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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사고난 통학버스 안에 있던 학생입니다. 살신성인 통학버스기사아저씨를 추모합니다..▶◀

고등학생 |2011.01.21 22:42
조회 6,235 |추천 24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곧 수험생이 될 한 평범한 여고생입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 며칠 전에 정말 안타까운 사고로 돌아가신 분이 계셔서 말주변이 없음에도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길더라도 꼭 읽어주시고 아저씨의 넋을 같이 추모해주셨으면 합니다.

 

사고는 18일 오후 6시 쯤 학교의 자율학습이 끝나고 통학버스를 타러 가던 도중에 일어났는데, 저는 그 버스 안에 타고있던 8명 정도의 학생 중에 한명이었습니다.

 

차체는 약 6시 10분 가량에 길지 않은 거리를 미끄러졌고 우측에 있는 게시판에 부딪치고 멈췄습니다.

 

미끄러질 당시에 차는 뒷문(학생들이 타는 문)이 열려있었는데, 바뀌기 전의 기사님분들도 가끔 그러신 분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는 그런 상황을 학생들을 태우는 것인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저는 그때 여느 학생들과 다름없이 mp3를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청난 충격과 함께 유리깨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학생들의 비명소리도 따라 들려왔습니다.

 

차는 우측을 받고 약간의 공간이 남겨진 채 게시판에 뒷문이 막혀있었기 때문에 저희는 사고난 차량에서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차체 오른편에 다리가 깔린 한 학생이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고 저희는 안에서 공황에 빠져 어떻게 하냐며 우왕좌왕 하던 도중, 다른 버스기사분께서 빈공간에 내려 깔린 학생을 구조하자고 하셔서 저와 탑승해 있던 학생들은 내려서 차체를 밀어 다리가 깔린 학생을 구조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저희는 아저씨가 깔리신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저씨께서 반대편에 계셨기 때문이고 또 정신을 잃은 상태로 깔리셨기 때문에 아저씨의 부상소식은 다른 버스를 타고 집에 가던 도중에 상황을 목격한 다른 친구들로부터 들었습니다.

차체에 깔려 신발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그 분 덕에 타고있던 학생들은 전혀 다치지 않았다고..

 

그리고 다음 날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들었는데 그 때의 교내 분위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침울했습니다.

 

돌아가신 아저씨께서는 17일부터 저희가 정차하는 길을 담당해주셨는데, 첫날은 같은 버스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안전하고 친절하게 집까지 데려다 주셨습니다.

심지어 사고가 난 18일때의 버스가 주차된 위치와 거의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직도 아저씨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버스 문이 열려있지 않아 열어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아저씨께서 웃으면서 열어주셨습니다.

 

전날에도 하차할 때 인사를 드렸더니 웃으면서 대답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친절하신 분인데 도대체 어쩌다가 이런 참극이 발생한건지..

 

저를 비롯한 탑승중이던 학생들도 그 사고를 목격한 학생들도 사고소식을 들은 학생과 선생님들도 그 날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날 저 하나만 타지 않았더라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도 들고..

 

솔직히 저는 제 주변에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제 앞에 닥치니 무력한 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과연 제가 그 아저씨였다면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친구들에게 상황설명을 하면서도 괜찮은 척 하지만 속은 타들어가는 것 같고 너무너무 슬프고 무서워서 기억하기 싫을 때도 있었습니다.

 

정말 하나하나 슬프고 힘든 기억이지만 저희를 구하려다가 돌아가신 아저씨의 넋을 기려야 한다는 뜻에서 한 학생이 아저씨를 위한 모금운동을 펼쳤습니다.

 

전교생들은 기꺼이 참여했고 모금을 원하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져 모금기간도 연장이 되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위험하던 통학버스 주차는 좁은 주차장이 아닌 넓은 운동장에 하게 되었고, 다른 동료 아저씨들도 매우 안타까워하시면서 저희에게 안전을 당부하셨습니다.

 

안전 불감증은 이렇게 해소 된 듯 하지만, 그 대가가 아저씨의 생명이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고 애통합니다.

다시는 이런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뉴스를 보니 의사자 신청을 한다고 했는데 저는 정말 그 분의 살신성인의 자세를 기린다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저씨는 하늘에서 편안히 계실까요?

 

이 글은 짧고 두서없고 기교도 없어 어찌보면 재미도 없고 동감을 불러 일으키진 못할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한 학생이 있다는 것만 알아주신다면 정말 더 바랄게 없을 것 같습니다.

 

아저씨께서 살려주신 생명 중 하나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부디 평온한 곳에서 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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