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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추천도서-카산드라의 거울] 베르베르 작품 속 유머..

강봉석 |2010.12.08 15:36
조회 180 |추천 1

줄곧 진지하게 책을 읽던 나는 갑자기 어느 부분에서 와락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혼한 바비 인형'에 대한 김예빈의 유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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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장을 홀로 배회하던 카산드라 카첸버그의 발길은 부지중에 장난감의 산에 이른다.
그녀는 뒤죽박죽 쌓여있는 인형들의 무더기를 기어 올라 다가, 그 중 하나를 집어 들고는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뒤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울린다.
「그건 바비인형이야!」 김예빈이 씨익 웃고 서있다.

「너, 이런 유머 알아?  어떤 친구가 상점에 들어가 이렇게 물었대. "정원사 바비는 가격이 얼마죠?"  상인은 대답했어. "35유로요."
"그럼 무도회에 간 바비는요?"  "37유로요"
그러자 손님은 199유로짜리 바비인형을 가리키면서 그것의 특별한 점이 뭐냐고 물었어. 상인은 대답하기를, "아, 그건 이혼한 바비죠…"
" 왜 이게 다른 것들보다 더 비싸죠?" 하고 손님이 물었지.
" 왜냐면 이혼한 바비를 사면 말이죠, 당신은 켄의 자동차, 켄의 집, 켄의 풀장 등등을 덤으로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카산드라의 거울1> p. 42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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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은 여기에서 바비인형의 남편이다. 서양에선 남자가 3번 이혼하면 많던 재산이 모두 거덜난다던데...
어째든 이 부분에서 난 실없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북한에서 탈북한 한국인인 김예빈은(사실 김예빈이란 이름은 북한사람 이름으론 왠지 어색한 감이 있지만...) 언어의 유희를 즐긴다.
그는 이 소설에서 편집광적인 명언수집가이기도 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다. 미래만 제외하고―노자(老子)>
<친구들은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지만, 적들은 계속 쌓여만 간다.>
<무(無)에서 나와서 무로 돌아가는 인생, 그 누구에게도 고맙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
<선택한다는 것, 그것은 포기하는 것이다.>
<무엇이든 관심을 갖고 보기만 하면 재미있는 것으로 변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비난한 점은 바로 우리의 결점들이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비난하는 점을 발전시켜라. 그것이 바로 네 자신이니까.>
<모든 위대한 발명은 실수로 이루어진다.>
<성공한다는 것, 그것은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를 거듭하는 것이다.>

그는 이런 명언들을 공장에서 대량으로 버려진 흰 티셔츠에 새겨 넣고 매일 바꿔 입곤 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김예빈과 카산드라는 커플이 되어가는데 나는 그들이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진지하고 어둡고 긴장이 많은 이 소녀에게, 말 많고 유머 있고 한편으로 자상한 그는 서로 상호보완적이다.

평소 명언을 속사포처럼 뿌려대던 김예빈의 바비인형 유머를 듣고 난 후 카산드라가 떠올린 독백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다른지, 만약 현실의 보통 커플이었다면 얼마나 자주 아웅다웅 다툴지 상상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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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는 전혀 웃어줄 기분이 아니다.

'얘는 만들어져 있는 문장들을 좋아한다더니 만, 유머도 좋아하는 모양이야. 이유야 뻔하지. 유머 역시 이미 만들어진 문장들의 연결에 불과하니까. 오를랑도의 말이 맞았어. 이런 것들은 자기 생각을 말할 용기나 능력은 없고, 그래도 스스로를 안심시키려면 입으로 무슨 소리라도 내뱉어야 하니까 사용하는 메커니즘에 지나지 않아.
속담들, 유머들, 격언들, 이 모든 것들은 심심할 때 입을 채워주는 패스트푸드 냉동식품이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나는 말과 단어들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어. 또 이것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아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정말로 기억해야 할 격언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이거야.

<당신이 해야 할 말이 침묵보다 흥미로운 것이 못 된다면, 그냥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낫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카산드라의 거울1> p. 421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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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언니가 남편하고 너무 많이 싸워서 이혼을 고민하며 역술가를 찾았다고 한다.
두 사람의 사주를 열심히 보더니 그 역술가가 말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극과 극이라 평~생 싸우며 사실 겁니다."
"아, 그럼 제가 이혼을 하는 게 나을까요?"
"아니죠...절대 안됩니다.  두 분은 천생 연분으로 백년해로 하실 팔자이시니까요..."
"......"

그 언니는 나만 보면 지금도 항상 남편 험담을 끊임없이 늘어 놓지만, 이젠 나도 확신하고 있다.
'두 사람은 정말 백년해로 할 것 같다'고... ^^

추천수1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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