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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벽 -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다

김수철 |2011.01.12 23:36
조회 25 |추천 0

 

 

무엇이 교육자의 에너지를 고갈시키는가?

 

 

  어느 날 장학관이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교실을 둘러보던 중 창가에 놓여 있는 지구본이 눈에 띄어 마침 옆에 있는 학생에게 물었다. "학생, 이 지구본이 왜 기울어져 있나?" 학생은 당황해서 얼떨결에 "제가 안 그랬심더." 하고 대답했다. 장학관은 그 대답에 어처구니가 없어 이번에는 교사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선생님, 이 지구본이 왜 비뚤게 서 있지요?" 교사는 질책당하는 줄 알고 대답했다. "제가 이 학교에 오기 전부터 그리 되었심더." 이제 장학관은 화가 났다. 그래서 교장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교장이 대답하길, "허허, 참 잘 아시면서, 그게 국산품 아닙니꺼!"

 

  그 속에는 한국 교육 개혁의 다섯 가지 걸림돌이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즉 책임 회피(나 말고 다른 사람이 문제다), 타성적 무기력(전부터 그랬으니 어쩔 수 없다), 불신감(국산품은 못 믿겠다), 맹목적 신봉(외제면 무조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절망입니다. '왜 그럴까? 무엇이 문제일까?' 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핵심을 못 보는 본질에 대한 이해 부족과 '어떤 답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가능성에 대한 창의력 부족이 가져다주는 절망입니다.

  걸림돌을 제거하는 전략 역시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합니다. 절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비전이 필요합니다. 올바른 비전이 있을 때 비로소 희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전은 시대의 흐름을 명백히 읽는 데에서 비롯합니다.

  둘째, 우리 스스로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모두가 회피하는 책임을 스스로 지겠노라고 선뜻 나서는 사람을 일컬어 리더라고 합니다. 서로 "네가 잘못했다. 네가 혁신해야 한다." 라고 할 때 "아니다, 나부터 바꾸겠다." 라고 하는 용기 있는 사람이 새 시대의 리더입니다.

  세 번째 전략은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타성적 부기력을 극복하는 방법은 이것 단 한 가지입니다. '다음 학기부터 시작하지, 연초에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지, 이번 급한 일이 다 끝나면 하지...' 아니지요. 해야 할 일을 미뤄서는 되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내일도 아니고 당장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불신의 반대는 믿음입니다. 믿음은 우리의 못난 점과 문제점에서 발견할 수 없습니다. 단점을 아무리 깊숙이 분석하고 논의해 봤자 통쾌한 해결책을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해결책은 우리의 장점에서 창조해 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네 번째 전략으로 우리는 우리(교육자, 학생, 사회 등)의 장점을 찾는 습관을 지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맹목적 신봉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혜는 아는 것에서 비롯합니다. 교육자의 지혜는 새로운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교수법을 배움에서 시작합니다. 이렇듯, 다섯 가지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다섯 가지의 징검돌을 놓는 것이 바로 새 시대가 요구하는 구조조정입니다. 부서를 옮기고, 사람을 자르고, 합병하고, 제도를 바꾸는 것이 구조조정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머릿속의 체계와 가치관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구조조정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구조조정을 할 때 비로소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 교육자의 본심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 교육자의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왔을 때 사회는 우리를 존경하고 대우해 줄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길입니다.

 

 

  나의 교직 첫 해는 부끄러운 시간이었다. 부푼 기대와 꿈을 안고 들어선 우리 학교와 우리 아이들과 함께했던 작년 한해. 물론 첫 해를 젊은 남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전담 그것도 체육을 맡아 담임으로서 책임져야 할 학생들의 생활지도 및 우리 반에 대한 전념이 필요치 않았고, 다교과의 수업을 준비하고 행하는 데 대한, 그야말로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교육학 서적 속에서 새까맣게 줄을 그으며 보았던 교사의 기본적인 수업에 대한 자세와 열의조차 결여되어 있었다. 신규에다 학급 규모가 제법 큰 학교인지라 내게 주어진 교과 외 업무는 고작 육상지도 정도였을 뿐인데도 말이다. 물론 '남보다 좀 더 일찍' 준비해야 하는, 초등학교와는 어울리지 않는 수능형 시험지와 OMR카드가 자리하게 된 교실에서 벗어난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고 즐거움을 찾는 수업 및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사회성을 배워나갈 수업이 될 수 있게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다 했으나, 역부족이었을 뿐. 제 풀에 지치고 기대했던 수업이 무너지는 고작 몇 번의 실패에 맥없이 스러지고, 결국은 나 부터가 출근길이 힘들고 기대조차 없던 그런 나날들. 생각할 시간이 차고 넘치는 지금 새벽 2시 위병소 근무를 서며, 함께했던 시간 속에서 과연 아이들의 1년을 무엇으로 채웠나 되돌아보니 헛헛하다. 조벽 교수의 말마따나 이젠 '선생님'이란 그 이름만으로 결코 존경받을 수 없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다시 오지 않을 처음을 말도 안되는 업적?의 도취감에 취해 있었던 안타까운 자아였다. 그래서 10년 2월은 참 쓸쓸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에 휴직계를 제출하고 나오던 그날 단 한번도 학교를 되돌아보지 않았다. 그날따라 평소처럼 마주치고 "쌤 맛있는거 사주세요." 라며 매달리던 낯익은 5학년 아이들도 하나 없던 그날로부터 제법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첫 발령 전 그 겨울 신규교사 임용 전 연수에서 초빙강연을 했던 조벽 교수의 이 책을 군대에서 다시금 펴 든다.

  선생님으로 바로 서 있기조차 위태로운 시대. 고민도 희망도 없이 무심코 멀뚱히 교단에 서 있기엔 내게 너무 길고 아이들에겐 정말 소중할 앞으로의 시간들. 헛되이 보내선 실패할 게 불보듯 뻔할 이치인 걸. 그동안 나는 교육자로서 나의 교육에의 철학조차 없었기에, 일단은 선생님으로서 생존하고 그 다음 교육에의 희망을 걸자. 잠시 잊었던 내 꿈을 다시 찾아야 되지 않겠나.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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