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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의 거울 서평] DNA 진화에 대해

윤진호 |2011.01.12 15:19
조회 190 |추천 0

며칠 전 영화를 봤다.  헬로우 고스트!
오랜만에 본 따뜻하고 가슴 뭉클한 영화였다.


세상에 홀홀 단신으로 아무도 없는 것 같지만,
우리 주변엔 보이지 않게 나를 응원하고 있는 '고스트(?)'들이 정말로 존재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이든, 조상신이든, 아니면 수호천사든 말이다.
 

빙판길에서 아슬아슬하게 가드레일을 피했을 때,
정말 '리엘리티(현실성)'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소설처럼 인연을 만났을 때,
무작위로 책장을 열었는데 (누가 알려주려고 의도한 것처럼) 꼭 필요한 문구들이 펼쳐질 때,
안 풀리는 문제로 고민하다 잠시 숨 한번 고르던 중에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직관의 소리를 들을 때,
그땐 마치 누군가가 소리 없이 나를 지켜주는 느낌이 든다.

 
전설의 고향이나 미스터리 다큐를 보면 돌아가신 부모나 형제가 꿈에 나타나서

다가올 위험이나 뭔가 중요한 것들을 알려주곤 한다.
그냥 미신이라고 밀쳐버리기엔 아쉬움이 있다.
먼저 간 영혼이 자신과 DNA를 공유하는 후손을 염려하는 그 애틋함이 전해져서 인지도 모른다.
스스로 완성하지 못한 미션을 후대가 해내기를,

그리하여 자신의 DNA를 계속 진화시켜주기를 바라는 간절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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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이 누구죠?」
「너의 탄생에 이르기 위해 사랑을 나누었던 모든 분들이야. 여기는 너의 부모, 저쪽은 네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
소녀는 대부분은 손을 잡고 나란히 나아오는 커플들을 바라본다. 그녀는 이 커플들의 대열을 거슬러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결국 그녀는 무수한 선사시대 커플들 앞에 이르게 된다. 그들 뒤에는 영장류들이 있고, 또 그 뒤에는 도마뱀들과 어항 속의 물고기들도 보인다.

「이들이 네 선조들이야. 이들 모두가. 이들의 유전자가 너를 만들었고, 이들의 역사가 네 혈관 속에 흐르고 있어. 너는 미래의 세대들을 봤지? 자, 이제는 과거의 세대들을 보아야 할 때가 되었어. 너의 과거의 세대들을.」카산드라는 경이로움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둥근 홀의 한 가운데 선다.
「이들이 나를 도울 수 있나요?」 그녀가 놀란 목소리로 묻는다.
「언제나 너를 돕고 있단다. 이들은 네 안에 들어있어. 네가 달릴 때, 네가 싸울 때, 네가 꿈꿀 때, 네가 곰곰이 생각할 때, 넌 너의 세포들의 기억 깊은 곳에 묻혀 있는 이들의 삶의 모든 경험들을 이용하고 있는 거란다. 넌 이 모든 존재들의 사랑과 삶의 체험의 결과물이야.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야.」여사제는 손뼉을 친다. 그러자 수 백 명으로 이루어진 또 다른 그룹이 그들 앞에 나타난다.
 
「한 인간 존재가 처음 시작될 때는, 25%의 유전과 25%의 전생의 업보, 즉 카르마와 50%의 자유의지로 이루어진단다. 아까 본 존재들은 너의 유전이었지. 자, 그리고 여기, 너의 카르마를 이루는 사람들이야. 이를테면 너의 두 번째 가족인 셈이지.」
 
<가족>이라는 표현에 소녀의 얼굴이 환해지는 것 같다.
젊은 카산드라는 조용히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이 보이는 이 말없는 무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 모든 사람들이 네 안에 들어있어. 모두가 네가 태어났을 때부터 널 도와왔고, 앞으로도 결코 널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카산드라의 거울 2> p. 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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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부모님에 대해 무척이나 비판적이던 시절이 있었다.
'왜 그렇게 밖에 못사셨을까?'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든 그냥 쿨하게 사시면 좋았을걸...' 

'얼마 안 산 나도 알겠구먼...'
많이 배웠다는 소위 잘난 딸은 어느 순간부터 엄마의 삶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주곤 했다.

(고객의 요청도 없이...)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그들이 살아낸 환경이 나와 같지 않으며, 그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음을.
그들이 그들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DNA는 그들이 내게 물려준 DNA와 같지 않음을.
힘겨운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들은 열심히 주어진 유전자를 진화시켰고,
릴레이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주듯, 그 진화된 유전자를 우리들에게 전달했음을...
 
어머니의 어머니가, 할머니의 할머니가 그러했듯이,

그들은 과거의 열악한 환경을 헤쳐나가면서 정성스레 다듬은 유전자를
자손들에게 물려준다.  그들이 일군 더 나은 물질적 현실과 함께...
그러고도 아쉬워서 세상 떠난 후에도, 그 DNA의 여정을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 가족의 애틋함을 품고....


 


부모들과 조상들...
그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 최선을 다한 승리자들이다. 'DNA 진화'라는 미션에 참여한 선수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게임을 마친 그들은 이제 응원석에서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
'너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네 안에는, 네 유전자 안에는 우리의 바램이 있어.
네가 진정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할 때는 온 우주가 너를 도울 거야!'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공은 이미 내게 넘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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