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태어나서 20년 가까이는 갈까 말까, 간다면 어디로 갈까를 고민하고 선택해야 하는 상황보다는 그저 묵묵히 앞으로 가야하는 길만이 주어진다.
그렇게 아무런 반항도 없이 얌전하게 길을 통과하면 대학이라는 문으로 이어지고, 그때 비로소 약간의 자유가 툭 떨어진다.
우리 발 앞에 떨어진 이 황당한 존재, 자유란 놈은 진정한 내면의 자아와 세상이 우리에게 주입해 왔던 가치가 충돌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것을 흔히'방황과 고뇌'라 부른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부분의 살마들에게 이 황홀한 자아의 꿈틀거림은 4년 정도에서 멈추고 만다.
남자들의 경우 는 군대라는 아주 효과적인 도구를 통해, 대학문을 나서기도 전에 이미 넥타이와 양복 속에 갇히힌 텅 빈 눈빛의 인간으로 서둘러 탈바꿈한다.
그나마 대학 4년의 시간을 자아의 공식적인 요동기로 명명하는 것도 90년대 학번까지만 해당되는 게 아닌가 싶다.
기업과의 밀착된 관계를 노골적으로 자랑하는 지금의 대학,
1천만원에 육박하는 일년치 등록금이 쳐 놓은 바리케이드 속에서 21세기의 기업들이 원하는 반듯한 깍두기들을 또깍또깍 썰어내는 곳이 요즘의 대학일진대,
그 안에서 범람하는 지성과 지랄하는 야성, 광기어린 영혼 따위가 요동치기를 기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인 것 같다.
- 목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