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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나의 첫 어린왕자

어른공주 |2011.01.11 17:50
조회 33 |추천 0

어린왕자 관련상품이라면 눈이 희번덕 거리는 덕후인 나도, 처음은 당연히 어린왕자 책사랑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사실 지금도 상술이 넘쳐나는 어린왕자 팬시용품 신상을 발견했을 때 보다는 이전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판형이나, 내 콜렉션에 없던 외국어판 어린왕자 책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 훨씬, 훠어어얼씬 크다는 건 더 말 할 나위 없다.

 

책장 구석 틈 어딘가에 깊숙이 박혀있어 찾으려면 대청소가 필요한 놈들까지 대략 40여권의 어린왕자들을 모시고 살고 있지만 (이건 뭐, 어린왕자 신당인가요 +_+)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큰 애착과 권위를 부여하고 있는 책은 아무래도 이게 아닐까.

 

 

 

짜잔, 나의 첫 어린왕자.

수박색 그라데이션에 "어.린.왕.자" 네 글자가 참 크게도 들어간, 요새는 보기 힘든 단순하고 정직한 커버디자인.

세월의 흔적에 모서리마다 까지고, 닳고, 낱장은 다 떨어졌지만 그래도 아직 고이고이 보관하고 있다.

 

 

 

 

어릴 때 함께 서점 갈 일이 있으면 아빤 항상 "너도 너 볼 책 골라와라"하시며 날 자유롭게 풀어주셨었는데, 그럼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쑥쑥 뽑아와서 결국 아빠보다 내 책을 더 많이 싸짊어들고 집에 오곤 했다. 나는 학원도 안 다니는 자유초딩이었으니깐 그렇게 한 번 책사냥을 하고 오면 한 며칠 밖에도 안 나가고 처박혀서 책만 읽었다.

 

이 책도 1993년 1월 12일 여의도 백화점 서점코너에서 아빠가 사 주셨군요. 이런 건 원래 아빠가 "사랑하는 혜빈이에게" 이렇게 써 줘야 하는 거 아님? +_+당시에 있던 책들 거의 다 아빠가 사 준 건데 혼자 뭐한다고 이런 걸 썼는지. 어디서 본 게 많은 초딩이었나 봄.

 

 

 

 

첫장을 펼치기가 무섭게 떨어져 나가는 낱장. 나름 보수한다고 중간중간 풀칠도 해 보고 테이프로 붙여도 보았지만, 건드릴 수록 상태가 악화되는 것 같아서 그냥 요새는 잘 펼쳐보지도 않고 꽂아두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건, 단지 내가 만난 첫번째 어린왕자라서가 아니라 이 책의 깔끔한 번역이 맘에 들어서이다. 초등학생 눈에도 쏙쏙 들어 올 만큼 쉽고 간결한 문체이면서도 전혀 유치하지 않고, 지금 읽어보아도 단어의 사용이나 문장의 구성을 볼 때 매끄럽지 않은 구석이 없다. 특히 따옴표가 들어간 등장인물 대사에서 그 자연스러움이 빛을 발하는데, 최근에 나온 일부 번역처럼 과하게 꾸미거나 오글거리지 않고, 등장인물 성격까지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실감나게 대화를 옮겨놓았다는 게 내가 하고싶은 평가.

 

초판 발행 된 지 18년이나 지났는데도 이 번역본을 뛰어넘는다 싶은 책을 못 만난 건 첫기억이 긍정적으로 남기 때문인가. 그래서 어린왕자 좀 읽었다 하는 사람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보여주고 싶다. 같은 챕터를 여러 다른 번역으로 읽었을 때 과연 이 책의 느낌이 어떤지. 물론 문장 하나하나 기술적인 면에서는 어떨지 문학작품 번역을 해 본 적이 없는 나는 잘 모르지만, 이 책은 전체를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느껴지는 느낌이라든가 여운이 참 군더더기 없이 아름답다.

 

 

 

 

그러나 정식 라이센스를 맺은 완역판이 아니라는 건 역시 삽화에서 티가 난다.

이 책만 있을 때는 몰랐는데, 다른 여러 판본들을 접하면서 삽화에 쓰인 색깔이 조금 이상하다는 걸 알게되었다.

인쇄상의 문제가 아닌가 할 수도 있는데, 정식판은 페이지 구성이나 삽화에 쓰이는 색채까지도 국가나 출판사 불문하고 똑같다.

 

 

 

 

세상에서 유일한 꽃이었던 자신의 장미가 정원에 하나가득 핀 흔하디 흔한 꽃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슬퍼하는 왕자. 상심한 그가 여우를 만나서 길들임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이 다음 장면을 나는 참 좋아한다. 그 부분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 한 마디 쯤 못 외우는 사람 없고 누구나 좋아하는 흔하디 흔한 장면이라고 해도, 내가 그들대화의 깊은 내용에 공감하는 만큼, 거기에 주는 애정만큼 그 장면은 내게 특별하다. 그래서 자신있게 말한다. 가장 좋아한다고 ;)

 

 

 

참 마음에 쏙 드는 이 번역의 주인공은 심윤옥 님이신데 인물검색을 해 봐도 다른 정보가 뜨는 게 없다. 불어전문통역가로 활동하셨는데 해문에서 나온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도 (영어겠지?!) 몇 권 번역하신 일이 있고 몇몇 역작들이 있긴하나 2002년 이후로는 다른 기록이 없어서 활동을 그만두셨거나 별세하신 게 아닐까 조심스레 의심 해 본다. 뭔가 하고 계시다면 요즘 같은 세상에 어떤 방식으로든 검색에 걸리지 않았을까 싶은데 심지어 개인정보 쌍끌이하는 구글에 검색 해 봐도 걸리는 게 없으니. 프랑스 문학이 꽤 사랑받고 있는 요새같은 때 이 분의 번역으로 읽고싶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 몇 있는데 아쉽다.

 

 

"누군가가 이렇게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유년시절은 우리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다. 동심을 잃어버린 사람에게는 고향이 없다.'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의 고향을 되찾게되면, 아마도 하늘에서 방울소리와 같은 어린왕자의 웃음소리가 들리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예쁜 뒷표지 !_!

 

 

 

 

착한 가격 3,000원 :D

 

도서출판 유진 / 옮긴이 심윤옥 / 1992년 8월 10일 초판 1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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