 즐기고 어울리는데 더 큰 의미를 두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합니다. 어디냐구요? 바로 비치발리볼 경기장입니다. 이 경기장은 다른 곳과 달리 신나는 댄스 음악이 끊이질 않고 관중들의 응원 참여를 독려하는 장내 아나운서의 들뜬 목소리가 쉴새 없이 들려옵니다.
오죽했으면 치어리더들의 외모가 너무 매혹적이라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선수까지 나왔을까요? 예멘의 비치발리볼 선수들이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서 0-2로 패한 뒤 패인으로 치어리더를 지목했다는 뉴스가 가십거리가 돼 현지에서도 사람들 사이에 회자 됐습니다.
그렇다면 비치발리볼은 왜 이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경기장 분위기를 축제장으로 만들었을까요? 현장에서 직접 경기를 보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경기장 자체가 더운 여름날 바닷가 모래사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림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앉아서 관람할 수 있는 스탠드 시설만 빼고 나면 바닷가 그대로입니다. 모래사장에 작렬하는 태양, 관람석 조차도 햇볕이 정면으로 ‘아주 잘’ 드는 곳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느긋하게 경기를 본다는 것은 어지간한 인내력으로는 쉽지 않겠다 싶습니다.
이런 사정을 아는 경기조직위원회에서 ‘흥행요소’를 선택했습니다. 경기 외적인 요소를 가미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자는 뜻이었겠지요. 물론 예멘 선수들의 불평은 그 부작용의 하나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비치발리볼 경기장의 ‘흥행’요소들 속으로 빠져보겠습니다.
우선 선수들입니다. ‘바다’라는 특수성을 경기 규정에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바다는 없지만 수영복은 있는, 그래서 비치 발리볼입니다.
두 번째는 치어리더입니다. 이들은 매 게임이 시작 되기 전 경기장으로 뛰어 나와 공연을 펼칩니다.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입장할 때 환영 터널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선수들이 경기 준비를 하는 동안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관중들의 흥을 돋웁니다.
세 번째는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이들에게는 관람석 내 질서 유지와 안내라는 본연의 임무 외에 ‘분위기 메이커’라는 임무가 하나 더 주어졌습니다. 경기 중간중간 선수들이 쉬는 사이 이들은 바빠집니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 나오면 이들은 환한 미소로 박수를 치며 가벼운 댄스동작까지 합니다. 관중들도 덕분에 신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음악입니다. 광저우 비치발리볼 경기장은 세계 댄스음악의 전시장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팝송에서부터 중국 노래, 귀에 익은 한국 아이돌 그룹들의 댄스음악까지,,, 절로 머리가 흔들거리는 노래들이 끊임없이 대형 스피커시스템을 통해 흘러 나옵니다.
한국과 스리랑카 경기에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밀리자 한국 팀을 독려하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마치 나이트클럽 인기 DJ를 방불케 합니다. 당연히 관객들은 반응합니다. 덕분에 한국 팀은 중국 관중들이 외치는 “한궈 짜이요”를 듣습니다. 이곳이 장내 아나운서 석입니다. 옆에 있는 오디오 시스템을 보면 애초부터 DJ석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듯합니다. 덩실덩실 춤도 추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