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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결혼한 여자입니다.

혜민 |2010.12.08 15:48
조회 25,015 |추천 74

안녕하세요. 결혼 연령이 늦춰지고 있는 요즈음

저는 그에비해 참 일찍 결혼한 케이스입니다.

남편과는 4살차이 학교 선후배로 연애는 3년 했고,

부모님들은 저희를 항상 예쁘게 봐주셨고,

저희 아버지와 남편은 동종 업종으로

일도 같이 하는 더 할 나위 없는 사윗감이었어요.

저도 애교는 없지만 노력하는 모습이 이뻐보이셨는지

시부모님들께서 제가 부담되지 않게 뒤에서 늘 조용히 챙겨주셨어요

제가 졸업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은, 그런 우리에게 참 쉬운 결정이었지요

 

결혼식도 신혼여행도 다 행복했어요

결혼생활도, 하루하루 즐거웠구요.

지금도 물론 불행하다거나 무슨 일이있다거나 하는건 아니지만요..

하지만 임신을 하고 만삭인 지금 감수성이 풍부해서 인지

그렇게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요

특히 엄마에게 미안했던 일, 더 잘해드리지 못했던 일 그런거요..

졸업하고 취직을 해서 월급도 타면서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그러지 못한게 후회도 되고..

제가 참 엄마에게 받은 것이 많아서인지

이제 곧 엄마가 될 몸이라서 인지

뒤늦게 엄마의 품이 그리워요

 

사실상 결혼하면 마냥 좋을 것만 같지만 꼭 그렇진 않아요

연애할땐 듬직했던 남편이 결혼하면 내가 챙겨야할 사람이 되구요

날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님 말고는 아무도 없었던 거였어요.

물론 여기 판에서 처럼 시댁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없고

남편도 임신하고 더 잘해주고, 매일 일찍 와 집안일도 도와주고

주말이면 늘 집에있는 저를 위해 외식이나 영화도 보고

저도 임신해서 잠이 많아져 아침에 일어나는게 쉽지 않은데

남편이 아침에 거하게 먹지 못하는 편이라

토스트나 과일쥬스 같은 간단한 것이라도 늘 챙겨줍니다.

출근할때 사랑한다고 일 열심히 하라고 매일 토닥여주고요

 

근데도 그냥 결혼은 늦게 할껄 하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아요

조금 더 가족의 품에서 어리광 부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제 곧 엄마가 될텐데 참 아직 철 없지요

물론 일찍 결혼하고 자식을 낳는다 라는게 분명 좋은 점도 있어요

하지만 그 모든것을 다 뒤엎고

단 한가지. 부모님 생각을 해보면

결혼은 늦게 하는게 좋겠다 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요.

 

결혼 하기 전 저는 정말 철이 없었어요

지금 20대 초중반 친구들도 물론 저같은 분들 많을거에요

참 친구들 만나는거 좋아하고, 크리스마스나 생일이면

늘 친구들이나 남자친구가 우선이었어요. 그게 또 행복이었구요.

근데 행복은 그런게 아니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에 나와보면 정성스럽게 차려져 있는 엄마의 밥상

급하게 나갈 준비를 하느라 아무렇게나 늘어놓은 옷들이

집에 들어오고 나니 말끔히 정리되있던 모습

조금만 긁히거나 멍이 들면 자신의 일보다 더 호들갑이었던 엄마

성적이 안좋아도 좋은 대학에 못가도 너만 행복하면 됐다던 그 말

작은거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 나만을 위한 세심함

그땐 귀찮기도 했던 당연했던 일들

그런게 정말 행복이었어요.

 

옆에 있을땐 정말 모르는거 같아요

사람이 참 간사하죠 꼭 지나고나서야 후회를 해요

아무리 옆에서 뭐라고 해봤자 절대 깨닫지 못해요

아직도 아침을 거른다는 나의 말에 상심한 엄마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아요.

내가 한번쯤 엄마 아침밥을 거하게 차려줘볼껄..

엄마 대신 집안 대청소를 말끔히 해볼껄..

내 옷 살돈으로 비싸고 예쁜 옷을 사줘볼껄..

사랑한다고 더 자주 말해볼껄

 

정말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철없던 시절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친구들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가족들을 더 아끼고 사랑하고 싶어요

특히 엄마를 더 위하고 아끼고

기념일 같은 날은 더 함께 지내고

엄마를 위해 무언가를 해보고

더 많이 더 오래 효도하고 싶어요

 

저는 이미 늦었지만요.. 그래서 지금에서라도

그 시절처럼 잘 할 기회가 많진 않겠지만

잘하려고 노력해요. 음식도 해다드리고

이번 생신때는 엄마 옷이 예쁜게 없어서

그동안 꼬박 모은 용돈으로 예쁜 옷 한벌 사드렸어요

물론 제가 쭉 써 놓은 글들

마음에 와닿지 않을거에요

그치만 그래도 옆에 계실때 그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걸

별거 아니지만 다른게 아닌 그게 진정한 행복이라고

모두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글솜씨가 없는데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오늘 눈이 와서인지 그냥 엄마 생각이 더 나네요

추천수74
반대수4
베플블랑 |2010.12.09 02:48
글이 참 이뻐요.... 글쓴님 맘도 너무 이뻐요
베플ㅠㅠ|2010.12.09 22:10
정말 이 부분 공감 간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에 나와보면 정성스럽게 차려져 있는 엄마의 밥상 급하게 나갈 준비를 하느라 아무렇게나 늘어놓은 옷들이 집에 들어오고 나니 말끔히 정리되있던 모습 조금만 긁히거나 멍이 들면 자신의 일보다 더 호들갑이었던 엄마 성적이 안좋아도 좋은 대학에 못가도 너만 행복하면 됐다던 그 말 작은거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 나만을 위한 세심함 그땐 귀찮기도 했던 당연했던 일들 그런게 정말 행복이었어요. 이부분이 왜이렇게 공감이가지 ㅠㅠㅠㅠ 아갑자기 울컥했네
베플톡폐인|2010.12.08 16:00
결혼을 일찍한 덕에 엄마 고마운을 느끼셨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살면서 엄마고마운거 알고 살기 쉬운일 아닌데. 결혼 했다고 다 친정엄마 고마움 느끼는거 아니잖아요? 과거에 못해줘서 미안해 하시지 말고 지금 열심히 엄마 한테 잘하세요.(꼭 물질적이지 않아도 된답니다) 친정엄마는 님이 행복하게 사는것만으로도 행복해 하실거예요 내 딸이 언제 저렇게 컸고 정말 어른스럽구나 하고.... 여자에게 있어 결혼은 친정엄마 그늘에서 나와 한가정의 어머니와 아내로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힘든거 같습니다. 그만큼의 책임으로 그만큼의 행복도 느낄수 있는거죠. 아이도 태어날거고 앞으로 남편도 더 많이 잘해주겠죠???? 그렇게 사는 모습만으로도 친정엄마는 행복하실거예요... 전 일찍 결혼해서 엄마 고마움 알기도 전에 돌아 가셔서 님이 부러운걸요???? 지금 부터 잘하시면 되고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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