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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시뮬레이션 하는가?

사이언스올 |2010.11.26 11:21
조회 41 |추천 0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시뮬레이션 하는가?

우주보다 미스터리한 뇌의 신비 (7)

 

 

모든 동물은 시간여행자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은 멀리하면서 동시에 유리한 쪽을 향해 미래로 항해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핵심이 되는 것이 이전의 경험이다. 즐거웠던 일은 계속 하려고 하지만 고통스러웠던 일은 더 이상 하려하지 않는다. 동물은 반복적인 쾌락과 고통의 경험을 통해 자신을 잡아먹는 포식자의 냄새로부터 멀어지고 짝짓기 상대가 내는 소리를 향해 간다. 이처럼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미리 반응하는 동물의 능력은 진화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과 중 하나이다.

도전받는 인간의 유일한 특성

▲ 동물들은 당장 일어날 일만을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해 네이처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서양 어치는 내일의 일을 미리 염두에 두고 일을 계획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양 어치가 인간처럼 선견지명을 갖고 있는 것일까? 

사람도 마찬가지로 이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람은 동물에게 없는 또 다른 능력도 소유하고 있다. 사람은 과거에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일을 마음속으로 그려보고선 그 결과를 예측하는 선견지명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로또 당첨이 하반신 마비보다 훨씬 더 즐거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과거에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단지 눈을 감고 그 일을 상상해봄으로써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를 머릿속에서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

이 같은 미래예측을 통해 인간은 실제로 해보았을 때 생길 수 있는 위험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우리의 가정은 우리를 대신해 죽어준다(our hypotheses to die in our stead)”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철학자 칼 포터의 말처럼 말이다.

이 같은 선견지명은 인간만이 갖는 유일한 능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2월 22일자 네이처지에는 Aphelocoma californica라는 서양 어치새가 먹잇감이 떨어지는 미래의 상황에 대비해 식량을 분산해서 보관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Nature, vol 445, p919). 이로써 인간만이 갖는 능력들 가운데 또다른 하나가 도전을 받게 된 셈이다. 하지만 어치류가 미래의 상황을 시뮬레이션해서 이런 행동을 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버드 대학 심리학자 다니엘 길버트 교수는 말한다.

3-4살이 되어야 앞을 내다볼 수 있어

▲ 어린 아기들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다. 3-4살이 되어서야 그런 능력이 생긴다. 따라서 아기들이 갑자기 배가 고프다면 울어대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경험해보지도 않은 미래의 일에 대해 우리 뇌는 어떻게 시뮬레이션 하는 것일까?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뇌의 메커니즘은 과연 무엇일까?

뇌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마 부분에 있는 뇌 부위가 미래의 사건을 시뮬레이션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마 아래에 있는 대뇌의 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손상된 환자는 현재의 자극에 반응하며 그 즉시에 일어나는 시공간의 상황에만 갇혀 산다. 이들 환자는 미래의 사건을 제대로 시뮬레이션하지 못한다. 심지어 “내일 무엇을 할 거냐?”는 간단한 질문에 대답하는데 종종 애를 먹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뇌영상 연구를 통해 미래를 조망할 때 우리 뇌에서 전두엽과 내측 측두엽(medial temporal lobe)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부위가 우리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상태일 때 활발하게 작용하는 기본적인 뇌 활동 부위라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 마음이 현재의 상황을 인식하느라 바쁘지 않을 때면 우리 뇌가 미래를 시뮬레이션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추측할 수 있다. 참고로 지난번 “왜 우리는 몽상에 빠져들까?”에서 뇌의 기본적인 활동에 대해 다루었다.

어찌되었건 이마 아래에 있는 뇌 부위가 미래를 내다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다른 동물들은 미래를 거의 시뮬레이션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조차도 현재의 시간에 갇혀 사는 것이다. 그들은 이마 아래 부위가 인간만큼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도 갓 태어났을 때에는 미래를 시뮬레이션할 수 없다. 2005년 캐나다 워털루 대학의 심리학자 크리스티나 애탠스 연구팀에 따르면 미래를 사고하는 능력은 3-4살이 되어서야 생겨난다고 한다(Learning and Motivation, vol 36, p126). 복잡한 지적 능력인 언어능력이 꽃을 피우고 나서 시간이 좀 더 흘러야 미래를 예측하는 고차원의 능력이 나타나는 것이다.

기억력은 미래예측을 위해 존재한다?

뇌의 어느 부위에서 담당을 하는지, 언제 이 능력을 갖게 되었는지가 어느 정도 밝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뇌가 어떻게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지는 베일에 싸여있다. 이에 관한 뇌 연구는 아직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재 뇌 연구는 특정 행동과 관련한 뇌 활동을 파악하는데 적합하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은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더 연구를 집중해왔다.

▲ 20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억력이 성공적인 미래 예측을 위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처럼 기억력이 미래를 조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어찌됐건 과학자들은 우리 뇌가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데 기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추측한다. 이런 생각은 역사가 오래됐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제자 갈레노스가 2000년 전에 기억력은 미래를 성공적으로 예측하는데 있어 도구이라고 강조했다. 기억력은 단지 미래 예측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억력이 시뮬레이션의 구성 요소라는 점은 기억 상실증 환자에게서 확인된다. 기억 상실증 환자는 과거를 회상하는 일 뿐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기억이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종종 비전형적인 기억을 시뮬레이션의 기초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 기차를 놓쳐본 사람들에게 미래에 기차를 놓치는 일을 상상해보도록 했다. 그러자 그들은 기차를 놓쳤을 때 일어난 보통의 일보다 가장 안 좋았던 기억을 회상했다. 그런 다음 이 비전형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시뮬레이션하는데, 이로 인해 다음번에 기차를 놓쳤을 때 느낄 안타까운 심정을 과장했다(Psychological Science, vol 16, p626). 이는 우리가 앞일을 예측했을 때 그 예측이 종종 틀리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미리 느껴보는 게 좋을지 나쁠지 예측하게 해준다

감정도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를 시뮬레이션할 때 결과가 좋을지 나쁠지를 으레 생각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예측할 때 감정이 관여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가 시뮬레이션 하는 과정에서 미리 느껴보는 것(prefeeling)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얻을지를 예측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미리 느껴보는 것에 대한 뇌의 작용에 관한 연구가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

이와 관련한 여러 연구들 가운데 미래를 조망하는데 미리 느껴보는 것이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가 2005년에 나왔다. 미리 느껴보는 것이 복내측 전전두엽(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이라는 부위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임상학적으로 이 부위가 손상된 환자의 경우 앞으로 일어날 일의 결과가 좋을지 나쁜지를 잘 예측하지 못했다(Games and Economic Behaviour, vol 52, p336).

앞으로 과학자들이 우리가 어떻게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지를 알아낸다면 미래에는 컴퓨터와 같은 기계장치에 인간의 이 고차원적인 능력을 심어놓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컴퓨터나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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