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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프랑스어판 어린왕자 (Le Petit Prince in French)

어른공주 |2011.01.12 00:29
조회 202 |추천 0

프랑스까지 갔다가 어린왕자 한 권을 못 사온 게 너무너무 아쉽고 한이 되었던 나는

불어권인 캐나다 동부 여행을 계획하면서 반드시 어린왕자를 사겠다고 결심한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캐나다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알버타 주 등 태평양과 접한 서부 쪽에서는 거의 영어만을 쓰지만

동부로 갈 수록 불어 사용 비중이 높아져서, 수도인 오타와에는 주민 대다수가 영-불 2개국어에 능통하며

몬트리올 쯤 가면 상대방이 분명히 영어로 말하고 있는데도 넋놓고 들으면 불어처럼 들리는 신기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그 이름도 유명한 퀘벡에서는 "영어로 말씀 해 주세요"라고 말하지 않는 한 먼저 영어를 걸어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

 

때는 2007년, 한겨울 평균 체감온도가 섭씨 -20도 까지 내려가는 강추위로 겨울여행은 절대 비추라는 캐나다 동부를 겁도없이 12월 후반에 여행했던 나는

영하 17도의 추위와 40년만의 폭설을 벗삼아 여기저기 잘만 돌아다녔다.

그러나 내 장담컨대 "동부여행은 여름에 하라"는 말은 크리스마스에 접한 캐나다 동부의 절경을 보지 못한 사람이 한 말일 것이다.   

 

하얗게 펼쳐진 눈밭같은 몬트리올 항구와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세인트루이스 강의 전경

북미 유일의 성곽도시에서 내려다보는 작은 프랑스 퀘벡의 크리스마스 풍경

 

물론 아름답다고 명성이 자자한 캐나다의 여름이지만 하얀 눈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동부만의 운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렇게 아름다운 동부 캐나다를 여행하면서도 내 눈은 서점만을 찾고 있었고

몬트리올 신시가지를 이틀동안 샅샅이 훑다가 거의 포기할 때 쯤 여행책 전문으로 보이는 작은 서점이 눈 앞에 나타났다.

영어가 꽤나 안 통하던 도시여서 각오는 했었지만 내가 영어로 물어봤는데도 불어로만 대답하던 서점주인 모녀 ;ㅅ;

내 말을 알아듣고 불어로 대답한건지, 그게 못 알아 듣겠다는 말이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단 한 마디 "Le Petit Prince"를 불어로 외워가지 않았더라면 기껏 서점까지 가서도 책을 살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여행책만이 잔뜩 꽂혀 있었던 곳에 마침 어린왕자가 있었다는 것도 신기하고 다행스러운 일이었고.

아마도 불어권 도시에 가면 어린왕자 한권 쯤 사고 싶어하는 사람이 나 말고도 꽤 있어서가 아니었나 싶다.

 

불어권 도시에서 불어도 한 마디 못하면서 불어로 된 책을 내놓으라고 우겨대던 웃기는 동양여자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책을 손에 넣은 후

이틀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를 자축하겠다며 몬트리올에서 유일하다는 한식당을 찾아가 된장찌개를 먹었다.

그건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맛 볼 수 없었던 천국의 맛이었다 ;ㅅ;

 

 

 

 

이게 바로 그 승리의 Le Petit Prince

손바닥보다 조금 긴 판형의 문고판이다.

 

 

 

 

역시 불어판 답게 철새들의 이동을 통해 별을 떠나는 어린왕자가 제 위치에 잘 그려져 있다.

 

 

 

 

 

정복을 차려입은 어린왕자.

처음 이 책을 손에 넣었을 때와 지금이 달라진 것은 간단한 불어문장을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린왕자의 몇몇 문구들은 이미 통문장으로 머릿속에 들어가 있다.

가령 이 페이지는, "이 그림은 훗날 내가 그를 그린 그림 중에서 제일 잘 된 것이다"

 

 

 

 

이 페이지 속의 어린왕자도 내가 좋아하는 모습 ;)

연두색 상하의에 빨간 벨트와 타이라니.

보색계열 대비를 코디에 활용할 줄 아는 멋쟁이 왕자님이다-♥

 

 

 

 

그리고, 내가 외국어판 어린왕자를 살 때마다 가장 먼저 펼쳐보는 부분.

챕터 21이 시작되자마자 나오는, 어린왕자와 여우의 인사 장면이다.

이 부분만 잘 살펴도 인삿말과, 그 나라 말로 여우를 뭐라고 하는 지 정도는 알 수 있다.

 

 

 

 

발행 정보가 나와있는 맨 뒷 페이지. 2007년에 발행한 초판이라는 뜻인가. 잘 모르겠다 -_-

인쇄는 프랑스에서 했다는 것 같다.

본토의 불어와 캐나다 불어 사이에는 200년의 간극이 있다고 들었는데 읽고 쓰는 데는 별 차이가 없나보다.

 

어쨌든 나는 2007년 12월에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갖은 고생 끝에 구입.

얼마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실 영수증을 끼워두었는데 3년이 지나니깐 인쇄된 잉크가 다 날아가버렸다 ;ㅅ;

나중에 프랑스에 다시 한 번 갈 일이 생긴다면 반드시 본토에서도 한 권 더 구입하리라.

쌩뚱맞게 빠리 노트르담 성당 안에서 팔던 어린왕자 오디오 CD도 꼭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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