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하고 2주 정도 되었나, 아마 담배를 끊은지는?
그런데 잘 참다가 끝내 견디지 못하고 형의 담배 한대를 빌려 피우고 말았다.
씨익, 살짝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하는 말이 이 좋은 걸 왜 끊어?
그러게. 그 좋은 걸 왜 끊으려고 했을까요, 형님?
흡연이라는게. 말하자면 손가락으로 댐의 구멍을 막았던 네덜란드의 한스 이야기 비슷하게
댐에 뚫려버리는 작은 구멍같은 거라서,
아- 이번 한 개비만 하고 양보를 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어진다.
그래서 오랜만에 담배를 피운 몇 시간 만에 담배를 한갑 사고야 말았다.
아- 제발 딱 오늘까지만.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태국 여행 내내 난 담배를 피우게 된다.
이번만큼은 꼭 끊고 말아야지, 각오를 했었는데. 젝일!
그런데 말이지, 사실은 크게 자책감이 들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야말로 나는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니까. 고작 '흡연 따위'가 되어버린 거다.
대단할 것 없지만 어떤 일탈이든 좋다, 상관이 없다, 나는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니까.
술? 싸움? .................. 괜찮다. 그대가 여행을 하고 있다면......... 아마?
그리고 태국.
서울이나 부산이 한국의 전부가 아닌 것처럼 당연히
방콕이나 파타야 같은 관광지가 태국의 전부일리 없겠지만
내게 두 도시의 색과 냄새가 너무 압도적이어서
아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게 태국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 나의 태국은, 아직은 고작 방콕이면서 파타야인 태국.
태국은. 말하자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땅 같다.
방콕과 파타야는 뒤죽박죽 엉켜있는 도시.
표현이 과할지 모르지만, 이를테면 혼숙 같은 도시.
그래서, 표현할 말을 찾기 힘든 '모든 것들'의 땅이랄 수 밖에.
누구든 태국을 가보면 알 수 있다.
그 마을, 사람들, 높게 솟은 빌딩, 마천루, 시장, 쓰레기, 물과 사원과 사창가.
서양과 동양이 같이 살고, 과거와 현재, 부와 가난, 신앙과 섹스 모든 것들이 혼숙하는 도시.
강과 숲. 창녀와 성자. 배낭여행자와 매춘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
누군가 태국도 중독성이 있다고 말해준 적이 있다.
그래, 담배나 태국이나 정말이지 이렇게 좋은 걸.
태국을 왜 이제야 알았데?
끊을 수 있을까?
2010년 11월, Thai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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